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영화가 하고 싶어졌습니다. 아니, 문득 영화가 제게 찾아왔습니다.
영화를 볼 일이라곤 초등학교 수업이 끝나고 남은 시간에 틀어주던 공포 영화 정도였던 소년에게 영화는 너무나도 멀었습니다. 평생을 관객으로 살았던 제가 하루아침에 창작자가 되어 영화를 본다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매번 이동진 평론가처럼 바라보자 다짐하지만, 어느 순간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보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특히 고전 영화에는 쉽게 마음을 붙이지 못했습니다. 블록버스터만 소비하느라 무뎌진 제 두 눈꺼풀을 탓하며 몇 번이고 영화를 돌려봐야 했습니다.
그렇게 2년 동안 지나쳐온 영화의 수가 400편을 넘었습니다. 별점을 남기지 않은 고전 영화를 포함하면 500편 정도 되지 않을까요. 기쁜 마음도 있지만, 솔직히 기억나지 않는 영화가 태반입니다. 단지 숫자 채우기만을 위해 달려왔던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젠 기록을 남겨보려 합니다. 한 달에 딱 3편만. 성실함과 꾸준함을 등지고 살아온 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 이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좋고, 싫음의 기준이 확실하여서 제가 싫어하는 영화를 추천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긴 글, 짧은 글. 이 또한 확신할 수 없습니다. 긴 평론이 쓰고는 싶지만, 아직 저는 장문의 글을 남길 만큼 영화 분석에 능하지 못합니다. 그저 언제 보더라도 당시의 감정을 더듬을 수 있는 정도로만 남길 생각입니다. 글이 잘 써지는 날에는 글로, 시가 찾아온 날에는 시로. 당신의 삶에도 문득 영화가 찾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