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성장] 어른의 의미

by J Park

오래된 앨범을 정리하던 날, 서른 권이 넘는 앨범 속 사진들을 하나씩 넘겨보다 문득 어머니의 빨간 무스탕 재킷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파스텔 톤도 아닌 쨍한 빨간색 무스탕이라니. 보자마자 어머니에게 "이건 어디서 샀었어?" 하고 물으며 껄껄 웃었습니다. 어머닌 젊은 시절 사진이 민망한지, 아버지가 갑자기 사 온 거라며 손사래를 치셨어요. 그 모습이 재미있어 몇 번 더 놀린 후 나머지 사진들도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몇 백 장의 사진을 정리하느라 마음은 급한데, 문제의 빨간 무스탕 재킷을 입은 어머니가 반복해서 등장하는 바람에 집중이 잘 되지 않더라고요. 배경은 계속 달라지는데 이토록 꿋꿋하게 버티는 무스탕이라니. 마치 '월리를 찾아라' 게임을 하는 마음으로 무스탕이 나온 사진만 따로 모아 바닥에 펼쳐 놓았어요. 그렇게 장난 준비를 완료하고 어머니를 불러오려는 찰나, 불현듯 사진 속 저와 누나의 옷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같은 옷을 입은 어머니 옆, 우리 남매의 옷은 계속 바뀌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던 파란색 잠바며 누나가 좋아하던 칼라풀한 바지들.. 멋을 잔뜩 부린 아이들 옆에 수줍게 웃고 있는 어머니를 보며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껄껄 웃던 제가 갑자기 조용해진 것이 신기했는지, 어머니가 오셔서는 "겨울 옷 중에 그게 제일 따뜻해서 입은 거야"라고 부연 설명을 해주셨어요.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면서 아이들을 키우느라 옷 사러 갈 시간도 없었다고 하시면서요.


한참 동안 사진을 보고 또 보며 '어른이란 무엇인가'. '부모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옛날 사진을 보며 놀릴 준비를 하는 나는 여전히 작은 아이인데, 촌스러운 무스탕 재킷이 전혀 부끄럽지 않은 어머니는 큰 어른이구나. 본인 옷 살 시간은 없는데 아이들 옷 살 시간은 있는 게 부모구나. 사진 속 내가 활짝 웃고 있는 건 좋은 부모님을 만났기 때문이구나.


결국 어른이 된다는 건 지켜야 될 것과 포기할 것 사이에서 나만의 답을 찾는 건 아닐까요. 모처럼 만난 어린 시절 사진 덕분에 저도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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