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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희 Jun 16. 2023

엄마의 휴가 - 호캉스 편

지난 2주간 남편이 바빴다.


야간근무 사이에만 쉬었으니 내가 느끼기엔 주말 포함 사실상 매일 출근이었다. 와 이제 진짜 한계다.. 하고 설거지하다 눈물이 찔끔 날 때쯤에야 남편의 휴일이 찾아왔다.


인스타에 호캉스 가고 싶다고 구구절절 적은 걸 읽어서 그런지 금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3박 4일 호텔에 다녀오란다. 진짜? 진짜 가라고? 3박 4일을? 가도 돼? 호들갑을 떨다가 남편도 2주간 휴일 없이 일하느라 고생했는데 3박 4일은 인간으로서 갈 수가 없고 2박 3일 가볼까, 알아보는데 아쉽게도 근방에 갈만한 숙소가 마땅치 않았다. 그래. 이번기회는 1박만 하고 담에 힘들 때 또 1박 가자.

밤엔 감기 걸린 둘째 케어 남편이 다하고 점심땐 시어머니께서 닭구이 사주셔서 맛있게 먹고 큰아이 하원하기 전에 호텔로 출발. 좋은 호텔은 아니었지만 그냥 깨끗하고 조용하고 혼자 있다는 점에서 그 어떤 비싼 호텔 스위트룸 부럽지 않았다.


호텔레스토랑에서 저녁 먹고 싶었는데 코로나 여파인지 운영을 하지 않아 동생이 사준 저녁에 편의점표 스파클링와인 사다가 바다를 보며 객실에서 맛있게 먹었다. 내륙에서 태어난 나는 쉽게 보이는 바다가 참 기껍다.


2박이었으면 하루는 새벽까지 놀다가 늦잠 자고 하루는 제시간에 잠들었을 텐데, 1박이라 다음날 집에 가서 육아해야 하는 엄마는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9시까지 자고 느지막이 조식 먹으려고 했는데, 일찍 일어나던 버릇과 집보다 딱딱한 침대 때문에 8시쯤 일어났다. 여유롭게 아침 먹고 일찍 오지 말라는 남편 이야기에 한숨 더 자고 점심때쯤 체크아웃했다.


친구가 남편커피까지 사줘서 그거 들고 집으로 컴백. 집은 여전히 지저분했지만 주방정리랑 설거지랑 분리수거가 다 되어있어서 맘이 아주 기뻤다. 게다가 이렇게 쉬고 왔는데 오늘도 남편이 회사에 안 가고 내일도 안 가고 모레도 낮엔 집에 있다니...? 현실인가? 꿈인가? 싶을 정도였다. 쉬고 와서 남편과 함께하는 육아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수월했다. 회복된 정신과 육아전담하는 남편덕에 그동안 나에게 스트레스를 줬던 묵은 집안일을 이틀에 걸쳐 해치웠다. 스트레스 풀고 와서 또 스트레스가 풀렸다. 너무 조아.....❣ 전화만 하면 엄마 사랑한다는 큰아이도 아빠랑 많이 못 만나서 그런가 엄껌이 너무 심해졌었는데 삼일새에 많이 나아졌다.


육아전담 3일 만에 허리가 아프다는 불쌍한 남편 호캉스는 안 가도 된다 하여 틈틈이 낮잠시간을 선물로 드리고도 여유가 있어 오랜만에 가족들 식사도 신경 써서 차렸다. 남편과 뚝딱이는 하나도 남김없이 맛있게 먹고 빈 그릇으로 내게 보답했다. 기뻤다.


오늘도 어린이집 안 가는 날이라 미리 스트레스받았는데 남편이 아침 7시부터 3시까지 큰아이 풀케어하고 나 낮잠도 한 시간 재워줘서 남은 5시간 힘차게 육아하고 육퇴.


이제 등원 3일 하고 나면, 어린이날 남편 출근한다고 찡찡대는 불쌍한 딸 돌봐주러 엄마아빠가 오신다♥️ 희희. 아주기쁨. 걱정했던 5월 첫 주 수월하게 지나갈 듯싶다. 힘내자. 으랏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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