푸켓을 걷다2

트렌스젠더 맛사지사를 만나다

by 윤진



지금 묵고 있는 숙소는

방타오 해변에 밀집해 있는

고급스러운 라구나 푸켓리조트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저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며칠째 내리고 있는 우기인 데다가

하루 전날까지 기다렸다

남는 호텔을 잡았기 때문이죠

다행히 강한 폭우를 동반한 구름은 사라졌구요


밖으로 나옵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골목들이

여기저기서 느닷없이 튀어나와 설레게 하네요



어젯밤에 내린 비는

크고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

하늘과 거리를 비추는 거울이 되고





비가 남긴 시원한 바람을 타고서

오선지 위에 도미솔 화음을 이루듯

걷는 우리 가족들



볼것이 그닥 많지 않았지만 평온한 마을입니다


소승불교를 믿는 태국인들은 저마다

집과 가게에 제단을 만들어 신을 모십니다

이들에게 신은 그리 멀리 있는 분도 아니고

어려운 분도 아니어서

거의 존경스런 형님 모시듯 하죠


밥때가 되면

그들은 자신이 먹는 나물이나 짠지 등

별거 없는 음식을 떠놓고단에 대접을 합니다



형님 배고프시죠?

저도 배가 고프네요

우리 식사할까요?



형님

어제는 비가 쏟아붓더니 오늘은 쨍쨍하네요

더우시죠?

이거 같이 나눠 마셔요



이렇게 올린 음식은 형님이 먼저 드시고

배 고픈 이웃이 먹고

남은 것은 주변을 거니는 동물이나 개미가 먹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곳의 모든 동물들은 온순합니다



워낙 여행자들이 드문 길이라

길을 잘 못 들었나 싶었는지

지나가는 택시들이 잠깐 머물렀다 갑니다

여긴 흔히 생각하는 자가용 택시도 있구요


이런 택시도...


이런 택시도 있습니다





떨어져 걷고 있으니

오토바이 옆에 리어카를 동여맨

저 택시가 제 앞에 섰다가

지나갑니다


우리 다섯이 아저씨를 밀고 가는 게 빠를까요

우리를 태우고 아저씨가 끌고가는 속도가 더 빠를까요




비가 다시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고

수영과 산책에 지친 아이들은 새로운 숙소에 들어와 쉬기로 합니다


저는요?


비가 오면

생각나는

맛사쥐~~~


마사지 받으러 가야죠



까타비치 주변은 여행자들의 천국입니다


특히 월, 목요일마다 장이 서는

까타 야시장으로 가는 길은

저렴하면서도 시설이 좋은 호텔 오토바이 랜탈 샵 마사지 음식점이 즐비해요


미리 한 시장조사에서

가격은 모든 샵들이 동일하다는 판단 하에

저는 가장 가까운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비수기에 손님을 맞은

주인장의 얼굴이 확 펴집니다

제 뒤로 중국인 5명이 같이 들어왔거든요

곧이어 젊은 언니가

차이니스 컴! 차이니스 컴!


저는 계속 서있습니다

차이니스가 아니니까요


바쁜 이들 사이에 서있기가 뻘쭘해서 물었습니다

저기여~~~

차이니스만 컴인가요?

차이니스처럼 생긴 사람도 컴인가요?


다소 당황한 아까 그 젊은 언니가 이야기합니다

우리 직원 중에는

차이니스 랭귀지를 쪼큼 하는 사람도 있고

잉글리시를 쪼큼 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바야흐로 글로벌 시대니 까요 호호

손님은 차이니스가 편하세요

잉글리시가 편하세요?


저는 둘 다 불편한데여


아하~~~ 그러시구나

그러면 특별히 이리로 오세요

무조건 편히 모실게요 호호


옷을 벗어 바구니에 넣으시고 엎드려 누워주세요



아까 분명 편히 모신다 한 거 같은데요

일단 한쪽은 커튼이 반밖에 안쳐집니다

그건 어찌해보겠는데

이... 이건 무슨

얼굴을 받치는 쿠션이라고 하기엔 뭔가 좀...

은밀한 부위가 불편할 때 쓰는 방석 같잖아요


포기하는 심정으로 누우려니

또 딜레마에 빠지네요

제 얼굴이 살짝 길긴 하지만

국제 표준 규격을 벗어나진 않을 것 같은데요


이 조그만 구녕에다

나의 눈과 코를 넣을 것인가

코와 입을 넣을 것인가


눈과 코를 넣자 하니

이미 묻은 쿠션의 침 자국

그건 옳지 않다 하고


코와 입을 넣자 하니

눈 가리면 숙면에 취해

힙을 두 번 두드리는

만국 공통 랭귀지에도

뒤집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듯하여


고민 끝에 눈코 입을 가운데로 힘주어 모아

겨우 집어넣고 있자니

침대 밑으로 지나가는 바퀴벌레가

뭐 저리 생긴 인간이 다 있냐며

웃고 지나갈 듯하네






시를 읊고 엎드려 있는 제 위로

나긋나긋한 언니의 음성이 들리고

곧이어 근육이 호강을 하기 시작합니다

참으로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마음에 드는 손놀림에 감동까지 하게 되요


근데 느낌이 이상해요

여긴 남녀 2인 1조로 하나요?

말할 땐 언니 목소린데 오빠 기침 소리가 들려요

좀처럼 릴랙스 하지 못하다

마침내 뒤집어 보니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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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머리에 화장을 곱게 한 오빠?

아니 한때 오빠였던 언니였군요


저는 그동안

제가 참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소수자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죠

그들도 우리와 같이

떳떳이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이 와야 한다구요


그런데 지금 빤쯔만 남긴 상태에서

얇은 천 쪼가리만 덮은 채

온몸을 맡기고 있는 사람이

저와 같은 여성이라는 생각이 안 드네요


sticker sticker


그래도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고

다시 편할 수 있었던 건

그녀의 손길에 사심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겠죠


마지막엔 짧은 대화를 나누고

어머 기집애! 툭툭 치며 장난도 치게 되었어요



묻고 싶은 게 많았죠

늘 이들이 궁금했으니까요

이렇게 살아가는 게 불편하지 않나요

사람들이 어떻게 대해주길 바라나요

어떤 사랑을 하나요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상처받을 것이 분명하기에

하나도 묻지 못했지만요

물론 영어도 불편하고. . .



이제 그녀와의 약속을 지켜야겠네요


1시간 20분 동안 정성 들여 근육을 풀어주고

살짝 얼어있던 제 마음도 녹여주었던 그녀는

푸켓 까타 나이트 마켓에서 가장 가까운

benimo 맛사지샵에서 일하고 있답니다




행복하길 바래요

나보다 예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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