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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친구 지혜 Jul 20. 2023

대학원 입시 유료 컨설팅을 받기 전 필독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법 

오랜만에 글을 쓴다.

거의 10개월 만에 글을 올린다.

그 사이에 내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구독을 해주셔서 얼른 다시 글을 써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 그 이후로 바쁠 때는 하루에 12시간씩 기본으로 일을 해서 글을 쓰는 여유를 갖기 어려웠다는 변명으로 시작을 해보려고 한다. 


한여름의 어느 날에 이렇게 글을 오랜만에 쓰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내 신변의 변화가 생긴 것도 그렇고, SNS에서 대학원 입시 관련해서 컨설팅을 해준다는 유료 서비스에 대한 광고를 우연히 봐서도 그렇다. 저 10개월 동안 나 또한 대학원 입시와 관련해서 여러 조언들을 하기도 했다.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다.


“웬만해서는 대학원 입시를 위해서 유료 서비스 이용보다 스스로 해나가길 바란다.”


물론 그런 서비스를 소비하는 건 자유이지만, 내 기준에서는 그럴 만한 가치가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적인 용어를 빌리자면, 소비한 비용 대비 효용가치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의 마지막에는 상담을 하면서 질문을 받았던 부분들과 만약에 유료 컨설팅을 받아야겠다면 참고해야 하는 기준들을 간단하게 정리해봤다.


물론 나도 대학원 입시 컨설팅을 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글을 쓰고는 있지만, 직장인분들에게만 돈을 받았고, 그런 경험들을 일종의 갈고리(hook)로 이용했을 뿐이다.





상담을 하면서 느낀 거지만, 정말 대학원에 가고 싶은 마음에, 특히 본인의 학부 대학교와 지원하려는 대학원의 사회적 기대 수준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더 절실하기 때문에 돈을 써가며 대학원 입시 컨설팅을 요청하는 그 마음은 충분이 이해를 한다. 


하지만 좀 더 고민을 해보면 어떨까. 대학원 입시 원서 작성은 내가 이전 글에도 서술했지만, 대학원 과정을 위한 정말 기초적인 작업에 불과하다. 대학원에 가면 교수들은 구체적인 지시없이 많은 분량의 수업자료들을 내주고는 알아서 정리해오라고 한다. (정리하라고 말해주는 교수도 어찌보면 친절한 거다. 교수가 작성한 수업자료에 본인이 추가적으로 정보를 찾아서 덧붙이지 않으면 충분히 소화하기가 어렵다) 본인이 스스로 생각과 목표를 벼리는 연습을 입시 때부터 하지 않으면, 대학원 과정은 더 힘들고, 논문을 작성하는 일은 엄두를 내기도 어려울 거다.


개인이 필요한 서비스를 위해 소비를 하는 것에 있어서 방해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최근에 나의 전공과는 전혀 다른, 두루뭉술하게 화학쪽 전공의 학부생분을 도와주고 그 결과도 좋게 나오면서 내 안에 확신이 생겼다. 


대학원 입시와 관련해서 방도가 있다면, 그건 다름이 아니라 “나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건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일이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그리스 신화를 어느 정도 아는 분이라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이야기를 알 거다.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자는 길 가는 나그네를 극진히 대접하고는 잠자리로 제공하는 침대에 맞게 사람들의 몸을 잘라 죽이는 살인자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주로 다양성을 소거하는 획일적인 기준에 대한 비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어떤 분이 대학원 입시 원서 작성과 관련해서 돈을 주고 (내 기준 꽤나 비싼 금액이었다) 자기소개서를 요청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결과물로 받은 자기소개서의 내용에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의 이야기가 들어있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비싸게 받는다고?’, ‘내가 더 잘 가이드해줄 수 있는데’, ‘나도 그렇게 받아야 하나’ 등 정말 개인적인 이득과 관련된 생각들이었다. 주변에서는 네 노력만큼의 돈을 받고 경제적인 효율이 높은 투잡으로 더 성장시켜 보라는 말들도 많이 듣던 시기였어서 그랬던 것 같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인게, 맞춤형으로 지원서를 작성하는 일은 품이 생각보다 많이 든다. 머리도 많이 써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


하지만, 고민 끝에 다시금 내 입장을 정리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되도록 혼자서 하기를 추천해드리고

나는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써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내가 첫 글에서 말했듯이,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서 정말 별 거 없는 대학원 입시를 어렵고 막막하게 느끼는, 과거의 나와 같은 사람들을 돕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원서 작성은,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한정된 사이즈의 기성복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여러분을 억지로 구겨 넣고 잘라내는 게 아니라, 여러분에게 잘 맞고 여러분이기 때문에 가능한 맞춤복을 만들어주는 일이어야 한다.





그래서 아래는 상담하면서 많이 들은 질문들이나 걱정들을 기억나는 대로 정리해봤다.

지금까지 내가 쓴 글을 보면서 어려움을 느꼈을 부분에 대한 적용방법들이다.



