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상무, 늙은 회사
리더십의 유통기한 __젊은 상무, 늙은 회사
곽상무는 전화를 마치며 회의실 문을 열었다. 신제품 출시 막바지로 바쁘다.
수업 시작은 10분 전이었지만, 강사에게 건넬 생수 한 병은 잊지 않았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요, 괜찮아요. 바쁘다는 건 좋은 거죠. 일이 있다는 뜻이잖아요.”
“하하, 맞아요. 요즘은 리더들이 점점 젊아지니까요. “
무슨 말이지? 갑자기 신세 한탄처럼 들렸다.
“요즘 회사는 젊은 인재를 빨리 올리려 해요.
50대 중반 리더들은 5~6년 일하고 은퇴하니까, 그 전에 젊은 사람을 리더로 세워서 CEO까지 키우려는 거죠.
아이러니하죠? 이제 좀 일할 만하면 은퇴를 해야 하니까.”
그는 잠시 웃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서 좋은 리더는 빨리 발굴해서 오래 일하게 하려는 거예요."
마치. .우리가 우유고를때 유통기한 많이 남은 걸 고르는 것 같다.
"성과 좋은 사람은 순식간에 승진하죠. 우리 회사 임원들도 요즘 다 젊어요.
40대에 승진 못 하면 그냥 끝이에요. 매년 HR에서 40대 인재 명단 펼쳐놓고, 누굴 올릴까 고민하죠.”
“그럼 운도 따라야 겠네요.”
“그렇죠. 아무리 능력 있어도, 그 해 실적이 안 좋으면 승진은 어려워요.
시간이 지나 실적이 좋아져도 나이가 많아지면 또 어렵고.
삼성, 현대, 그리고 글로벌 기업들 보면 CEO들이 다 젊죠.”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이재용·정의선·젠슨 황의 ‘깐부 회동’이 떠올랐다.
회장이라기보다, 퇴근길 맥주 한 잔 나누는 부장님들 같았다.
“나보다 나이 많은 직원들이 있어서 좀 불편해요.
해고는 어렵고, 리더는 젊은데 직원은 나이가 많으니…”
“상무님은 몇 살에 승진하셨어요?”
“49살. 딱 막차 탔죠. 그때 시장이 좋았어요. 그게 운이에요.
아, 예외도 있어요. 전문성이 아주 뛰어난 사람은 50대 중반에도 승진합니다.
근데 그런 사람은 포트폴리오가 확실해야 해요.”
아, 그래서 HR 상무님이 그렇게 젊으셨구나…
얘기를 듣다보니 몇 년 전 37세 나이로 승진한 최연소 임원 85년생관련 기사도 기억난다.
“그럼, 차라리 그냥 임원안하고 매니저가 낫겠네요. 짤릴 일도 없고.”
“그럴 수도 있죠. 승진이 늘 축복은 아니에요.
한번 실수하면 바로 다음 해에 잘릴 수도 있으니까요.
40살에 상무 돼서 10년 일하고 잘리면 재취업해야 되요. .아,
제 예전 동료가 딱 그 케이스예요.
그 친구는 마흔 중반에 상무로 승진했다가 2년 전에 잘렸거든요.
그거 아시죠? 퇴직해도 2년간 월급이 계속 나오는 거..그 친구 그렇게 2년 놀고 있는데 아아 그게 이번달까지 에요.
저처럼 50다 돼서 승진하면 10년 일하다 잘리면 그냥 은퇴하면 되요.
2년치 월급 받고, 연금 받으면서요.”
곽상무님은 2~3년후 쯤 놀 생각에 벌써 신났다.
곧 떠날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할 수있을까?
그런 걸 보면, 미국은 교수 정년이 없는 제도가 참 현명해 보인다.
학문이란 파면 팔수록 더 깊어지는 것이고,
전문성이라는 지혜에는 나이로 정해진 한계가 없다.
나이 든 사람들은 분명 느리다.
하지만 그 느림 속에는 시간에서만 나오는 통찰이 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
11월. 곽상무님을 내년에도 볼 수 있겠지? 그분의 재계약=나의 계약 연장
아. 현실이여.
“상무님, 우리… 내년에도 살아남아요”
‘늙어가는 회사 안의 젊은 리더들’이라는 아이러니를 공유하며, 고가의계절 11월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