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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익 Oct 02. 2024

격세지감

갑자기 기온이 급강하했다.

우리 과가 있는 창조관은 학교 맨 북쪽 끝 산밑자락에 있기에

여름에도 서늘함이 뼛속까지 스며드는데ㅠ

오늘은 정말 손발이 얼음장처럼 추웠다.

졸리움을 뚫어야 만날 수 있는 들뢰즈 님 ^^


뜨거운 커피와 생강차를 번갈아 후루룩 거리면서 ;;

  (나이 드니깐 뭐 마시는 소리도 뭔가 더 큰 느낌;;)

수업을 이어가는 라테와는 달리


동기들은 반 바지에 반팔차림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도 모자라

와그작 와그작 얼음을 씹어먹는다 ㅎㅎ

와..

라테의 내적 감탄...ㅎㅎ


자그마치 34년 전 스무 살 때 나도 저랬던가...

기억도 안 나긴 하지만 ;;

사람 몸의 노화라는 게 참...

당연한 걸 두고도 어떤 기묘함마저 느껴지는 라테


강의실이든 사적인 대화든

라때! 당연시했던 가치들은

옛날 옛적에 그랬었대..! 가 돼버렸다.


사람은 외모보다 마음이 중요하다. 라든가.

돈보다 명예가 중요하다! 라든가..

이런 도덕책에서 배웠던 이야기들 말이다.


mz 세대들에게 당연한 것은

일단은 외모가 예쁘고 잘생겨야  

관심이 가서 마음을 알아볼 수 있다.

혹은 예쁘고 잘생긴 애들이 모나지 않고 성격도  좋다!

로 바뀌었다.


만일 라테가

무슨 소리! 사람은 성격이 어쩌고라고 한다면

무슨 잠꼬대하는 사람처럼 쳐다볼 듯..ㅎㅎ


최근에 동기들과 대화하다가 들은 말이 있다.


약한 것과 착한 건 다르다

정말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약한 사람은 결국 주변에 폐를 끼치게 된다.

어른은 각자 자신을 책임질만큼 강해져야 한다.


처음엔 너무 야박하게 들렸다...

라때는 약한 사람은 착해 ㅜ 다 함께 도와주자!

머  이런 말이 대세였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라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가 희생하는 게 좋다는 교육만 받았지만


사실 보통의 사람들은  

그러고 만족할만큼 ;:

대단한 인격을 지닌 것이 아니잖는가;


역사책에서나 볼법한

그런 고고한 인격이 기준점이었던

일종의 집단망상이

그 시절 우리를 지배했었지만..


막상 현실은

그런 문제로 갈등상황이 생기면

정확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타인의 잘못을 너그럽게 커버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맘속으론 원인을 제공한  타인을 원망하며

서로서로 속이 썩어 들어갔던 게 아닐까..

.

이쁘면 못됐고

부자는 모두 악인이고

가난한 자는 으레 선인이라는 극단적인 생각들..

그걸 가르치는 어른, 선생님들도

막상 자기네 실생활에서

대부분 실천 못할  도덕적 코르셋;;

가스라이팅도 그런 가스라이팅이 없던 듯하다.


뜬금없이.. 이제 와서 ㅎㅎ

드는 한 생각;


어쩌면 그때 어른들, 선생님들은

본인들이 특출나게 잘생기거나 이쁘지도 않고

대단히 돈이 많지도 않으니까

외모보다 돈보다

고고한 인격이 중요하다는..

그런 공허한 말을 꾸며낸 거 아닐까 ?


그걸 듣는 어린 나 역시도

이쁘지도 않고

이담에 돈 많이 벌 자신도 없으니

맞아 맞아. 했는지도 ㅠ


지난세기,

우리가 추앙했던 진리란건

어쩌면 어처구니 없는 원인이 일으킨

무지성 쓰나미가 아니었을까.. ㅋ

뭐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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