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점수는요
- 글쓰기를 시작할 것
큰돈 들여 마음 공부할 필요 있나요? 내가 대면할 용기가 없어 외면하고 있는 '그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시작은 그 분야의 책 읽기부터고요. 읽은 걸 서평으로 남기는 겁니다. 읽고 쓰고 깨지고 변화하는 과정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 기록으로 남기면 그게 바로 나의 콘텐츠입니다.
-서평 쉽게 쓰는 법, 이혜진 지음-
"나 진짜 인생책을 만난 것 같아, 읽는데 눈물이 다 났다니까"
"진짜? 무슨 내용인데?"
"그러니까.. 그게.. 메모를 쓰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것을 찾게 된다는 내용이었는데..."
분명히 나의 가슴을 후벼 팠던 책이다. 막상 동생에게 그 내용을 전달하려니 머릿속이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 이야기해 주고 싶은 내용들이 서로 뒤죽박죽 섞여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동생의 표정은 이미 흥미가 떨어진 듯 보였다.
"다음에 너도 꼭 읽어봐~!"
그래. 너도 읽어보면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예전에는 책을 깨끗하게 읽는 습관이 있었다. 책장을 넘길 때도 행여나 구겨질까 활짝 펼치지도 못하고 아껴서 읽었다. 좋아하는 책일수록 깨끗하게 소장하고 싶었다. 책을 읽는 순간에는 마음에 와닿는 내용이 너무 많아서 '맞아, 맞아"를 수없이 외쳤던 책도 시간이 흐르면 당시에 느꼈던 감정이 어땠는지 점점 희미해졌다. '중심내용이 대충 이런 거였지' 정도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조심히 읽느라 새것과 같던 책들은 결국 상태가 '최상'인 중고가 되어 내 손을 떠나갔다.
자녀교육서를 읽으면서부터는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쳤다. 나중에 실생활에서 적용을 해봐야 했기 때문에 잊지 않도록 표시를 했다. 줄 쳐진 옆에는 짤막하게 내 생각을 메모하기도 했다. 한참 뒤에 다시 책을 펼쳐도 밑줄이 쳐진 부분을 읽다 보면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었는지 어떤 이야기에 공감을 했었는지가 떠올랐다. 이전과는 다른 부분에서 또 다른 감정이 피어오르기도 했다. 그러다가 오래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을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그렇게 끄적여놓은 서로 다른 메모들은 한 덩어리가 되어 내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선명하게 드러냈다. 그중에 따라 하고 싶은 한 가지를 실천에 옮겼다. 여기까지가 내가 하고 있는 최선의 독후 활동이었다.
처음 서평을 쓴 건 아이들 책을 공짜로 받을 수 있는 체험단을 했을 때였다. 첫 신청이었는데 덜컥 선정이 됐다. 아이들이 좋아해서 다행이긴 한데 서평을 쓰는 숙제가 남아있었다. 괜히 신청했나 싶다. 독후감이라면 학창 시절이 마지막이었다. 겨우 몇 줄을 써놓고서는 영 맘에 들지 않아 쓰고 지우고 반복했다. 꼬박 하루를 고민을 하고서야 서평이 완성됐다. 어설프지만 누군가의 책을 읽고 소개하는 글을 쓴다는 건 특별한 경험이었다.
공짜 책을 받았던 체험단을 계기로 종종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서평을 쓰기 위한 책 읽기를 시작하면 마음가짐부터가 달라진다. 전에는 내가 공감할만한 내용을 찾았다면 이제는 저자가 보였다. 어떤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어야 할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서평을 써야 한다는 목표가 생기니 생각의 범위가 넓어졌다.
독서를 꾸준히 하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강조하는 것이 책은 읽는 것만큼이나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아웃풋이 없는 인풋(독서)은 그저 읽는 행위에서 그치고 만다. 책에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감탄만 하지 말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리고 남기고 싶은 내용과 느꼈던 감정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서는 '기록'이라는 아웃풋이 동반되면 더욱 좋다.
처음에는 서평이라는 이름이 주는 부담감도 있었다. '서평'은 책을 소개하는 글이기에 저자의 의도나 주제, 논리적인 설명에 대해서 평가와 비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이 된 듯 객관적인 시선으로 책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일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고 간직해야 할 문장이 다른 만큼 내 상황에서 특별하게 느껴졌던 내용에 대해 쓰고 싶었다. 그래서 책리뷰, 혹은 책 후기정도의 말이 더 어울리는 글을 쓰고 있다.
'서평 쉽게 쓰는 법'이라는 책에서는 이런 글을 '서평후감'이라고 말한다. 서평과 독후감의 중간지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단순한 책 소개나 정보의 전달이 아니다. 내 삶에서의 적용점을 이야기하며 '읽을 것인가, 읽지 않을 것인가' 선별을 할 수 있도록 내 생각을 나누는 글이다.
"책 한 권을 다 읽었는데도 남는 게 없어"
요즘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에는 주변에 있는 많은 것들을 보지 못하고 지나칠 때가 많다. 짧은 동영상에 익숙해져서 영화 한 편 끝까지 보는 것을 지겹다고 느낀다. 이런 세상 속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잠시 경로를 벗어나 산책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내 안에서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를 지켜볼 수 있고 빨랐다면 보지 못했을 모습을 발견한다. 평소에는 "오늘 저녁에 어떤 반찬을 할까?" "애들한테 어떤 문제집을 사줘야 하나" 이 정도의 짧은 생각들만 하며 지내다가도 독서를 하는 동안에는 저자가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 읽는 내내 생각을 한다. 거의 유일하게 깊은 생각에 빠지는 시간이다.
아무런 목적 없이 후루룩 읽어 넘긴 책은 그만큼 기억에서도 빠르게 휘발된다. 달라지고 싶다면 나에게 도움 될만한 내용을 찾아 밑줄을 치자. 어떤 점이 유난히 공감이 되었는지, 혹은 어떤 이야기에서 반감이 들었는지.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 나는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를 글로 써보자. 여러 감정들이 뒤엉켜 있다가도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정리가 된다. 결국 나에게 가장 도움 되는 문장들이 남는다.
맛집이 있으면 친한 친구에게 알려주고 싶듯이 독서를 통해 알게 된 의미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때 뿌듯함이 있다. 글의 가치를 떠나서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성취감도 느낀다. 그것은 행복과도 연결이 됐다. 내가 바라는 삶이 어떤 건지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인생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다. 누구나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나에게 그 시작은 글쓰기였다. 그중에서 서평은 내가 선택한 첫 도전이었다.
어떤 일을 해야 내가 행복한지, 내가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누군가는 그 마음을 드러내며 도전을 하고, 또 누군가는 꼭꼭 감춘다. 말로만 "이제부터 달라질 거야!"라고 외친다고 해서 오늘부터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 결심을 했으면 행동이 바뀌어야 한다. 내 상황이 안 좋다고 느낀다면 원하는 것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글쓰기를 통해 관심사에 다가가다 보니 조금씩 약점과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 작은 것을 실천하면서부터 변화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