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이미지: 정찬민 작가-서민서 이동 (논알고리즘 첼린지, 세화미술관 2024,3)
자식 또래의 친구들과 공부하며 얻은
가장 큰 성과라면
내가 인지하지 못한
나의 실체를 깨닫게 되는 일이었다.
누군가 ‘라테님 당신의 모습은 이래요!’라고
알려주는 것도 아니지만 서두
툭하면 그런 계기가 발생한다.
작년 비평 수업 때 90년생이신 ㅋ 교수님께서
90년대 초 보수적인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을
상징했던 x세대 이야기를 하셨다.
라테의 귀가 솔깃해졌다.
왜냐하면 라테야말로 x세대 그 잡채의 나이니까 (
참 오래도 살았ㅋ)
그러다 교수님께서
“그런데 이젠 그 x세대들 다 할아버지예요”
라는 말씀을 하신다.
할아버지라는 말에 깨알 같은 웃음소리들이 들려온다.
하지만 찐! ㅋ 엑스세대인 라테만 홀로 민망하다. ㅎㅎ
젠지(z제너레이션)들로 가득 찬 강의실안에
라테라는 x세대가 잠복해; 있다는 걸
교수님들은 간과하시는 걸 라테도 잘 알고 있기에
(딱히 염두에 두실 이유도 없긴 하다)
불쾌하거나 그렇지는 않다.
감사하게도
‘지금 젊은이들에게 내 나이는 기성세대도 아닌
할아버지 할머니로 (특히 사고방식면에서.) 불리는
세대였구나 ‘ 하는 자각을 얻을 뿐.
집에 오면서
x 세대는 할아버지,라는 언급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요!
난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요!’
왜 그 자리에서 말을 못했나 자문해 보면서...
근데 하라고 해도 사실할 수 없었다.
대학에 다시 와서
라테의 모든 사고가 작동하는 방식은
정확히 자신이 스무 살 때,
그러니까 1990년에 세팅된 값의 무한 재생임을
실로 뼈저리게 깨달았기에.
이론 수업에서 자주 다뤄지는 것은
디지털 시스템화 된 사회와 그것의 속도에 관해서다.
민찬욱 - ai 인간의 죽음 (논알고리즘 첼린지, 세화미술관 2024,3)
‘ 도대체 얼마를 보았는지
기억도 안 날만큼 무수한 디지털 이미지를
우리는 매 순간 접하며 산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고 있는가?
나아가 그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이 세계를 정말 이해하는 가?‘
이 질문은 동시대 예술에서 기본적인 물음이 되었고
이 주제로 작업하는 작가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기기를 얼마냐 잘 다루고
관련 지식을 얼마나 공부했느냐보다는
젠지들처럼 (z 세대) 몸에 체화된 디지털 감각으로
지금의 세계를 이해하고 따라잡는 능력에 대한
토론이 쏟아져 나오고
그저 뻘쭘히 듣고만 있던 라테는.
1990년식 세팅값으로
동시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함을
절망적으로 깨닫는다...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 시대에나 (심지어 구석기시대에도;)
기성세대는 그러한 비극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지만.
과거의 기성세대는 느린 세상을 살았기에
우리보다 형편은 훨씬 나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세계의 속도가
빛처럼 빨라진 지금의 기성세대들이다.
수시로 유튜브를 들여다보며
세상의 금과 옥조인 줄 아는 우리 세대,
+ 우리의 부모 세대들은
자신이 이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산다.-.-
자신이 보기를 원하는 이미지들만을
무한 반복 + 주야장천 재생하면서
그게 진정한 이 세계라고 믿으면서 산다. ㅠㅠ
feat 가짜뉴스의 관점;;
수업의 말미에 교수님께서는
이런 질문을 덧붙이신다.
"요즘 유튜브 보는 사람?"
당연한 듯 ㅋㅋ 손을 들으려다
강의실안을 둘러보니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없죠? 맞아요.
이제 유튜브는 한물간 플랫폼이 돼버렸죠."
라테 홀로 또 어리둥절한다.
'교순님 우리 세대는 밤낮으로 유튜브만 보는데요><
심지어 유튜브가 이 세상인 사람들도 있어요;;'
50대 이상이 모두 하고 있다? 그럼 뭐다?
이미 구닥다리라는 거다...
구닥다리의 세계가
동시대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저 현란한 디지털 이미지들.
어떻게 하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라테 역시 도무지 답을 모르지만...
속도.라는 두 글자에 어떤 힌트가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50대다.
절대로 20대의 속도로 100미터 달리기를 할 수 없다.
하지만 디지털 이미지들을
눈으로 좇고 있는 당신의 뇌는
당신이 실제 그 속도로 뛰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게 빠른 속도를 내며
옆으로 지나쳐간 이미지들까지
다 보고, 다 이해했다고 믿게 만든다.;
자신에게 알맞은 속도로 달리면서
지나치는 풍경의 이미지들을
얼마나 온전히 이해할 수는 있는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런 식으로 디지털 이미지들을 보다 보면
한 줄의 뉴스 기사나,
몇 초짜리 쇼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당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자신이 사는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ㅠㅠ
민찬욱 - ai 의 대화. (논알고리즘 첼린지, 세화미술관 2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