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미 잘났습니다.

mz 일 시키기 힘들다...

by 국화

우린 이미 잘났습니다.



어젯밤 메일을 받기 전까지는 괜찮았다.
훌륭한 인재들인데, 왜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에릭은 요즘 팀이 따라주지 않아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분명 성장할 기회고,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일인데 왜 안 하려고 할까요?
그들은 변화를 싫어하고, 익숙한 방식만 고수하려 해요.
각자 조금씩만 협조하면 가능할 텐데, 그조차 하지 않으려 해요."


에릭은 6개월 전 경쟁사에서 이직해 현재 OO회사의 팀 매니저가 됐다.
처음부터 팀 분위기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새로운 방식에 대한 관심도 낮고, 피드백을 주면 지나치게 방어적이다.

그는 처음엔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특유의 부드러운 접근과 유연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시간이 지나면 따라올 거라 확신했다.
팀과 관계를 쌓으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방향성을 공유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한 달 전, 에릭은 상사에게 기존 프로세스의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그 결과, 새로운 파일럿 프로젝트를 위한 TF(Task Force)를 꾸리는 책임을 맡게 됐다.

문제는 팀원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어느 누구도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에릭은 아직 '내적 동기'만으로 팀이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고, 회사의 발전을 위한 일인데 왜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죠?"

요즘 누가 회사를 위해 일하나.
회사가 제공하는 복지를 누리고, 나쁘지 않은 월급을 받으며, 남는 시간엔 코인과 주식에 투자하는 삶을 산다.

해고가 어려운 회사에 다니며, 굳이 승진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임원이 되면 뭐하나. 더 큰 책임만 지고, 더 쉽게 짤릴 수 있다.

회사는 열심히 하지 않아도 잘 굴러간다.
올해 인센티브도 받을 거고, 기본 연봉도 이미 충분히 높다.
굳이 더 높이기 위해 힘들게 일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월급으로는 큰 자산을 만들 수 없다.
그 시간에 차라리 코인이나 주식이 돈을 벌어다 준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업무 외 시간'이다.
에릭은 발전에 대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팀원들에게는 ‘자유시간’이 더 큰 보상이다.

"이 프로젝트 끝나면 장기 휴가를 주겠다"는 조건이라면,
그나마 참여할 가능성이 있을까.

그리고 에릭이 말하는 ‘성장의 기회’라는 표현도,
그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이미 각자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발전이 필요한 사람’으로 지목받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에릭은 이런 상황에서 멘토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팀을 끌어줄 사람이 있어야 해요."

맞는 말이다.
회사가 성장하는 데에는 자기 역할 이상을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멘토링을 받으며 성장했고,
멘토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팀원들에게 "좋은 멘토가 있었냐"고 물으면,
대부분 없었다고 말한다.

정말 좋은 멘토를 못 만난 걸까?
아니면, 멘토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일까?

이건 우리나라만의 문제일까?
아니다. 선진국 어디서나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나는 이걸 Developed Country Syndrome(DCS) 이라고 부른다.
잘사는 나라에서, 잘사는 부모 밑에서 자란 세대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들에게는 열심히 일해야 할 절박함이 없다.
절박하지 않은 환경에서 컸고, 실제로 그렇게 살아도 큰 문제가 없었다.

국가도 이미 성장했고, 개인도 결핍 없이 자랐다.
노력보다 안정이 중요했고, 도전보다 회피가 쉬웠다.

어릴 때부터 긍정적 피드백만 받고 자란 세대다.
과한 칭찬이 기본이었고, 경쟁은 최소화되었다.


이제 남은 건, 아무도 손들지 않는 회의실뿐이다.
아무도 틀리지 않았고, 그래서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meeting room.. .. . no o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