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더웠던 작년 여름, 우리는 5월에 있었던 학부모 아카데미에서 라탄 바구니 만들기를 하러 갔다가 서로 만났다. 나와 나나는 이미 알고 있던 사이였고 현정과는 처음 만났다. 주황색의 밝은 옷을 입고 동그란 안경을 쓴 채로 앞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던 현정 곁에 우리가 가서 인사하며 앉았다. 현정은 혼자 앉아 있긴 약간 심심하였다는 얼굴로 우리를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아 주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라탄 바구니 만들기를 시작하였다. 강사님이 어찌나 손이 빠르고 말도 빠르고 행동도 빠르시던지, 하지만 우리 엄마들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서로 이야기 꽃까지 피우며 하하 호호 웃으면서 손도 바쁘게 움직인다. 처음 만난 현정과 뭐가 그리 즐거운지 그냥 던진 말 한마디에도 까르르 웃는다. 라탄 바구니를 잘 만들어내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완성만 하면 된다고 서로 잘했다고 하며 격려하고 위로하고 칭찬하였다.
만들기가 끝나고 현정과 나는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다음 만남을 기약하였다. 이렇게 우연하게 만난 사람과 친구가 된 경험이 없기에 그냥 인사 치레의 약속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렇게 한 주가 흘렀을까? 현정은 나나와 나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였다. 비빔밥 먹으러 오라고. 우리는 비빔밥에 끌렸고 초대에 반갑게 응했다. 상추, 무생채, 콩나물, 시금치 등 갖가지 반찬이 들어가고 거기에 동그란 흰자 위에 반숙인 노란자 계란 후라이가 밥 위에 4개나 얹혀있었다. 구수한 된장국, 입맛 돋우는 반찬들, 양푼 비빔밥이 어우러져 입속에서는 불꽃놀이 폭죽터지는 맛의 축제였다. 거기에 서로의 정까지 먹어 마음이 훈훈해지는 만남이었다. 이렇게 밥 한끼 같이 먹자고 집으로 초대해 준 현정의 마음에 고마웠다. 이런 정을 좋아하고 그리워하고 있었던 차에 반가운 일이었다.
라탄으로 인연이 맺어졌으니 또 그녀들과 무언가 만들기를 하러 가고 싶었고 만남의 의미를 이어가고 싶었다. 그러던 중 한 복지관에서 원데이클래스로 부채만들기 수업이 있어서 함께 가자고 하였다. 모두들 흔쾌히 수락했다.
각자 나름대로 어떻게 꾸밀지 구상을 하고 왔지만 난 그냥 함께 하는 것이 좋아서 구상 없이 즉흥적으로 만들 작정이었다. 부채 만들기 수업은 캘라그라피를 간단히 배워서 부채에 짧은 글을 쓰고 그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나는 우리의 인연이 고마워서 ‘참 좋은 인연입니다.’ 라는 문구를 선택하였다. 우리는 글씨체를 연습하는 도중에도 서로의 것을 비교해 가며 뭐가 그리 재밌는지 까르르 웃고 떠들었다. 40대 아줌마들이지만 고등학교 여고생으로 다시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렇게 두 시간이 흘러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는 부채가 점점 완성되었다.
나는 '참 좋은 인연입니다.’ 라는 문구를 쓰고 흩날리는 예쁜 꽃을 그렸다. 먼저 색색깔로 물감을 묻혀 찍어 꽃을 표현하고 갈색으로 나뭇가지를 곳곳에 그려 넣었다. 그러고 나니 나름 만족하는 예쁜 부채가 완성되었다.
나나의 부채는 ‘오늘 하루도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 라는 문구이고 파란색 색칠 만으로 깔끔하게 표현하였다. 멋드러진 부채가 완성되었고 파란색이 더운 여름이지만 시원한 느낌이 들도록 해 주었다.
현정은 유난히 남편과 사이가 좋고 서로 얘기를 많이 하는 부부이다. 그래서 인지 현정은 부채를 남편의 생일 선물로 준다고 하였다. 남편의 이름이 해산이다. 김해산. 이름과 연관지어 부채에 표현하였다. ‘아무리 거센 바람이 불어도 산이 움직이는 법이 없다‘는 문구에 강렬하고 동그랗게 빛나는 해를 그려 넣었고 ‘산’ 글자 앞에 ‘해’를 써 넣었다. 여기서 해가 빛날 수 있도록 다른 미사여구의 그림은 넣지 않았다. 부채에 쓰여진 해산의 이름은 개성 넘치는 부채가 되는데 한몫 했다.
우리는 서로 진짜 잘 만들었다면서 100번도 넘게 얘기했다. 라탄에 이어 부채를 만들면서 서로 더 돈독해짐을 느껴졌고 다음에 뭐 만들러 갈까의 고민도 이어졌다. 더운 날의 여름 부채는 우리를 참 좋은 인연으로 바람 안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