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깍두기공책에 도장 찍는 아이들

자기주도학습의 기록 1

by 책읽는제이
자기주도학습1 (1).jpg

안녕하세요 책 읽는 제이입니다.


이제 곧 초6, 초4가 되는 저희 두 딸은 저와 함께 집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학습 관련 학원은 다니지 않고 있고요. 대신 학습기의 도움을 받으며 교과서와 문제집을 활용하여 스스로 공부를 하고 있어요. 집공부를 시작한 지도 이제 며칠뒤면 7년 차로 접어들게 되네요.


저희 아이들의 자기주도학습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큰아이가 7살, 작은 아이가 5살 때였어요. 자기주도학습이라고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사실 처음에는 '자기 일을 스스로 하는 사람으로 키우자'로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어렸기 때문에 매일 해야 할 일들을 깍두기공책 (네모칸 공책)에 적어주고서는 아이가 하나씩 해치울 때마다 도장을 팡팡 찍도록 했었죠. 어쩌면 그 일이 공부 플래너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때는 책 읽기, 밀크T(학습기), 씻기, 로션 바르기, 벗은 옷 빨래바구니에 넣기.. 대충 이런 것들을 노트에 써주었고 아이들은 하나씩 할 때마다 신이 나서 도장을 찍었어요. 문구점을 갈 때마다 마음에 드는 도장을 하나씩 사는 재미는 덤이었죠.


당시 5살이던 둘째는 아무것도 써주지 않은 공책에 책을 한 권 볼때마다 도장을 주구장창 찍으며 언니를 따라 했답니다.


KakaoTalk_20240119_000433393_07.jpg 큰아이가 2학년 때 쓰던 노트

처음 시작했을 때 노트를 이사를 하면서 버린 건지,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고요. 2학년 때 노트를 찾았는데 이제 보니 너무 별거 없나 싶기도 하네요. 아이는 이렇게 도장을 찍으면서 자기가 매일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볼 수가 있었어요.


SE-3f20522e-32c1-4e52-855a-351a406a4022.jpg 예비초 4 겨울방학 때 체크리스트, 도장대신 사인하기

공부가 끝난 뒤 책상 정리하기, 씻고 나오면 바로 옷 치우기, 엄마가 정해주는 1인 1 역할하기.. 이러한 생활습관도 체크리스트에 추가가 되었습니다. 매일 같이 하는 이야기들이 아이에게는 잔소리가 되는 듯해서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지요.


어느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아이가 알아서 할 거라는 기대를 버리고 그냥 계속 알려줘야 한다고 하시네요. 어른이 되서까지 그러지는 않을 거라며..


SE-05521bc9-e77f-4987-bb7f-7fff83b1987c.jpg 4학년 1학기 체크리스트
SE-488c5960-d4d5-4113-aa43-0e2a58f07ffd.jpg 4학년 2학기 겨울방학 때 시간관리형 플래너

4학년때에는 시간관리형 체크리스트를 사용해 보았습니다. 매일 해야 할 일들을 모두 알고 있으니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체크하며 공부했던 것인데요. 이 플래너의 특징은 바로 공부하는 시간이 얼마 안 돼 보인 다는 것입니다.


아이 스스로도 플래너를 봤을 때 '공부하는 시간이 별로 많지 않구나'라고 느끼고 공부를 끝낸 뒤에는 아주 긴 자유시간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거죠. 그래서 그 짧은(?) 공부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에요.


플래너의 효과 덕분이었을까요? 2시간 공부를 하는 중간에 10분 정도 쉬는 시간을 갖는 것 외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집중해서 잘했고요. 5학년이 된 후부터는 2시간 반~ 3시간으로 공부시간과 양도 늘려갔습니다. 둘째 아이는 초등 3학년 올 한 해 동안 체크리스트에 표시를 해가며 매일 2시간 정도를 함께 공부했습니다.


KakaoTalk_20240119_000433393_06.jpg 초등 2학년 여름방학

일주일 동안 열심히 도장을 찍고 나면 적절한 보상도 해주었어요. 저는 쿠폰을 만들어서 줬는데요.


SE-8f6afd21-9fd8-4960-ae18-4fb452c1ba22.jpg 처음 만들었던 쿠폰

아이가 마음에 드는 쿠폰을 직접 뽑게도 했었고, 어떤 날은 눈을 감고 랜덤 뽑기를 하기도 했어요. 어찌나 떨려하면서 뽑던지~ 마음에 안 드는 게 나와서 시무룩해하면 보너스로 한 장 더 뽑게도 해주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SE-5bad3cae-38fe-4c11-8cc6-1cbf2856956b.jpg 진화된 쿠폰들

쿠폰 내용도 조금 진화가 되었죠? 먹을 거를 너무나 좋아하는 큰 아이 때문에 음식 관련 쿠폰이 늘어났고요. 혼자 편의점도 가보고 싶어 해서 용돈 쿠폰도 만들었어요.


게임하기, 티브이 보기 같은 쿠폰도 중간에 잠시 넣어준 적이 있었지만 얼마 안 가 제외를 시켰습니다. 내가 열심히 공부를 해서 얻는 것이 게임이라니, 그건 좀 아닌 것 같더라고요.


SE-4c3d5330-d8f2-4a3a-8464-6d164b0ac676.jpg 칭찬스티커 붙이기
SE-87e2b669-2e57-4259-a2f7-a1c282721504.jpg 엄마표 상장들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칭찬스티커도 한 장씩 붙이고, 다 붙였을 때는 원하는 책을 한 권 사주면서 엄마랑 데이트도 했어요. 목표했던 문제집을 끝까지 마쳤을 때에는 엄마표 상장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코로나로 가정학습을 하던 기간에는 큰아이가 문제집을 6권이나 끝까지 마쳤네요. 기특한 딸입니다^^


이런 것들이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너무나 재밌어했고, 엄마가 만든 상장 하나에도 굉장히 뿌듯해했습니다. 열심히 노력한 아이들을 인정해 주는 제 마음도 기뻤고요. 노력의 과정에 대한 칭찬은 다음을 시작하게 하는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초등 고학년이 된 지금은 쿠폰이나 상장 같은 보상은 이제 하지 않고요. 일주일에 한 번씩 용돈을 주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머니가 최고인가 봅니다^^;;


SE-41639e26-e333-42ea-a8e3-eec9e333fa00.jpg
SE-208eb171-2112-4c89-9065-06e075d6b1f0.jpg


초등 공부플래너에 직접 체크를 하며 매일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눈으로 보는 연습, 그리고 충실히 해나갔을 때 부모님의 칭찬과 재미있는 보상들. 저희 아이들에게는 자기 주도학습을 지속할 수 있게 해 주었던 중요한 두 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언제나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 엄마가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세요. 스스로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아이들은 건강한 자존감을 쌓아갑니다.


자기주도학습을 시작한 지 7년째 접어드는 제이네, 그동안의 도전과 경험, 실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