대학원 입시 상담을 하면서 자주 들은 질문

(내용이 긴 편이라서 아래 제목을 검색하여 찾아보길 추천한다)

1. 자신이 해낸 성취, 성과가 무엇인지 모를 때

2. 성취한 내용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표현해야 할까: 결과를 빛내는 선택의 이유와 과정

3. 도움을 요청해라: 도움 요청과 이용의 차이는 진정성 있는 태도에 있다.

4. 대학원? 생각보다 잘 모르고 지원하는 사람 많다. 걱정마라. 

5. 제일 하고 싶었던 말

6.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료 컨설팅을 찾고 있다면 제안하는 두 가지 기준

 

 

1. 자신이 해낸 성취, 성과가 무엇인지 모를 때

내가 컨설팅에 매력을 느끼게 된 이유 중에 하나는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강점이나 성과를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속담을 가져오지 않더라도 나 또한 타인이 평가하는 내 자신보다 스스로 평가절하를 하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타인으로부터 좋은 점을 발견해서 구체적으로 칭찬하기를 즐겨하는 나에게는 컨설팅이라는 직무가 정말 잘 맞는다. 자신이 좋아하고, 쉽게 할 수 있는 일로 남을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자, 그렇다면 내가 남들과는 다르게 나만이 가진 성취나 성과를 어떻게 자가진단 할 수 있을까?



1-1. 준거집단을 탐색하자

본인의 고등학교 친구든 대학교 과동기든, 동아리 멤버든 본인과 비슷한 조건(학과, 관심분야, 진로 등)에 있는 사람들을 작게는 2명, 많게는 5명 정도로 떠올려보자. 이 사람들은 이제부터 나의 준거집단이다. 그 사람들의 성향이나 성장배경이 자신과는 다를수록 스스로의 특징을 찾아내는 데에 더 도움을 줄 수 있다.



1-2. 스스로에 대한 기록

그리고 내가 대학생으로서 해왔던 일들을 사소하든 중대하든 상관없이 빠짐없이 적어보자. 하다못해 편의점 알바도 괜찮다. 수업에서 발표를 한 것도 상관없다. 일단 다 적어보자. 본인의 어느 경험이 가치가 있는지는 사람들마다 다 다르게 판단할 거다. 본인은 이런 경험이 무슨 도움이 되겠어, 라고 말해도 교수의 눈에는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올 수도 있다.



1-3. 준거집단과의 비교: 가장 중요한, 그러면서 오해하기 쉬운 단계

타인과 비교하는 행위에 대해서 대부분 부정적으로 말한다. 일견 맞다. 하지만 비교가 없이는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기 어렵고, 차이를 파악하지 못하면 어떻게 그 차이를 좁힐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수가 없다. 

여기에서 준거집단과 비교하는 것은 본인의 행적들(1-2에서 정리한 기록)을 준거집단의 사람들의 경험과 비교를 해보는 것이다. 물론 준거집단의 사람들이 자세히 뭘 했는지 다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타인의 입장에서 그 사람에 대해서 알고 있는 대강의 정보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단계에서 제일 중요한 건, 절대로 그 비교가 ‘가치 판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쟤는 저런 경험이 있네. 나는 없어. 그러니까 나는 쟤보다 경쟁력이 없어.’ 따위의 생각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여러분이 가져야 할 시각은 Bird’s Eye View 또는 God’s Eye View이다. 마치 하늘 위에 높이 떠있는 새들이 아래를 바라보는 느낌으로 제3자의 시선에서 비교해보는 거다. 예를 들자면, ‘나는 알바 경험이 참 많은데, A는 알바 경험이 별로 없네. 그럼 나는 알바 경험을 통해서 뭘 배웠을까? 그 때의 경험 중에서 내가 대학원에 가기로 결정하게 된 이유가 된 게 있을까? 아니면 대학원생으로서 공부하고 싶은 주제를 얻었나? 대학원생으로서 가져야 할 덕목을 배웠나?’ 등으로 자신만이 갖고 있는 특징들을 추려서 계속 질문을 이어 나가면 된다. 




2. 성취한 내용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표현해야 할까: 

    결과를 빛내는 선택의 이유와 과정

1번의 과정을 거쳤다면 어떻게든 자기만이 가졌다고 말할 수 있는 일련의 경험과 특징들을 뽑아냈을 거다. 그 다음에 필요한 과정은 그걸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일이다. 이 또한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사례를 하나 들자면, 내가 입시를 도와준 한 친구는 학부생 인턴십을 통해서 대학원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경험을 했다고 자기소개서에 적어놨다. 그걸 보고 내가 다시 되물었다. 그 인턴십은 그 학과를 나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건지, 자발적으로 지원을 해야하는 건지 어떤 건지 궁금하다고 말이다. 그 친구가 말하길 자발적으로 지원해야 하고, 면접 등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선발이 되어야 참여할 수 있는 인턴십 프로그램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그 분께 ‘그러면 그 인턴십이 지원과 서류 및 면접을 통해서 선발이 되어야 가능한 거라는 서술이 들어가면 좋겠어요. 본인의 가능성을 인정받아서 그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거잖아요. 게다가 코로나 시기에 그렇게 적극적으로 교외 활동을 한 경험은 굉장히 플러스 요인이에요.’ 라는 내용으로 말씀을 드렸다. 


