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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 Oct 31. 2017

교토를 걷다 2

교토타워  교토피스호스텔



오사카의 공항이용료는 비싸다.

양심은 있는지 수속은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모든 수순을 철저히 하면서도 밀리지 않도록  

여러 개의 창구를 열어두고 있다.     

응숙이는 모든 수속과정에서 

창구를 고를 때 단 하나의 기준을 적용했다.

가장 잘생긴 남자가 앉아 있는 곳을 택하는 것이다.

매번 짧은 줄만을 좇는 나와는

생각의 크라스가 다르다.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잘생긴 얼굴을 보며 기다리는 시간은 흐믓하고

설레이며 매우 짧다.


하지만 생긴 남자는 인물값을 한다는 통념은

바다를 건너서도 적용이 되는지

숙이는 매번 관문마다

나는 겪지 않았던 일들을 겪었다.

세관에선 가방을 열어

얼굴 화끈거리는 내용물을 공개해야했고

입국시에도 일본식 영어로 묻는

세세한 질문에 대답을 해야했다.

질문없이 도장 찍어주기로 유명한

오사카공항에서 말이다.


돈은 얼마가져 왔냐 어디서 자냐

꼬치꼬치한 질문에 대

디테일한 답변을 마친 그녀는

모든 귀찮은 일들이 자신의 미모 탓 인 건지

원래 잘생긴 이들이 더 열일을 하는 건지

영양가 없는 질문들로 괴로워야했다.  

   

오사카공항


생각해 보니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올 여름, 샌디에고에서의 일이었다.

인앤아웃버거에서 꼴랑 햄버거 하나 시키는데

너 양파 좋아해?

생 건데? 정말 괜찮아?

토마토는? 원해?

또 필요한 거 없어?

마실거는? 맥주도 있는데...

내 개취에 대해 어찌나 시시콜콜 묻는지

새꺄, 난 너 별루야!!!라고 말할 뻔했다.



시작은 교토역이다.

역 자체가 매우 커다란 백화점 같다.

교토역은 세워질 때부터

교토주민으로부터 박해를 받았다 한다.

그러고 보니 주위 경관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혼자만 현대적인 건물은 일탈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부자연스러움, 불일치 같은 것이 너무나 재밌다.

힙합바지 입은 팬텀싱어,

한복입은 쇼미더머니 랩퍼같지 않은가


교토타워의 생김새는 그냥 그렇다.

저게 타워라고들 하니까 타워인 줄 알지

그냥 굴뚝 같기도 자이로드롭 같기도 하다.

다른 지역의 것과 단순비교분석하는 것은 유치하지만

남산타워를 떠올리고 갔다간

괜시리 어깨뽕만 잔뜩 올라가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얼마나 볼품없는지 사진 한장 찍어오지 않았다.

 

타워에 올라가 야경을 좀 볼까 하다가

눈요기로 소비될 입장료 770엔이 너무 가여워

다른 높은 건물을 프리로 이용하기로 했는데

조금 지나니까 그마저도 궁금하지 않아졌다.

맥주가 너무 고팠던 것이다.    


 

교토역에서 숙소까지 도보로 5분이면 충분할 거리를

헤매고 헤매다 25분만에 주파해서

떨리는 마음으로 체크인을 했다.


교토피스 호스텔. 아침엔 조식코너, 오후엔 커피숍, 저녁엔 바로 운영되던 곳


로비에서 다양한 주류를 판다는 사실에 고무된 숙이는

아직 삼만원짜리 게스트하우스 이층 침대에서

밤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려고 로비에 비치된 책을 하나 집어들었다.

제목은 에로틱저팬 이었다.

아이를 셋이나 낳은,

볼장 다본 여자의 시선으로 보아도

저팬의 에로틱엔 한계가 없었다.



역시 야동강국.

그들의 상상력은 매우 존경스럴 따름이다.

우와~~~ 응숙아 이것봐! 세상에!! 헐!!

그림을 간직하려고 사진을 몇 장 찍으려 했는데 로비에 있는 스텝들이 나를 보며 키득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숙이는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부녀자의 품위를 지켜주길

간절히 애원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복도에 들어서니 선호하는 높이의 베개와

딱 맞는 실내화를 골라가라며

쓸데없이 디테일한 친절을 베푸는 공간이 있었다.



오늘은 만실인데 이용자 대부분이 일본이어서 그런가

복도는 지나치게 조용해서

지구의 자전하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발소리도 조심 문소리도 조심...

소심하게 호실문을 여니,



쿡!

난장이 동굴 같은 미니어처 공간이 나온다.

방문이 아니라 옷장을 연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다.

문 바로 옆으로 제법 안락하고 넓은 이층침대가 있는데

그 침대는 방의 60프로의 공간을 차지한다.


나머지 40프로의 공간을

티비와 세면대 거울 드라이어 옷걸이 창문

등등이 사이좋게 나눠가지고 있었다.

내일 아침 일어나 침대에 걸터앉으면

5센티 앞에 티비가 나타날 것이고

고개를 살짝 틀면 눈꼽 낀 오징어가 거울에 비치며

그대로 고개를 숙이면 세수가 가능할

미니 콤포넌트 같은 방.     


그래도 여행을 오면 내 것이 생겨서 참 좋다.

그곳이 어디든

나를 위한 자리를 한 켠에 놓고 기다린다.

내 좌석, 내 침대, 내 의자, 내 사물함

여기선 특별히 내 베개까지...

그만하면 합격이다.      


새끼들과 떨어져 자는 죄책감에도 불구하고

잠자리는 놀랍도록 편안하고 평온했다.      


    

교토피스호스텔 로비


호스텔 앞 민가


호스텔 앞 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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