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상무 시대

술 마시려고 운동합니다.

by 국화


MZ 상무 시대, 4:30 am

김상무는 인도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한국에 돌아와 상무가 되었다.
다른 상무들보다 조금 빠른 승진이었다.
그는 말 그대로 X세대와 M세대의 경계선에 선 사람이다 — 선배 세대의 근성과, 후배 세대의 유연함을 동시에 지닌 그는 수업에 들어올 때마다 공책을 들고 온다.
공책을 세로로 접은 걸 보니 학창시절 오답노트를 만들던 습관이 이어지고 있나보다.


10년전 가전에 있던 상무님이 떠올랐다. 언제나 필기를 하시던 분인데. 지금은 은퇴하시고 그때 계획하신 노년생활을 하고 계시겠지?


10년 넘게 임원님들과 영어 수업을 하다 보니,
‘상무 스타일’도 시대에 따라 변했다.
내가 나이 든 건지,
아니면 상무님들이 젊어진 건지 —

요즘 상무님들은 한마디로 MZ 상무 시대다.

사실 요즘 막 승진한 상무님들을 보면
‘신입사원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지난 10년간 수많은 상무님들과 수업을 하며 그렇게 쌓은 정보로 상무 기본 수칙에 대해 tip을 주기도 한다.

옛날 상무님들보다 지금의 상무님들은 확실히
에너지가 넘치고, 도전적이고,
“이 좋은 혜택, 있을 때 즐기자!”의 마인드가 강하다.
외국어 수업도 그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변의 공통점이 있다.

펜을 든 경청.
그들은 언제나 펜을 들고 수업에 집중한다.
눈빛엔 존중이, 태도엔 배움의 진심이 있다.
물론 회사에서 어떤 리더일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수업 시간의 그 자세는
“리더십은 배우는 데서 시작된다”는 걸 증명한다.

물론 가끔 예외도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시죠.”
그날 수업의 종료를 본인이 정하는 임원들.
(않좋아.)


새벽 4시 30분,
그들의 하루는 다른 직원들 보다 몇 시간 빠르다.
운동을 하고, 아침 식사하고,
그 다음엔 어학수업.
심지어 월수 영어, 화목 일본어, 금요일엔 베트남어 —
이렇게 아침시간을 쓰시는 분도 봤다.

예전에는 출근이 6시 30분 의무였다고 한다.
지금은 자율 출근이지만, 여전히 새벽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늘 반복되는 다짐 한마디.
“아~ 당분간 술 안 마실 거요.”
하지만 다음 주면 다시, “어제 또 마셨네요.”
그런데 그 솔직한 반성이 인간적으로 참 좋다.



리더십은 새벽의 시간대에서 만들어진다.
펜을 든 집중, 반성할 줄 아는 솔직함,
그리고 매일 새로 배우려는 태도.
배워야 할 리더의 모습이다.


이전 03화섹시한 문과는 인사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