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문과는 인사과에 있다.

by 국화


영어수업을 하다 보면 유독 ‘캐미’가 잘 맞는 상무님들이 있다.
특히 인사과 상무님들.

이분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골프, 술, 그리고 조크.
거기에 패션감각까지 빠지지 않는다.

내가 굳이 ‘인사과 상무님들과 잘 맞는다’고 꼬집는 이유는,
이분들이 사람을 다루는 일을 오래 해서인지,
아니면 그런 성향이라 인사과 상무가 된 건지,
매 수업마다 그 매력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50대 중반의 김상무님은 수업이 시작되기 전,
반드시 지난 주 골프 이야기를 꺼내신다.
그리고 “짬뽕보스”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아, 짬뽕보스, 설명을 하자면 —
점심마다 짬뽕 먹으러 가자고 하신다는 김상무님의 직속상사이다. .
근처 짬뽕집 중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란다.
어느 날, 다림질한 셔츠에 빨간 국물이 튀었다며 하소연을 하셨는데,
그날 이후 그분의 별명은 자연스럽게 “짬뽕보스”가 되었다.
흥미로운 건, 그 짬뽕보스가 늘 직원들과의 이벤트를 기획한다고 한다.
그래서 김상무님은 그를 두고 “일은 안 하고 놀 궁리만 한다”고 한다.
그게 어쩌면 인사과의 ‘팀빌딩’일지도 모르겠다.
(놀 궁리 = 업무 연장선 인건가?)
인터넷에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임원인데,
그분은 자기가 영어수업에서 ‘짬뽕보스’라 불리는 걸 알고 계실까?


이렇게 본격적 주제로 넘어가기 전에 늘 골프와 짬뽕으로 시작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주제로 들어가려면 아직 멀었다.


상무님은 늘 내게도 질문을 던진다.
이게 다른 부서 상무님들과의 결정적인 차이다.

대부분의 수업참여자들은 질문에 답하기가 바쁘지만,
인사과 상무님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적극적으로 묻는다. (날 좋아하나?)

한번은 드라이버 샷 얘기에서 ‘운전’ 얘기로 넘어가길래
“그러니까 골프 드라이버도 잘 맞고, 차 드라이브도 잘하시네요~”

“You drive well — on wheels and on the fairway.”
“Good joke!”


라고 했더니, 박장대소하며 “I like the joke!” 하셨다.

이분들은 진짜 리액션의 달인이다.


그리고 또 한 분, 40대 후반의 젊은 상무님.
이분은 정말 멋지다.
약간 유지태 느낌이랄까?
내가 좀 더 매력적이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

이 상무님은 한여름에도 자켓을 입고 다닌다.
사람들은 멋 부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유는 ‘주머니가 필요해서’란다.
손에 뭘 들고 다니는 게 싫다고.
그리고 손선풍기는 절대 들지 않는다.
'가오'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Holding a fan doesn't look cool.”

그때 내가 장난스럽게,


“It’s cool though.”


라고 했더니,


그는 한방 맞은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오버리액션과 터질 듯한 웃음, 반짝이는 눈빛이
그날따라 유난히 매력적으로 보였다.(아이씨. . .강사생활 너무 오래했나. .상무님이 멋있어 보이다니. .)
그야말로 풋풋한 에너지의 폭발.
이상무님과 수업은 내게 활력 그 자체였다.


이렇듯 인사과 상무님들은
수업 시간에도 위트를 잃지 않고,
경청하고, 질문하고, 웃을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 곳에 항상 내가 있었다.


정리하자면,
인사과 상무님들의 특징은 이렇다.

골프에 진심이고,

질문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들을 줄 아는 사람)

유머를 알고,(모두가 동의하지 않을 수 있음. .)

나를 좋아한다 (!),

술은 말할 것도 없고, (술마시려고 운동하는 사람들)

똑똑하다.(설명이. . 필요한가??)


섹시한 문과는 인사과에 있다.


섹시한 질문을 할 줄 아는 문과생인가요?


인사과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