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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un 26. 2024

여기서 행복할것

예전 책에
'여기서 행복할 것'
이라는 말을 써두었더니
누군가 나에게 일러주었다.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요일의 여행'중에서...



해가 바뀐 지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6월의 끄트머리에 와있다. 집 앞에만 나가도 온몸에 땀이 돋아나는 날들을 지내다 보면 금새 휴가철이 돌아오겠지.


매년 여름마다 휴가 계획을 세우느라 미리부터 검색 신공을 벌였었는데 작년에는 난생처음으로 무계획 여행을 떠났었다.


첫째 날 바닷가 근처의 숙소를 제외하고는 마음이 끌리는 대로 돌아다녔다. 시골 오일장에서 야구르트 아줌마에게 현지인만 알고 있는 계곡을 소개받았고 근처 캠핑장에서 작은 텐트를 치고 밤을 보냈다.


밤새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가 다음날 해가 얼굴을 내밀기도 전에 도망치듯 짐을 챙겨 다른 곳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날을 정해두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 더 놀아도 상관이 없었다. 맛집 검색 없이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가 보는 것도 꽤 재미있었고 차를 타고 가다가 '여기 좋다!'하면 우르르 내려서 구경을 했다. 걱정을 한가득 안고 떠났지만 하나씩 해치우는 미션이 없어 자유롭기까지 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에게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은 큰 도전이었다. 생각보다 별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모두가 아는 유명 여행지가 아니여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바글거리는 사람들 틈을 벗어나 편하게 쉬고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올여름에도 우리 가족은 무계획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어디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기대 반 걱정반이지만 적어도 이제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미리 알아보고 대비하는 그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어느 곳으로 가도 격하게 환호해 주는 두 딸과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 남편이 있기에 올 여름 휴가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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