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는 두 번째 방문이다.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건축가는 단연 안토니오 가우디(Antoni Gaudi)이고 사그라다 파밀리아와 구엘 공원은 너무너무 유명해서, 아무리 가봤다고는 하나 건너뛸 수는 없었다. 물론 바르셀로나가 처음인 남편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처음 간 게 벌써 10년 전 일이니 특히 사그라다 파밀리아(La Sagrada Familia) 성당은 그 사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도 사실, 도착 전까지 크게 기대를 하진 않았다. 10년 전 기억은 '이렇게 유명한 데를 내가 다 와보다니!' 같은 류의 신기함에 방점이 찍혀 있고 여기가 얼마나 '멋있었는지'에 대한 감흥은 크게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TV나 책에서 봤을 때의 느낌이겠지, 하면서 도착한 순간.
아...아...오!
분명 두 번째 본 광경인데, 완전히 새롭게 압도당하고 말았다.
처음 여기에 왔을 때 놀랐던 건, 널찍한 공원이나 공터 같은 곳이 아니라 좁은 차도와 인도 앞, 길 한가운데 이렇게도 커다란 성당이 서 있다는 점이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빽빽한 건물들 사이로 혼자만 우뚝 솟아있는 성당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세계적이고 놀라운 건축물 근처가 삶의 터전인 사람들은 어떤 느낌일까.
매표소 앞 줄이 길 수도 있다고 해서 홈페이지로 미리 티켓 예약을 하고 갔다(https://tickets.sagradafamilia.org/site/SagradaFamilia/?lang=en). 입장권만 살 수도 있고(17유로, 이미 비싸다!), 입장권과 함께 오디오 가이드, 투어 가이드, 가우디 박물관 티켓 등을 함께 살 수도 있다.
우리는 성당 입장권만 구매하고 갔는데 도착한 순간, 짧은 영어라도 오디오 가이드를 하고 싶어서 (내가 갔을 때는 한국어가 없었는데, 2018년 5월부터 한국어 서비스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현장에서 신청을 했다. 현장 결제 시 기계에서 카드 결제로만 티켓 구매가 가능하고, 가격은 무려 8유로...! 비싸다 싶긴 했지만 어쩌랴.
1882년부터 지금까지, 자금 문제 또는 스페인 내전 등의 이유로 공사가 중단됐다 재기되길 반복하며 130년이 넘도록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26년 가우디 사망 100주년을 완공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완공 소식이 들려오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오게 될까.
북쪽의 제단, 동쪽의 예수 탄생의 파사드, 서쪽의 수난의 파사드, 남쪽의 영광의 파사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금은 탄생의 파사드와 수난의 파사드 두 공간만 관람할 수 있다. 예수의 탄생 파사드 부분을 가우디가 직접 제작했고, 예수의 수난 부분은 가우디 사후 호세 마리다 수비라츠라는 조각가가 제작했다고 한다.
성당 외부 조각의 어마어마한 섬세함이나 건축물 자체의 웅장함도 놀랍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 최고의 아름다움은 실내라고 생각한다. 창이 자연의 빛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해서, 마치 울창한 나무 사이로 햇빛이 비추는 숲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주는 곳. 여러 색깔의 창으로 쏟아져 내리는 빛이 너무 따듯하고 황홀해서, "와, 와..." 절로 낮은 감탄이 흘러나온다. 삐죽삐죽 삐져나온 빛자락에 찔릴 듯이, 압도되어 크게 소리도 못 내겠다.
실내에 놓인 길쭉한 의자에 앉아 저 멀리 높은 곳 십자가와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기도가 새어 나온다. 이토록 아름다운 것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옆에 있는 이가 그 감정의 동지가 되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이다.
구엘공원은 못 들어갔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미리 예약을 했지만, 구엘공원(Park Güell)은 방심해서 예약을 안 했더니 현장 매표가 이미 마감이었다. 막상 못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는데, 살짝 너머로 바라보니 꽤 넓은 공간이 공사 중이어서 조금 위안이 됐다. 그 유명한 모자이크 타일이나 도마뱀 조형물은 가까이에서 볼 수 없었지만, 구엘공원 뒤쪽 무료로 돌아볼 수 있는, 산자락으로 가는 산책길이 있어서 그리로 걸었다. 곳곳에 가우디의 흔적이 남아있다.
유난히 맑은 날씨와 따듯한 햇살. 산자락 꼭대기 부근 한쪽에서 울려 퍼지는 라이브 기타 음악.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바르셀로나 시내와 짙녹의 나무, 지중해 바다. 이것만으로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햇살과 마주하고 벤치에 누워있다가, 바람을 마주하고 전망대에 한참 앉아있다가 해가 지기 전에 내려온다. 충만해져서.
카사밀라(Casa Milà)와 카사바트요(Casa Batlló)
'카사(Casa)'가 집이라는 뜻이니까, 카사밀라와 카사바트요는 '밀라의 집', '바트요의 집'이라는 뜻이다. 밀라와 바트요가 각각 가우디에게 의뢰한 것. 사실상 엄청난 부잣집(!) 건물이다.
카사밀라는 곡선이 완전한 자연의 선이라 생각했던 가우디의 철학을 구현한 작품이고, 카사바트요는 카탈루냐의 용에 관한 전설을 재현한 작품이라고. 건물 내부도 대단하다고 하는데, 둘 다 들어가지는 못했고(시간도 시간이었지만 입장권이 둘 다 20유로가 넘는다ㅠ) 겉모습만 보는 데 만족해야 했다. 나에게 한 번 더 이 곳에 올 기회가 생긴다면, 그땐 꼭 들어가봐야지.
피카소 미술관과 FC 바르셀로나를 건너 뛰는 사람은 있어도 가우디의 건축물을 만나지 않고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 걷고 걷고 또 걸으며, 가우디로 시작해 가우디로 끝난 근사했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