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보고 싶은 세고비아로

-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by jose

스페인에서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는 두 번째 방문이어서, 안 가 본 근교 도시, 세고비아를 여행 일정에 끼워 넣었다.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 세비야나 그라나다 같은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도 생각했지만, 독일에서 바르셀로나, 마드리드를 거쳐 남부까지 가기에 2주라는 기간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남부 여행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아쉬움은 세고비아로 달래기로 하면서.


마드리드에 살고 있는 친구도 세고비아를 너무 좋아해서, 함께 가기로 했다. 마드리드에 머무는 내내, 그리고 세고비아까지 '고퀄'의 든든한 안내자와 함께 한 셈이다.


마드리드 몽클로아(MONCLOA)역 버스 터미널에서 세고비아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데, 30분 안팎 간격으로 자주 버스가 있어도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무척 많았다. 친구 말로는 우리 같은 여행자들도 많이 있지만 마드리드에서 대학을 다니거나 생활하는 사람들이 부활절 연휴를 맞아 고향집에 가는 것이라고. 어쩐지 큼직한 캐리어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직행버스를 타면 세고비아까지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마드리드 도심을 지나 외곽으로 나가니 확연히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친구랑 도란도란, 여기 마드리드와 한국에서 사는 얘기를 나누다 보니 금세 도착이다.

세고비아에 도착해 친구의 안내를 받으며 천천히 걷는다. 이곳은 새끼돼지 요리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돼지를 엄마아빠한테서 떼어내고 두다가 곧 요리의 재료로 쓴다고...... 이 음식이 세고비아 유명세에 기여한 바가 커서 처음 이 요리를 팔기 시작한 사람의 동상이 마을 입구에 세워져 있었다 (@.@). 안 그래도 바람이 많이 불고 흐린 날씨였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니 바람소리가 마치 죽은 새끼돼지들의 영혼의 소리인 듯, 스산했다.


하지만 구시가지쪽으로 조금 더 걸어 들어가자, 미안하게도, 새끼돼지 이야기는 잊어버리고 골목과 건물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고작 마드리드에서 한 시간 반 거리 도시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사람이 사는 마을이라기보다는 중세 시대 세트장으로 꾸며 놓은 것 같은 느낌. 실제로 로마 시대와 중세의 건축물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디즈니의 <백설공주>에 영감을 주었다고 알려져 있는 알카사르는 사실 수많은 전쟁에서 요새로 사용된 곳이다. '동화'보다는 '전쟁' 쪽으로, 스멀스멀 오히려 비장한 느낌이 난 건, 흐린 날씨 탓일까 기분 탓일까. 유료로 내부 입장도 할 수 있지만 들어가지는 않았는데, 요새로 쓰인 만큼 지대가 높기 때문에 여기에서 바라보는 도시 모습이 훨씬 인상적이었다.



삐죽삐죽 중세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대성당에 도착했을 때는 바람이 하도 심하게 불어서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대망의, 하이라이트를 향해 발길을 돌렸다.


따란~!



너무너무너무너무 멋있어서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로마 시대에 지어진 수도교다. 먼 곳으로부터 물을 끌어와 고지대까지 물을 공급하던 것으로, 전체 길이가 무려 813m, 높이는 가장 높은 곳이 약 30m나 된다고 한다. 숫자로 들으면 그 규모가 가늠이 잘 안되는데 실제로 보니 입이 떡 벌어질 정도고, 아무리 열심히 찍어대도 사진으로 다 담아내기가 어렵다.

한참을 보고,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와서 또 보아도, 발길이 안 떨어질 만큼 시선을 빼앗아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오르페우스의 심정이랄까 :) 그야말로 세고비아의 화룡점정!


쫄래쫄래 친구를 따라 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마드리드로 돌아가야 할 시간. 우리의 마지막 날이 저물어 간다.




<10년 만에 다시, 독일스페인 여행> 포스팅은 여기에서 마치려고 합니다. 작년 3월 말,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시작한 포스팅이 1년도 더 지나서야 끝이 나다니요. 그렇지만, 많이 늦었어도, 기록해두자고 적어두었던 주제들은 거의 기록된 것 같습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이 가물한 것도, 감동이 옅어진 것도 있어서 모든 글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요.


여행의 시간도, 더뎠지만 기록의 시간도 좋았습니다. 다시 그때의 시공간을 복기하면서 잠깐잠깐 그때의 감각이 옅게나마 되살아나기도 해서 또한 좋았습니다. 문득문득 생각이 날 때 한 번씩 들여다보아야겠습니다.


우연히든 의도적이든,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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