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연구계획서에 대해서 쓰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도 무척 기쁘다.
이 글 이후에는 아래 세 개의 주제를 남겨두고 있다.
- 교수 컨택하기: 그들은 연구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 나만의 TIP: 교수 구별법
- 대학원 입학을 축하합니다: 학술정보원이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크롬을 사용하는데도 브런치 editor가 잘 안돼서 서식 효과를 충분하게 주지 못함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대학원 입학지원서를 작성할 때, 많은 지원자들이 자신을 소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쉽게 여기는 듯하고, 연구계획서 부분을 굉장히 막연하면서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대학원생의 삶을 경험해본 내가 그 때를 돌아볼 때, 실질적인 중요도는 자기소개 부분이 월등히 높다. 물론 이건 석사 지원생들에 한해서라는 조건이 필요하다. 박사 지원을 할 정도면 연구계획서도 큰 비중을 갖는다.
지원자가 작성하기 어려워한다고 해서 그게 바로 중요도가 높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해 ‘어렵다’기보다는 그저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앞에서 연구계획서는 “분석적 사고”를 나타내는 부분이라고 간략하게 설명했었다. 여기서 “분석적 사고”란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논문을 작성할 수 있는 기초적인 수준”을 의미한다. 그걸 아주 쉽게는 “너 학부 때 공부 좀 했어?”라고 뭉뚱그려 표현할 수도 있다.
지원서의 앞부분을 공부를 하려는 이유, 열망, 학구열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표현한다면, 연구계획서는 한 단어로 ‘기술’이다.
내가 올 여름에 재밌게 읽은 몇 권의 책들이 우연히도 다음의 내용을 공통으로 언급했다. “리처드 파인만이 말한 인류가 남겨야 하는 단 하나의 지식으로서 ‘원자론’”. 이 글을 읽고 있는, 대학원을 진학하려는 분들에게 내가 드릴 수 있는 단 하나의 정보를 남긴다면, 나는 “논문을 읽으세요”라고 말하겠다.
‘영어를 잘 못해요’, ‘지원서를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등등 여러 질문에 대해서 내가 답했던 말들의 원류를 거슬러 가면 그곳에는 논문이 있다. 발췌하고 축약한 것 말고 원문 그대로의 논문을 아직 한 번이라고 안 읽어봤다면 꼭 읽기를 추천한다.
대학원생이 되면 뭘 하게 될까?
돈은 제대로 못 벌고 비싼 등록금 내면서 고통받는 일?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건 환경적인 부분에 가까우니 주체자로서 ‘행위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사실 대학원생이 하는 일은 여느 수련이 필요한 행위들과 무관하지 않다. 어떤 것을 업으로 삼으려는/삼고 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필요한 세 가지는 아래와 같다.
1. 기초 체력 키우기
2. 기술 연마
3. 연습을 통한 피드백
요즘 복싱을 재밌게 배우고 있어서 복싱으로 간단히 예시를 들어보면,
1. 기초 체력 키우기 – 줄넘기, 달리기, 근력운동
2. 기술 연마 – 쉐도우 복싱
3. 연습을 통한 피드백 – 관장님과 합 맞추기, 스파링
이렇게 대강 분류를 해볼 수 있겠다.
다시 본 주제로 돌아와 대학원생이 하는 일을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기초 체력 키우기 – 양질의 연구 자료 찾기, 대량의 정보들을 일목요연하게 내용 정리하기, 연구자료들을 찾기 쉽게 분류하기 등
2. 기술 연마 – 발제문/발표문/논문 작성 방법 익히기, 연구 계획 및 실행을 위한 방법론 배우기 등
3. 연습을 통한 피드백 – 발제/발표하기, 논문 투고하기
앞에서 말한 세 가지 일들을 좀 더 살펴보자.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지원자 여러분은 저 세가지 중에 어느 것을 해봤고, 익숙하게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아예 없다고 해도 괜찮다. 많은 사람들이 그럴 거다. 이미 좀 익숙한 사람들은 극히 적고, 애초에 이 글을 찾아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도 하니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들도 ‘아예 없음’에 가까운 사람들이니까.
우리는 얕지만 핵심을 건드리면서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면 된다. “들어는 봤어요! 이런 거 아닌가요?”라며 어설프지만 맞는 말을 하는 컨셉이다. 그런데 이게 지원서를 읽는 교수들에게 먹히려면 논문의 형식을 빌려오는 방법이 최고이다. 그렇기 때문에 논문을 하나라도 읽기를 추천한다.
내가 가진 ‘기술’, 정확히 말하자면 ‘기술’의 형식을 빌려서 기초 체력이 좀 있다는 걸 강조하는 방식이 내가 추천하는 연구계획서 작성 방식이다. 이 단계에서는 자기 소개처럼 내용을 깊이 고민할 필요가 별로 없다. 바로 리서치로 뛰어들면 된다.
[필수 준비물]
- 전공 관련 관심 소재
- 소재와 관련된 최신 논문 최소 2건(너무 많을 필요 없음)
- 주의: 논문의 저자가 겹치지 않는 것을 추천
[선택 준비물]
- 소재와 관련된 최신 기사 1건(가능하면 여러 개도 상관없으나 너무 많을 필요 없음)
- 그 외 개인 리서치로 찾아 넣고 싶은 자료들
[연구계획서 작성법]
1. 관심 소재에 대한 소개
연구가 필요할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내가 그 소재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이유
- 최신 기사의 말을 빌려서 혹은 ‘연구가 많이 되어서…’ 등 이유를 가볍게 소개
- 중요도: 하
- 영향력: mainly 하, but sometimes (자기 소개와 연관되어 시너지가 나는 경우, 전공 특성이나 교수 성향에 따라) 최상
2. 선행 연구 간략 정리
소재와 관련된 최신 연구 2건에 대해서 핵심 요약 정리
- ‘최신’의 기준: 되도록 2~3년 이내, 소재에 따라 5년 이내도 괜찮음
- 핵심 요약에 들어가는 항목들 예시: 연구 목적, 연구 결과와 함의, 필요한 경우 방법론, 그 외 강조하고 싶은 내용
- 중요도: 중
- 영향력: 중
3. 연구 질문 세우기
위 선행 연구들을 통해서 어떤 부분을 더 알고 싶은 지 연구 질문과 가설 정리
- 시간 여유가 있다면 어떤 방법론으로 연구해보고 싶은 지 추가 가능(권장)
- 중요도: 상
- 영향력: 중~상
4. 참고 문헌 정리
연구계획서에서 언급한 자료들을 본인이 지원하는 전공에 맞는 참고 문헌 표기법으로 작성
- 참고 문헌 표기법을 잘 모르겠다면, 본인이 활용한 최신 논문 또는 전공 교수가 쓴 학회 논문의 참고 문헌 영역을 보고 똑같은 규칙으로 작성하면 됨. 자세한 표기 규칙을 알고 싶다면, 해당 학회 홈페이지 자료에서 정리된 내용을 찾을 수 있음.
- 대충 학회 찾는 방법: 사회과학쪽이라면 ‘한국(전공)학회’라고 검색하면 다 나온다. 한국경제학회, 한국정치학회, 한국사회학회…
- 제대로 학회 찾는 방법: RISS에서 관심 소재에 대해서 “국내학술논문”으로 검색하면 결과 페이지가 나온다. 옆에 보면 필터가 있고, 거기에서 본인 지원 전공 분야를 “주제분류”에서 선택하고 “학술지명”을 보면 학회들을 확인할 수 있다. 발행연도와 등재정보도 조건 설정이 가능하다.
- 중요도: 하
- 영향력: 하~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