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익 May 22. 2024

나를 대학으로 이끈 결정적 사건.

feat 남편의 교통사고

브런치 북  - 나는 쉰둘에 예술 대학에 갔다 1편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무연고 작가님의 감사한 조언으로

2편에 담아보려 합니다.

요즘 다큐 촬영으로 제가 정신이 없어서 ;;ㅋ

우선 매거진으로 조금씩 올릴 예정입니다.^^;;



내가 대학에 온 결정적인 도화선이 된 사건이 있었다.

2020년, 지금부터 4년 전 봄이었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일어난다는 말처럼...

그 무렵 친정아빠께서

갑작스러운 위암 3기 진단을 받으시고

막 수술을 마치신 상태 셨기에

내 우울감은 극에 달했던 때였다..


그날은 4월 13일.

담날이 국회의원 선거로 휴무인 화요일이라

날짜를 정확히 기억한다.

11시쯤 늦은 아침을 먹고 거실 청소를 마치고

 막 욕실청소를 시작했는데..

세면대 위에 진동으로 해놓은 전화기가 울렸다.

물 묻은 손을 대충 닦고 집으려고 보는데

액정화면에 서울 119라는 글자가 생경했다.


1초 남짓한 그 짧은 순간


119? 서울? 우리 집은 화성인데 왜 서울 119가...


섬광처럼 불길한 생각이 스치면서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김**씨 아내분 되시죠?


네에.. 그런데요...


내 귀에 들리는 내 목소리는 심하게 떨고 있었다...


놀라지 마세요. 저는 서울 119 대원입니다.

남편 분이 교통사고를 당하셨어요.


난 그 말이 믿기지 않았다.

아침에 웃으며 집을 나간 사람이

몇 시간도 안 돼서 교통사고라니..


남편 분 께서 횡단보도를 지나시다

보행자 신호위반 차량에 치이셨어요.

머리에 출혈이 좀 심하시고요

다리도 골절되신 것 같습니다.


너무 놀라면 말이 안 나온다..


어...... 어.... 어... 어버..


그러더니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남.. 남편.. 남편 의식이 있나요?


대원 분이 바로 남편을 바꿔주었다.

남편은 힘없는 목소리로 괜찮다는 말을 반복했고

나는 여보!  괜찮아?라고 계속 물었는데

더는 남편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119 대원분은 강남의 대학병원 응급실로 갈 것이니

그리로 오라고 하셨다.


그 길로 집을 나와 도로에서 택시를 기다리는데

눈물이 자꾸 쏟아졌다.

무섭고 멍하고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조금 전 받은 119 대원의 전화가 거짓말이었으면

울면서 택시를 기다리는 나 자신도 거짓말이었으면... 그런 생각에 매달렸다 부질없이..


서울로 올라가는 택시 안에서

 다시 119 대원분의 전화를 받았다.

남편이 사고를 당한 강남 소재의 병원들은

응급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해서

강북으로 향하고 있다고 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택시기사분에게 말씀드려

다시 강북의 한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한남대교를 건너는데 또다시 전화가 왔다.

도착한 병원 응급실도 중환자를 받을 수 없다 해서

또 다른 대학병원으로 가고 있다는 거였다.


말로만 듣던 응급실 뺑뻉이였다;

한 시간 넘게 엠뷸런스 안에서 고통받고 있을 남편을 생각하니 미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재차 행선지를 변경해

4시경 모 대학 응급실에 도착했다.

연락을 받은 친정 동생들도 도착해 있었다.

하지만 하필이면 코로나가 극성인 시기여서

간이 코로나 검사를 받은 단 한 명의 보호자 말고는

응급실은 물론 건물 출입 자체가 불가했기에 ㅜ

나 홀로 들어가야 했다.


벌벌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응급실에 들어선 순간

구석 침대에

머리에 온통 핏물이 배인 붕대를 친친 감고

핏물이 흥건한 방수포 위에 누운 남편이 보였다.


오늘 아침에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고 나간 사람이

영화에서나 보았던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현실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돌이켜보면 그 순간

나는 이미 감당하기 힘든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ㅠ

그때는 그런 것보다

남편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라 인지하지 못했던 것뿐...

남편은 의식이 가물가물한 와중에도

놀라지 말라고 괜찮다는 말을 반복하더니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살펴본 남편의 상태는

이곳저곳 상처 투성이었다.

 머리는 출혈이 무척 심했고

아스팔트에 긁힌 건지

얼굴도 다리도 다 긁혀 피투성이었다.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횡단보도를

파란불 신호에 건넌 것뿐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눈물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모든 것이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몇 달 전엔 아빠가 3 기암 진단을 받고

남편까지 황당한 사고를 당할 리가 없지 않은가...


피투성이가 된 남편의 손을 붙잡고는

뜬금없이 이제껏 내가 남에게 잘못을 저지른 일이

무엇이었나. 곱씹어보던 기억...

자신에게 일어난 불행의 이유를

어떻게든 설명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잠시

어느새 나는 남편의 베드를 끌고

각종 검사를 받기 위해

낯선 병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불과 열 시간 전만 해도

내가 이 시간에 서울의 병원 복도에서

중상을 입은 남편의 베드를 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는데...

사람의 일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더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