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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 Oct 30. 2017

교토를 걷다1

싱글와이프 in 교토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은 간단했다.     

복잡한 일을 깔끔히 정리(?)하고

무작정 일을 저지르는 것이었다.

그 일환으로...

나를 괴롭히던 정신 사나운 일들을 대충 뒤집어엎어놓고

동갑내기 동네 친구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동행하게 될 친구로 말할 것 같으면 올해 흠..

한 29세쯤으로 하자.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들 하니까.

어쨌든 나와 동갑이다.

이름은 응숙. 프라이버시를 생각해서 본명을 살짝 바꿨다.

숙인 김포 중심지 잘 나가는 외식사업체를 가진 사장님으로서,

현금융통이 잘 되는 지인이기에 늘 가까이하고 싶은 친구다.


우린 애들도 놓고 벌여놓은 일도 수습 안한채

둘이서만 떠날 명분이 없어

그동안 일하며 애 키우느라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니

우리도 좀 즐겨봐야 하지 않겠니

라는 허약한 핑계를 댔다.

마침 매스컴의 영향으로

아내를 멀리 보낸 자는 쿨한 남편으로 추앙받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어 허락은 쉽게 떨어졌다.


나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며 허락을 받아야 했지만

응숙이는 남편에게

‘외국 가서 흑형 좀 만나고 올게.

겁나 잘 한대’라 통보했다.

보통 남편들이었으면 당장 데려가서 집에 꽁꽁 묶어놨을 텐데

숙이의 남편은 '나도 잘하잖아' 하며 애원하였다.

역시 자본이 가진 힘은 대단하다.

이대로 헤어진다면 숙이 남편은 속옷도 벗어 놓고 집을 나가야 할 것이다.          


숙과 나는 (내 계획적인 접근에 의해) 아주 친해진지 5년 된, 죽마고우라 할 수 있지만

여행이 끝난 다음에는 다시 보지 않을 쌍년이 될 수도 있었고

숙이 만난 흑형과 함께 셋이서 돌아와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었다.

우린, 우리 사이에 변수가 생긴다면

남은 일정을 씩씩하게 혼자 마무리하고 쿨하게 각자 돌아오기로 합의했다.  

        

여행 준비는 상당히 피곤한 과정이었다.

비행기 표가 가장 싼 요일과 시간을 검색하는 데에만            수 시간을 할애해놓고

결국엔 더 비싸진 다음에 후회하며 발권을 하게 되었다. 젠장...

더 큰 문제는 숙소였다.

평소 고급 호텔에서만 자 버릇한 숙이와

비싼 곳에서는 억울해서 잠이 안 오는 내가

동시에 만족할 만한 숙소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너무 좋은데 이상하게 싸다 싶으면 중심지에서 택시로 40분 거리에 있고

중심지에서 그럴듯한 숙소를 싸게 판다 싶으면

밤새 오토바이 소리가 들린다거나

바퀴벌레와 정답게 동고동락했다는 후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1주 동안 아고다 호텔스컴바인 부킹닷컴 트리바고를 순회 후

모든 숙소의 접근성과 가격과 후기를 총평하여

결국 인당 3만 원짜리 호스텔 2인실을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여러 종류의 교통패스 중 가장  

합리적인 것을 골라 구입하고 나서는...

아무리 공을 많이 들였어도 모든 부분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아악... 차라리 아무 하고나 결혼하겠어.

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떠나는 날, 아이들의 눈을 보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건 그거고.

우린 결국 떠났다.

절대 뒤돌아 보지 않고...     

그리고 여행은 정말 끝내주게 재미있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야사카도리


교토피스호스텔


후시미이나리


후시미이나리


금각사


렌호스텔 교토


렌 교토호스텔 앞 주점


니시키시장


도시샤대학교 윤동주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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