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차 팀플회의- 2

by 장익

라테의 걱정은 회의 시작과 동시에 사라졌다.


팀장을 맡은 은주 씨는 그야말로 프로였다.

미술대학에 오기 위해

직장과 입시미술을 병행했다는 소개처럼

단단한 저력이 느껴지는 아우라로

앞으로 우리 팀이 수행해야 할 과제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ppt를 화면에 띄워주며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브리핑을 진행했다.


오!


아!


아하!


이제껏 도무지 갈피를 못 잡던 라테의 생각들도 차츰 하나로 모아지고 있었다.


다음은 차례로 자신의 작업 계획을 이야기하는 순서.

은주 씨는 판화로, 주원은 한지에 연필로, 수현은 목탄에 캔버스

라테는 캔버스에 아크릴로 ,

네 사람이 각기 다른 기법을 사용하니 배분도 적절하게 느껴진다.


만족스러운 와중에 라테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친구들의 이전 작업을 보니 실력이 장난 아닌데..

드로잉 쌩초보 라테가

그야말로 밸붕(밸런스붕괴)을 초래하는 것이 너무 미안해서였다


“제 그림만 너무 퀄리티가 떨어질 것 같아요. 그게 계속 걱정이 되는데 어떡하죠..ㅠㅠ”


“라테님! 그림에 잘 그리고 못 그리고 가 어디 있나요?

그냥 편하게 그리시면 되세요. 절대 그런 걱정 하시지 마세요 “


주원이가 묵직한 목소리로 답을 준다.

고마우면서도 문득. 뭐만 하면 자식뻘의 친구들에게 우는 소릴 하는 자신을 깨닫는 라테...

이런 것도 꼰대 짓임엔 틀림없다 ㅠ

앞으론 다시는 그런 말 안 하기로 결심하는 라테.;


마지막으로 각자의 작업을

티셔츠와 엽서, 에코백으로 만들어 굿즈 판매를 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두 시로 향하고 있다.


"자 모든 안건이 끝났습니다.

내일 있을 발표 ppt는 제가 작성해서 수업 전에 보여드리겠습니다.

늦게까지 다들 너무너무 수고하셨어요!"


은주 씨의 야무진 목소리가 컴퓨터 스피커로 들려오고

홀가분한 인사를 나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번 팀플! 예감이 참 좋다!'


주름이 겹겹이 진 졸린 눈을 비비며

그렇게 첫 팀플 회의를 마치고는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꿈나라로 갔던 라테였다^^


ps.

소식 전해드려요^^;; 이번 학기에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았어요.

사실 성적과 작품 실력은 그닥; 무관하지만 그래도 기쁘네요 ^^;

학교 친구들과 브런치 이웃님들이 응원해주신 덕분입니다 ㅠ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라테의 본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