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어= 무연고 작가님
초등학교 1학년때
계몽사 소년소녀동화전집을 선물 받았다.
그 책들중에
은빛 스케이트라는 네덜란드 동화가 있었다..
이 책에서 네덜란드라는 나라를 처음 만났다..
19세기말 네덜란드
얼어붙은 운하를 따라
스케이트를 신고 등교하는 청소년들
그 풍경이 어찌나 신기했던지..
길버트? 와 여동생은 아침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유쾌한 경쟁을 하며 학교에 간다
가난한 대가족 형편이라
나무로 만든 스케이트를 신었지만
둘 다 스케이트 실력만큼은 대단했다.
남매는 가난할지언정 비굴하지 않고
자존감이 높은 청소년들이었다.
장작? 배달등 제 힘으로 일해
학용품도 사고
집안살림에도 보태는 남매의 일상을
가련한 시선이 아니라
당연하고 바람직하게 보여주기에
더 신기했다.
길버트는 시의 스케이트 대회에서
부상으로 은스케이트를 준다는 공고에
열악한 조건에도 맹연습을 하지만
금새 젖어버리는 나무 스케이트 날 때문에 고민하던중
우연히 빌린 낡은 스케이트로
명품 스케이트를 신은 상류층 아이를 젖히고
우승, 실버 스케이트를 받게 된다.
은빛 스케이트 속의
네덜란드의 이국적인 풍경과
청소년들의 독립심, 굳은 정신력은
어린 내게 동경으로 남았다..
그리곤 까맣게 잊었던 그 네덜란드를
연하어 (무연고) 작가님의
평평한 네덜란드에는 네모가 굴러간다.
로 근 45년 만에 만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오래전 한 권의 동화로 상상했던 네덜란드 사람들을
작가님의 체험 곳곳에서 만나게 되어
자꾸만 미소가 지어졌다.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무엇보다 읽기가 수월하고 편안하다...
연하어 작가님의 문장이
사려 깊은 인고의 시간을 거쳐 완성됐기 때문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요스튼에게!
로 시작하는 첫 장의 첫 이야기는
네덜란드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을 깨 주었다.
요스튼이라는 어머니뻘 이웃과의
만남부터 헤어짐은
네덜란드 이웃에게 나의!
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 만큼
인종, 국적이 아닌
인간대 인간으로 깊은 교감이 가능함을
알게 해주었다.
모든 장마다.
작가님이 일상에서 경험한
네덜란드 사회의 모습을
담백히 그려내신 것도 좋았지만
변방에서 온 이방인으로 스스로를 규정짓지 않고
그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살아가시는 모습이
인상 깊고 존경스러웠다..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법을 들으며
아! 그래서 은빛 스케이트 주인공들이
나이에 비해 어른처럼 느껴졌던 거구나...
플래시백으로 이해하게 되는 기이한 경험
네덜란드 부모들은
평범하게 행동하라!
라는 말을 강조한다는
대목도 참 인상적이었다.
어떤 일 앞에서도 있는 그대로 살아가라…
나도 내 아이에게 그런 말을 자주 해주었더라면...
싶기도 했고..
네덜란드 사람들의 쿨하고 일면 차가워 보이는 모습이
내가 대학에서 mz 동기들에게 느꼈던 인상과
매우 닮아있다고 느꼈다.
네모도 굴러갈 만큼
틀에 박힌 기존체계를 고수하지 않고
개인의 다양한 존재 방식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나라.
와 내가 경험한 mz 세대 공동체의 가치가
그랬다.
공간의 차이. 시간의 차이에서 오는
너무도 다른 경험치...
그로 인해 형성된 다른 삶의 방식을
어떻게 바라보고 수용할 것인지
여전히 좌충우돌 중인 나로서는
만감이 교차했다고 할까...ㅠ
까마득한 어린 시절
선망하는 이국으로 새겨졌다가
잊혔던 네덜란드라는 나라를
연하어 작가님의 책으로 재회하게 되어 정말 기뻤다.
더불어
거를 타선이 없는 목차와 대주제 소주제는
좋은 본이 될 것 같다.
더 이야기하고 싶지만 스포가 될 것 같아서
이만 줄이려 한다.
연하어 작가님의
평평한 네덜란드에는 네모가 굴러간다.!!!
히트 예감이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