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색하며 자신을 부르는 나를 보자
레지던트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주대에서 콜을 했다고 동의서 사인을 부탁했다.
그 말에 레지던트는 약간 놀란 것 같았다.
'어떻게 했지?' 이런 표정?
그러고는 이내 심히 불쾌하다는 듯
누가 그런 말을 하냐며,
자기한텐 그럴 권한이 없다며 내 말을 일축했다.
그럼 누구에게 권한이 있냐니
어머니 생각처럼 그리 쉬운 게 아니라며 가버렸다.
아주대 수간호사 분이 통상적인 절차라 했고
보호자로서 전원 할 권리가 있는 게 아닌가.
아주대 수간호사분께 다시 전화를 했다.
수간호사분께서는 당연한 걸 왜 그러느냐면서
레지던트를 바꿔달라고 하셨다.
레지던트에게 전화를 바꿔주니
갑자기 태도가 공손해지면서
네네. 알겠습니다. 라며 얼른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바로 동의서를 내주었다.
동의서를 받았으니 그걸로 되었다 생각하고
서둘러 사설 앰뷸런스를 불렀다.
곧 기사분이 도착했지만
혼자는 환자를 이동식 베드에 못 옮긴다고 하셨다..
간호 데스크가 이미터 거리에 있었지만
간호사들은 빤히 보고만 있었다.
그래도 7시간 넘게 이 응급실에 있던 사람인데
저럴 수가 있는지.
나는 기사분을 도와 낑낑거리며
남편을 응급베드로 옮겼다.
뇌출혈이 있어 머리가 흔들릴까 봐
너무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잘 옮길 수 있었다.
그렇게 베드를 밀고 막 응급실을 빠져나가려는데
그 문제의 레지던트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나를 가로막았다.
지금 생각해도 그게 실화인가, 연극인가 싶다.
180이 넘는 거구인 레지던트는
입구 정중앙에 대자로 서더니
분노조절장애인 것 마냥 소리를 질러댔다.
“네 가세요! 가시는데!
보호자분은!
제게 권한 이상의 것을 요구하셨다는 건
똑똑히!!! (이때 삿대질을 함;;.) 알아두세요!”
* 아주대 외상센터에 도착해 재차 확인하니
말도 안 된다고
당연히 담당 레지던트의 의무이고
보호자의 권리라고 하셨다;
응급실 안의 모든 사람들이 휘둥그레져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
순간 의학 드라마 하이라이트 느낌...;;
가서 치료 잘 받으시라는
따듯한 말 한마디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았다.
8시간 동안 남편을 살피러 온 적도 없으면서
전원동의를 부탁했다는 이유로
남편이 사경을 헤매는
실의와 충격에 빠진 사람에게
굳이 쫓아와서까지
성질을 부리며 상처에 소금을 뿌리다니...
저런 사람이 의사라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남자라도 얘가 나한테 이랬을까...
순간 그런 생각도 들었다;
당장 중요한 건 내 남편의 생사였다.
쟤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나는
이 뭐 병?....
이런 표정으로 그 사람을 아래위로 한 번 쏘아보고
바로 남편의 베드를 밀며
그 회한의 병원 응급실문을 나섰다.
밖에서 종일 기다리고 있던 남동생이
일사불란하게 기사님을 도와 이동식 베드를
구급차에 올렸다.
나도 따라서 난생처음 ; 구급차에 올랐다 .
잠 든 남편의 머리가 흔들릴까싶어
단단히 두 손으로 붙잡았다.
자정이 넘은 시간.
앰블런스 창 밖으로 보이는
불빛 반짝이는 한강…
그제야 참았던 조금전의 충격,
오늘 하루의 일들이 몰려오면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