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괜찮아

나를 알아갈 것

by 책읽는제이

실패해도 괜찮아

-나를 알아갈 것


누구나 꿈을 만들어갈 수 있다. 스스로 꿈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결국 그 꿈을 이룬다. 그런 사람은 아름답다. 우리도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김미경 지음-


랜턴사건 이후, 뭔가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뭐가 하고 싶은지를 모르겠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지금 상황에서 무얼 할 수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했다. 내가 매일 하는 일에서 찾아볼까? 밥하고 청소하고 애들 보는 게 나의 일과다. 이 셋은 자신 있다. 그렇다면 매일 가족들을 위해서 요리하는 영상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려볼까?


'그래 좋아. 유튜버가 되는 거야!'




인터넷 쇼핑몰에서 조명이 달려있는 2만 원짜리 핸드폰 거치대를 구입했다. 화려한 실력은 아니지만 매일 해 먹는 집밥을 최대한 간단하게 찍어서 올려보기로 했다. 긴 영상은 편집할 실력이 되지 못한다. 2~3분짜리 영상하나를 편집하는데도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아이들은 엄마가 대체 뭐하는지 궁금해서 난리다.

"얘들아, 기다려봐. 엄마 지금 일하느라 바쁘다!"


소소하게 한두 명씩 늘어가던 구독자는 멸치볶음 영상 하나가 알고리즘을 타면서 금방 300명이 되고 400명이 됐다. 1000명은 넘어야 수익화가 된다는데 벌써부터 부담스럽고 마음이 쫄리기 시작한다. 내 채널은 악플 없는 청정지역이었지만 누군가의 댓글 하나만 달려도 심장이 콩알만 해졌다. 답글을 다는 것도 어색하기만 했다. 아이들은 입이 근질근질하다.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손가락 걸고 싸인에 도장까지 찍었건만 얼마 지나지 않아 큰 딸이 슬쩍 고백을 한다.


"엄마, 수현이 엄마가 엄마 유튜브 구독했대!"

헉 소리가 난다. 그 엄마랑은 오며 가며 눈인사만 가볍게 나누는 사이였는데.

"어떻게 알고 구독을 한 거야?"

"검색했나 부지~"

"어떻게 알고 검색을 해?"

"내가 이름 알려줬거든"


오 마이갓. 맙소사. 부처님. 할 수만 있다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 갑자기 모든 사람이 나를 주목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조용히 혼자 하고 싶었는데. 아는사람도 별로 없으면서 소문이 퍼지면 어쩌나 괜히 걱정을 한다. 큰일 났다. 구독자가 600명이 넘었다. 영상 올리는 게 무서워졌다. 하루아침에 유튜브를 그만둬버렸다.


한동안 마음이 뒤숭숭했다. 몇 달의 노력이 이렇게 우습게 끝나버리다니. 내가 너무 바보 같았다. 그래도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한번 타오르기 시작한 마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랜만에 메일함에 들어갔다. 수백 통의 광고메일들이 먼지처럼 소복하게 쌓여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일괄삭제를 누르려는 찰나 눈에 띄는 메일이 하나 있다. 클릭해서 읽어보니 블로그에 광고글을 올려주면 1건당 2만 원씩 다음날 바로 입금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광고메일을 이토록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나란 사람. 정말 뭐가 하고 싶긴 했나 보다. 가만있어보자, 다음날 바로 입금을 해준다면 돈 떼 먹힐 일도 없고 사기꾼은 아니지 않을까?


망설이다가 메일 속 연락처로 문자를 보냈고 바로 답장이 왔다. 하루에 2~3건의 광고글을 복사 붙여 넣기로 올려주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업무 었다. 내 글이 검색사이트에 노출이 되는 것만 확인되면 다음날 바로 4~6만 원이 꽂혔다. 세상에 이런 아르바이트가 있다니. 어차피 안 쓰고 방치했던 블로그라서 나에게는 손해볼일 없는 장사였다. 돈을 벌기 시작하니 남편 앞에서도 어깨가 올라갔다. 엄마가 번 돈이라고 생색을 내며 외식을 했다.


마음 한켠에 불안함도 있었지만 이런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감사함마저 느껴졌다.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 갑자기 내 글이 검색을 해도 노출되지 않았다. 일감을 주던 업체는 연락을 끊었고 그렇게 한 달간의 아르바이트도 막을 내렸다. 내 손에 쥐어진 건 100만 원 남짓한 돈. 그 돈으로 노트북을 사고 당시 유행하던 해외구매대행 쇼핑몰을 열었다.


갑자기 사장님이 됐다.


장사를 한다는 건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었다. 사람들이 구매할 만한 제품을 고르는 것부터 비교 검색사이트 상단에 노출시키는 방법까지. 공부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세 달 정도를 밤낮없이 쇼핑몰 운영에 매진했다. 다크서클이 턱아래까지 내려올 지경이었다. 노력 끝에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게 되었고 사업자를 한 개 더 추가해서 총 2개의 사업자로 운영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소심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나는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것도 부담으로 느껴졌다.


고가의 제품은 판매를 하고도 맘 편히 발 뻗고 잠을 자지 못했다. 구매 대행 제품이다 보니 현지에서 배를 타고 출발해서 고객님에게 도착할 때까지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 만에 하나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반품 절차가 까다로웠고 잘못하면 내가 제품을 떠안아야 하는 일도 생겼기에 더욱 그랬다. 100만 원짜리 제품을 3개나 주문했던 고객님께는 전화를 걸어 죄송하지만 제품이 품절됐다는 거짓말을 했다. 문의 전화가 걸려오는 것은 더 무서웠다. 결국 고객센터 전화도 문자전용으로 돌렸다.


세 번째 도전이었다. 이번만큼은 잘하고 싶었다. 무언가 하고 싶지만 일이 커지는 건 원하지 않았던 그때의 나. 남들이 봤을 때는 끊임없이 시도하고 도전하는 사람으로 보였겠지만 그 속은 누구보다 소심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중적인 나를 발견하면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일까 매일 고민했다. 대체 나는 무얼 하고 싶은 걸까?


쇼핑몰은 2년 반 정도 운영을 하다가 폐업을 했다. 세상밖으로 나오기 위한 세 번의 도전은 모두 실패로 끝이 났다. 하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 값진 실패다. 그런 도전들이 없었다면 아직도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고 살았을지 모른다. 처음 유뷰트를 그만두었을 때 그대로 멈춰버렸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라 확신한다. 하지만 나는 또 다른 것을 찾았다. 그것도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또 다른 걸 찾았다.


처음부터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나에게 어떤 게 맞는지 알아내기란 어렵다. 많은 시도를 해봐야 나에게 맞는 것도 찾을 수 있다. 내가 원한 건 유튜버도 쇼핑몰 사장도 아니었다. 돈을 버는 것만이 내가 바라는 전부가 아니란 걸 알았다. 진짜 원하는 것을 다시 찾아보기로 했다. 꿈을 이룬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계속 원했는지 아닌지에 따라 나뉜다. 뻔한 이야기 같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나는 간절히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멈추지 않았다.


네 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꿈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