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학 살짝, 맛보기

- 로망이자 추억의 장소 :)

by jose

독일에 갈 때마다 가보고 싶은 곳들 중 하나가 바로 대학이다. 역사가 깊거나 특정 분야가 유명한 학교는 있어도, 기본적으로 대학에 서열이 없고 더구나 학비가 없는 나라, 독일. 한 때 독일 유학을 꿈꾸기도 한 나로서는 로망과도 같은 곳이다.


대학 교수가 되려면 박사과정 이후 하빌리타찌온(Habilitation)이라는 과정을 또 밟아야 하는 무시무시한(?) 나라. 대학은 (돈벌이가 아니라) 학문의 장소라는 당연한 말이 잘 구현되는 곳. 다른 무엇보다 독일의 가장 부러운 지점은 바로 이런 대학 교육 시스템이다. 대학 입학률이 30퍼센트대라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




비록 독일 유학의 꿈은 접고 있어도... 대학교 구경은 하고 싶어서, 이번 여행에도 몇 개 대학을 방문했다.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와 브레멘 대학교, 그리고 베를린에 있는 훔볼트 대학교다. 10년 전 브레멘에 있을 때 브레멘 대학은 수없이 갔었고, 여행으로 베를린 훔볼트 대학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를 가 본 적이 있는데, 브레멘 대학과 훔볼트 대학은 10년 만에 다시 가니 괜히 감회가 새로웠다. 하지만, 이방인의 낯섦도 느끼면서.

프라이부르크 대학교(Albert-Ludwigs-Universität Freiburg)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DIE WAHRHEIT WIRD EUCH FREI MACHEN)"라는 문구가 인상적인, 고전과 현대가 어우러진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이야기는 지난 포스팅(https://brunch.co.kr/@j-zoom/48) 내용과 중복이라 넘어가고 :)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Humboldt-Universität zu Berlin)


1810년에 세워져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는 아인슈타인, 루카치, 헤겔, 쇼펜하우어 등 세계적인 학자들을 졸업생 또는 교수로 배출한 대학이다. 10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혼자 보고 감격했던 막스의 문구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철학자는 세계를 단지 다양하게 해석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Die Philosophen haben die Welt nur verschieden interpretiert, es kommt aber darauf an, sie zu verändern)."


1층 로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어있는 이 문구는 철학과 실천 그 주변 어디쯤에 대학과 배움의 자리가 있는 거라고, 둘 중 하나만으론 부족하다고, 그렇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소박하지만 단단하게, 겉보다는 속을 채우면서 여전히 거기에 그대로 있는 이 대학을 보면서, 10년 전과 비교해 천지개벽할 정도로 변해버린 모교 생각이 났다. 기업이 돈을 대기 시작하면서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최신식으로 지어진 건물과 프랜차이즈 상점들로 채워져 버린 학교. 교육보다 돈이 우선이 되어버린, 이제는 옛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어 버린 학교를 생각하니, 이곳 베를린 날씨만큼이나 마음이 어두워진다.



브레멘 대학교(Bremen Universität)


프라이부르크 대학이나 훔볼트 대학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의 브레멘 대학교는 1971년에 세워진 '젊은' 대학이다. 통유리로 된 건물 입구 모습과 로비에 붙여진 알록달록한 현수막, 건물 안 스케치들이 젊은 에너지와 자유로운 분위기를 발산한다. 독일의 많은 대학이 그렇듯이 단과대별로 건물이 주변에 흩어져있는데 사진 속 이 건물이 도서관도 있고, 학생식당인 멘자(Mensa)도 있고, 행정업무도 볼 수 있는 메인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방문했을 때는 아직 방학이라 한산한 모습. 멘자도 닫혀 있었는데, 예전에 먹었던 아스파라거스 요리랑 감자요리가 그립고 아쉬웠다. 열려 있었어도 학생들로 우글대는 곳에 누가 봐도 여행자인 우리가 용감하게 들어갈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적할 때 몰래 들어갔던 피아노 연습실은 어딘지 못 찾겠고, 수업 중인 강의실 옆을 지나는 내 모습은 어색하기만 하고, 시간은 빠듯하여 쭈욱 둘러만 보고 아쉽게 발을 돌렸다. 카페테리아에서 커피 한 잔도 못하고 말이다.


그래도 친숙한 느낌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낯설고 어색할 줄이야. 여기는 별로 변한 게 없는데, 나만 혼자 변해서 이전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가 없다. 우두커니, 마음이 멈춰있다가 어쩌지 못하고 떠난다.


안녕, 또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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