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기다려짐에 반비례

시간이 왜 빨리흐르나

by 국화

시간은 기다려짐에 반비례

매년 이맘떄 영어수업 단골 멘트

time flies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사실 ‘나이’ 때문이 아니라 삶이 루틴이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매순간이 이미 해본 일, 예상 가능한 하루, 익숙한 선택들로 채워질수록
시간은 기록되지 않고 통과한다.
새로운 감각이 없는 시간은 기억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상무들의 시간도 다르지 않다.
그들의 하루가 특별히 재미있어서 빨리 가는 게 아니다.
회의, 보고, 결정, 다시 회의.
너무 잘 아는 패턴 속에서 시간은 반짝, 하고 사라진다.

이건 일상이 재미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패턴화되었느냐의 문제다.


익숙한 길을 갈 때를 떠올려보자.
같은 30분 거리라도 매일 다니는 길은 순식간에 끝나고
초행길은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시간이 다른 속도로 흐른 게 아니라
내가 보고, 느끼고, 판단해야 할 정보의 양이 달랐을 뿐이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내 시간이 너무 지루했는데도 “벌써 끝났네”라고 말하게 된다.
지루했기 때문에 빨리 간 것이 아니라,
지루할 만큼 아무것도 새롭지 않았기 때문에 빨리 간 것이다.

시간이 빨리 간다는 건 사실 아쉬움이 남는다는 뜻이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우리는 새해를 기다렸다.
새뱃돈을 받고, 한 살 더 먹고,
조금 더 어른이 되기를 기다렸다.
그래서 시간은 좀처럼 가지 않았다.

반면 어른이 된 우리는
나이 먹는 걸 기다리지 않는다.
오히려 피하고 싶어 한다.
기다리지 않는 시간은
항상 우리보다 먼저 와 있다.


또 너무 괴로운 한 해를 사는 사람에게
시간은 느리게 흐를 것이다.
고통은 매 순간을 의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시간은 절대적인 속도가 아니라,
기다려짐에 반비례한다.

무언가를 기다릴수록 느려지고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을수록 빨라진다.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내 하루에 더 이상 기다릴 것이 없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