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세월의 박자에 음치가 된 박상무(자문위원)

by 국화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세월의 박자에 음치가 된 박상무


“Play, play, young play.”

[ 프레이 프레이 영 프레이] 플레이도 아니고 프레이란다. 기도를 하고 싶으신건가. Pray. . Pray . . .
그의 콩글리시를 찰떡 같이 알아들었다. 그럼 됐지 뭐. 하하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를 즐겨 부르던 박상무님은
지금 진짜로 놀고 계신다.

한때 그는 미국에서 근무를 마치고 귀국해
회사 내에서도 손꼽히는 ‘핫’한 상무였다.
외국에서의 경험 덕분인지 자신감 넘치고,
항상 여유 있는 태도로 회사를 휘젓고 다녔다.
회의에서도 농담을 던지고,
점심시간엔 후배들과 커피 한 잔 하며


“이래서 글로벌 감각이 중요한 거야.”


라고 말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작년 이맘때, 갑자기 ‘상무’에서 ‘자문위원’으로 내려왔다.

그의 어깨는 눈에 띄게 처졌고,

엉덩이까지 좌천을 받아들인 듯했다.
한때는 회의실을 지배하던 그 엉덩이가,
이제는 조용히 의자 위에서 세월을 버티고 있다.

그의 하루는 단조로워졌다.
아침 10시쯤 운동을 나가고,
12시쯤 회사에 얼굴을 비춘다.
유튜브를 잠깐 보다 책을 몇 장 넘기고,
점심은 슬쩍~ 먹은 뒤
옆자리의 황상무, 아니 이제는 황 자문위원과
그날의 주식, 부동산 얘기를 나눈다.
그리고 해도 지기전에 부인과
이른 저녁을 먹으러 집으로 돌아간다.

일주일에 두 번, 정오에는 영어 수업을 듣는다.
그때만큼은 여전히 ‘상무님’의 품위와
자존심이 살아난다.
하지만 수업이 끝나면 다시
자문위원의 한가한 오후로 돌아간다.


좌천된 직후에는
매일같이 예전 상사들이나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과 술을 마셨다.
부인과의 말다툼도 잦았다.
예전에는 ‘가정적인 남편’, ‘사랑꾼’을 자처하던 그가
이제는 부인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작은 한숨이 먼저 새어 나온다.

솔직히 말해, 예전엔 좀 얄미운 상무였다.
근데 지금은 안쓰럽다.
그렇게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를 외치더니

이제는 정말 “놀고 계신다.”


자문위원으로 내려온 지 벌써 1년,
아직 뚜렷한 새 자리를 찾지 못했다.
가끔 일자리 미팅이 잡히면
얼굴이 환해져서 ‘이번엔 되려나’ 싶지만
결국 잘 안 된다.
그럴 때마다 그는 말한다.

“역시 영어를 잘해야 돼.
내가 왜 그때 영어 공부를 안 했을까…”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그는 아직도 그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안타깝게도, 박자도 음정도 다 엇나갔다


He’s still humming that ‘play while you’re young’ tune.
Sadly, his timing—and his pitch—are both off.



노세노세 젊어서 노래의 제목은 '노래가락 차차차'랍니다.


Pray For 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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