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가 0순위
- 행동으로 옮길 것
깨달음은 변화의 시작이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인생의 차이를 만드는 독서법 '본깨적', 박상배 지음-
초등학생 시절, 심심할 때마다 혼자 찾아가던 곳이 있다. 집에서 20분 정도를 걸어가야 나오는 2층짜리 큰 서점이었다. 1층에는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작은 의자가 곳곳에 있었다. 어떤 날은 이원복교수님의 '먼 나라 이웃나라'를 읽으면서 미국을 궁금해했고, 에디슨의 발명에 관한 책을 읽을 때에는 엄마 몰래 따뜻한 이불속에 달걀을 넣어두는 상상을 했다. 2층에는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책을 읽다가 군것질이 하고 싶어 지면 주머니 속의 동전들을 모두 털어서 500원짜리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주변에 마땅한 도서관이 없었던 그 시절, 아이스크림을 파는 서점은 나에게 최고의 놀이터이자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는 친구와도 같았다.
지금까지 나의 인생 곳곳에는 여러 분야의 책이 함께 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고민이 생기면 서점에 가서 이 책 저 책을 뒤적이며 서성거리곤 했다. 큰 아이를 임신했을 때에는 갑자기 근현대사에 꽂혀서 교과서를 비롯한 역사책 삼매경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다 둘째를 낳은 이후부터는 점점 책과 멀어졌고 결국 몇 년 동안 전혀 책을 읽지 않았다. 다시 책을 펼친 건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몇 달 전이었다. 아이의 한글 교재를 사러 서점에 갔다가 엄마표 공부에 관한 책을 집어 들었다. 그날 이후부터 대부분 아이와 관련된 책을 읽었다. 아이들을 키우는데 필요한 조언은 대부분 책 속에서 찾았다.
나의 독서는 흥미 위주일 때도 있었지만 내 상황에 필요한 책을 선택한 적이 더 많았다. 처음 아이를 낳았을 때는 육아서적을, 아이가 학교에 입학할 무렵에는 자녀교육 서적을, 그리고 간절하게 변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에는 신기하게도 나에게 꼭 필요한 자기 계발서를 운명처럼 만났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읽었던 다른 책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책장을 덮고 나면 저자가 말했던 그 책을 찾았다. 그리고 그 책을 읽으면서 책 속에서 알려주는 또 다른 책을 미리 찾아놓는다. 그렇게 책과 책은 연결이 되어 독서의 흐름이 끊기지 않았고 시간이 갈수록 읽고 싶은 책이 점점 쌓여갔다.
책에는 저자의 인생이 담겨있다. 나는 그들의 인생 속으로 들어가 옆에서 함께 걸어가듯 천천히 읽어 내려간다. 모든 것을 다 이룬 것처럼 보여도 번아웃을 겪고 있던 사람은 독서를 통해서 용기를 얻었고 결국 도서인플루언서가 되었다. 외모, 학벌 등의 콤플렉스를 안고 살던 젊은 청년은 운명을 거스르는 새로운 발상으로 스스로의 인생을 변화시켰다. 따뜻한 삶에 대한 통찰의 글을 전하던 평범한 직장인은 수만 명에게 지지를 받으며 그를 닮고 싶어 하는 팬을 거느린 작가가 됐다. 책 속에서 만난 그들의 인생에는 포기란 없었다. 주저앉지도 않았다. 그저 도전하고 또 도전했을 뿐이다.
누구에게나 힘든 시절이 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다. 누가 더 힘들고 덜 힘든지는 비교하기 어렵다. 그 힘든 순간에도 누군가는 돌파구를 찾는다. 그리고 달라지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을 한다. 어떤 사람은 '내 인생은 왜 이럴까' 한탄을 하고 있지만 책 속의 주인공들은 달랐다. 나는 그들의 여정을 지켜보며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들을 닮아가고 싶었다.
삶을 바꾸는 독서를 시작하다
책을 읽고 나면 며칠만 지나도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시간이 많이 흐르면 그 책을 내가 읽었는지 조차 잊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이 소중한 이야기들을 잊고 싶지 않았다. 노트를 펼쳐 마음에 남는 문장을 메모했다. 책에 대한 감상을 적었다. 그리고 그들을 따라 해 보기로 했다.
'본, 깨, 적'이라는 책의 가이드에 따라 "ONE BOOK, ONE MESSAGE, ONE ACTION (원 북, 원 메시지, 원 액션)"을 실천하기로 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책에서 말한 메시지 중에 한 가지를 행동에 옮기기로 한 것이다.
가장 먼저 실천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원 씽(ONE THING)이라는 책에서 이야기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선택하라'였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렇겠지만 가족을 먼저 챙기다 보면 내 시간이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당장 해야 하는 일'들에 치여 우선순위가 밀려난다. 책 좀 읽고 싶어도 아이들이 올 시간이 되면 간식을 준비해야 하고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열었다가도 아이들이 만들기 도안을 뽑는다고 하면 자리를 비켜줬다. 하지만 이제 나로 살기로 한 이상 내가 원하는 일을 더 이상 뒤로 미루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제는 내가 0순위이다.
책을 읽고, 노트에 메모를 하는 것이 하루 일과 중에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일이 되었다. 오전 6시 반에 일어나면 남편의 아침밥을 차려놓고 곧바로 책을 펼쳤다. 남편이 출근을 하고 나면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까지 다시 침대에 눕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이른 아침의 조용한 시간은 집중도 잘 되고 어떤 방해도 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이었다. 아이들을 등교시킨 이후에는 집안일을 하고 있지만 나는 이미 내가 원하는 일을 끝내놓은 사람이 되었다. 가장 하고 싶은 일로 하루를 시작하다 보니 삶의 의욕이 생겼다. 빨리 할 일을 끝내고 다른 것도 하고 싶어졌다. 책 속의 메시지는 내 삶에 깊이 스며들었고 나도 모르는 사이 우울감이 점점 사라졌다.
서점에 쪼그리고 앉아 아이스크림을 아껴먹던 어린 시절만큼 지금의 독서가 너무 달콤하다. 노트와 마음에 남겼던 문장들은 레고를 조립하듯 나를 만들어 간다. 꼼꼼하게 밑줄을 치고 인덱스를 잔뜩 붙여놓은 책은 저자와 내가 주고받은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유명 철학자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몇백 년 전에도,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 중에도 훌륭한 이들이 너무나 많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앞으로도 그들의 책을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매일 책을 읽고 밑줄을 친다. 오늘도 나는 내 인생을 만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