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여성 임원들의 공통점
영어수업시간에 만난 여성 임원들
내가 지난 10여 년 동안 임원 수업을 하며 만난 여성 임원은 단 세 명이다. 여성 직원 비율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데, 여성 임원은 늘고 있다는 기사가 종종 나오지만 실제 비율은 여전히 5% 남짓이라고 한다.
내가 만난 임원 수는 대략 30명쯤 될까. 어쩌면 그보다 더 될지도 모르겠다. 그중 여성 임원이 세 명이니, 비율로 치면 약 10%다. 다른 강사들에 비하면 그래도 비교적 많이 만난 편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표본이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경험한 여성 임원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만난 상무님은 우아한 목소리를 가진 분이었다. 아침잠이 많아 매일 10분에서 15분 정도 지각을 하셨는데, 도착하자마자 자리에 앉으며 입술을 바르곤 하셨다. ‘그럴 거면 운전하면서 바르셔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사실 여성 임원을 처음 만나는 터라 처음엔 오히려 더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그 어색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 여성으로서의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우리는 패션, 헤어, 뷰티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느냐고 여쭤본 적이 있다. 평사원 시절 대학원에 진학할 기회가 있었지만 선택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대신 일에 전념했고, 그 결정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는 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는 것은, 그때 대학원을 선택했더라도 그 선택 안에서 또 다른 최선과 최고에 도달했을 거라는 뜻이라고 느꼈다. 비록 아침잠이 많아 자주 지각을 했지만, 일에 대한 프로의식만큼은 분명했다.
회사에서는 분기마다 이 상무님에게 ‘여성 리더’로서의 강의를 요청한다고 했다. 남녀 차별이 없도록 노력한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리더 중의 리더’가 아닌 ‘여성 리더’라는 범주로 여성 임원을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프로그램이 오히려 차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후 코로나가 갑작스럽게 터지며 회사 수업이 중단되어 더 이상 수업을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개인적으로 더 가까워지고 싶었던 언니 같은, 우아한 상무님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두 번째로 만난 분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소녀소녀하고 귀여운 상무님이었다. 이분은 승진하자마자 은퇴를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실력도 뛰어나고 매우 스마트했지만, 상무로 승진하면서 정규직이 아니라는 사실이 늘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언제 잘릴지 모르니, 주어진 혜택은 다 누리자’라는 태도가 느껴졌다. 어느 정도 여성 임원을 만들어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승진은 했지만, 그 순간부터 곧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현실이 씁쓸했다.
수업 중 대화의 대부분은 은퇴 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해외에 나가 공부하고, 책을 읽고, 즐기며 살고 싶다고 했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 회사가 보내주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거라고도 했다.
이분에게 영어 수업은 실력을 끌어올리기보다는 ‘회사가 주는 혜택을 최대한 누리기’에 가까워 보였다.
그리고 어제, 처음으로 부사장 타이틀을 단 여성 임원을 만났다. 오랜 시간 연구실에서 일해 온 분이라 그런지, 전체적인 분위기가 교수님에 가까웠다. 취미가 논문 읽기라고 했다.
이분의 니즈는 분명했다. 미국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이해해, 미국에서 세미나나 학회에 참석했을 때 스몰 토크를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여성 강사와 수업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임원으로 몇 년간 있으면서 세 명의 남성 강사와만 수업을 해왔다는 것이다.
영어 강사 중 남성의 비율이, 이 회사의 여성 임원 비율만큼이나 적을 텐데 말이다. 그 사실이 묘하게 다가왔다.
앞으로 이분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목요일 아침 7시를 열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세 분을 돌아보면, ‘여자라서’ 겪는 차이가 아주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굳이 결론을 내리자면 이렇다.
여성으로 리더가 되면 ‘여성 리더’라는 타이틀과 함께 또 다른 부가 업무가 따라온다는 것.
그리고 공교롭게도 세 분 모두 아침잠이 많고, 야식을 즐긴다는 점.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세 분 모두 필라테스를 하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