우리는 흔히 결과에 매몰되어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서울대를 입학했다는 말을 들으면, ‘오, 공부를 정말 잘했나봐’ 라고 으레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그 말과 함께 누가 이렇게 정보를 덧붙인다면 어떨까?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이 있는데, 그 학생은 공부에만 집중하기엔 경제적인 사정이 녹록치 않아서 알바도 하면서 입시준비를 했다고 해.’ 앞의 문장과 뒤의 문장이 주는 효과는 굉장히 상이하다. 


여기에 다른 문장을 또 덧붙여보자.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들 중에서 경제적인 사정이 좋지 않아서 알바를 병행하면서 입시준비를 한 학생이 있어. 주변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하기를 권했지만, 000학문에 대한 열망과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어서 자기 힘으로 준비를 했다고 해.


위 세 개의 문장이 주는 차이점이 느껴지는가? 

첫번째는 What만 있을 뿐이고, 두번째는 How가 추가되고, 마지막에는 Why가 들어갔다. What에 해당하는 내용은 똑같다. 하지만 How와 Why는 사람마다 상이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이 쓸 게 없다고 낙심할 필요가 없다. 단지 스스로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물론 문장을 다듬는 일은 본인의 기본적인 글쓰기 실력도 필요하다. 




아래는 내용과 분량상 짧게 정리하겠다.




3. 도움을 요청해라: 도움 요청과 이용의 차이는 진정성 있는 태도에 있다.

특히 학부생의 경우, 대학원에 있는 석사과정생이 엄청 대단해 보일 거다. 대학생때는 또 한 두 살 차이도 꽤나 커 보이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본인이 주변에 알고 있는 대학원생이 없고,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이메일을 알아내서 문을 두드려보는 걸 추천한다. 학과마다 다르긴 한데, 어떤 곳은 학과 대학원 메뉴에 대학원 과정생들의 이메일을 게시해놓은 곳도 있고, 대학원생들이 작성한 논문에도 본인 이메일을 적어놓는 경우가 많으니 정말 찾기 나름이다. 


타인에게 도움을 구하는 일은 물론 쉽지 않다. 그러나 시도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것보다는 시도하기를 추천한다. “People help the People”이니까. 


운이 좋게 도움을 받았다면, 오랫동안 감사를 표현해라. 따뜻한 감사의 말 한 마디라도. 자기 시간과 노력, 경험으로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에 대해서 그 행위가 크든 작든 항상 고마워하고 그 고마움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표현하지 않는 고마움은 상대방에게 절대로 가닿지 않는다. 어쩌면 나중에 여러분이 그 사람을 돕게 될 수도 있다.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거니까.




4. 대학원? 생각보다 잘 모르고 지원하는 사람 많다. 걱정마라. 

물론 내 글은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조사하는 걸 추천하고 있지만, 많은 경우 거칠 게 말하자면 ‘생각없이’ 지원하고 합격해서 오는 분들도 많다. 이 학과의 특성이 뭔 지, 졸업 요건은 확인하지도 않았고, 그냥 이 학교가 유명해서든 뭐든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온 셈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대학원만 그런 게 아니다. 취업도 마찬가지이다. 내부인과 커피챗을 제대로 하지 않는 이상은 외부인으로서 예상했던 내용과 내부인이 되어서 본 내용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내 글을 보고 ‘아, 나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라는 생각이 들고, 포기할까 싶으면 그냥 질러보는 걸 추천한다. 포기하고 후회 안 할 거면 안 해도 상관없지만. 내 글의 테마는 한 문장으로 ‘대학원 별거 없다’ 이니까. 그리고 내가 작성하는 내용들은 비단 대학원 입시에만 통용되지도 않고 말이다.




5. 제일 하고 싶었던 말

낙방에 좌절하지 마라. 간절할 수록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크게 다가온다는 걸 잘 안다. 한 번이라도 절실함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그 불안함을 알 거다. 그러나 삶은 때로 내 노력을 배반하는 결과를 주기도 한다.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어쩌면 그 배반이 나에게 필요했던 경험일지도 모른다. 


나는 내 자신에 대해서 늘 실패를 모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에는 이 말을 자조적으로 사용했다. 나는 실패가 많고, 그게 내 삶에는 당연하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실패한 적 없이 성공한 경험만이 있는 사람은 본인이 성공했던 그 길 밖에 모르지만, 실패를 많이 해본 사람은 목표에 이를 수 있는 다양한 길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덕분에 내가 누군가의 강점과 기회를 발굴하는 일을 하고 있다.




6.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료 컨설팅을 찾고 있다면 제안하는 두 가지 기준

6-1. 당신에 대해 모르는 사람에게 맡기지 마라.

항상 당신에 대한 인터뷰가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 이유는 이미 위에서 많이 설명했다.


6-2. 당신만의 특징과 경험을 ‘약점’이라는 이유로 쓰지 말라고 하는 사람보다 그 ‘약점’을 무기로 삼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을 찾아라.




어쩌다 보니 꽤 긴 글을 올리게 되었다.

빠른 시일 내로 연구계획서 부분을 꼭 써야겠다.

올 여름 내로.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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