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제목은 아니다. 어제 폐장 직전의 백화점에서 장식된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며 문득 든 생각이다. 백일 된 아기에게 하루는 인생의 백분의 일이지만 만일하고도 수천일을 산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하루는 그저 만분의 일이라는 느낌이다. 동일한 24시간이지만 하루종일을 생존을 위해 분유를 먹고 뒤집고 기어가는 아기와 대조되는 직장인의 삶이 사뭇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직장인에게 온연한 자유가 있어서 하루종일 집안에서 밥먹고 자고 핸드폰도 하지 않고 자는 하루를 보낸다면 그에게는 갓 태어난 아기처럼 하루가 길게 느껴질 것이다. ‘약속이 있어서’ ‘일을 해야해서’ 등 무언가를 하기때문에 우리는 그 몰두하는 시간을 너무나 상대적으로 짧게 받아들이는 것이고 그 결과 ‘하루가 짧다’, ‘1년이 짧다’라고 감각하게 되는 것 아닐까.
올해는 무엇을 해냈는가. 올해는 무엇을 하지 못했는가, 올해 무엇을 더 했어야 하는가. 내 1년에 아쉬움은 없었나. 따지고 보면 아쉬운 것 투성이지만 올해는 ‘도망치지 않고’ 버티어 냈다는 점에 나에게 소중한 칭찬을 해주고 싶다. 아마도 아쉬운 것 사이에는 내 기억 속에는 없는 ‘휴식’이 있었을 것이다. 워라벨 까지 논하지 않더라도 사람은 일을 과하게 하면 어느 순간 놓아버리고 도망 혹은 휴식을 택하게 된다. 그것을 해내지 못한 이유는 분명 ‘시간이 모자라서’ 로 귀결되겠지만, 그때 그것을 했다면 당시의 나는 머리가 터져버리거나 몸 어디가 망가져버리거나 가족이 망가져 버렸겠지.
오랜만에 건담을 보는데 ‘수성의 마녀’가 꽤나 재밌다. 주인공의 기체 ‘에어리얼’이 못생겨서 내 취향이 아니라는 것 뺴고는 담담한 정치가 가미된 학원물 보는 기분으로 보고 있다. ‘도망치면 하나, 전진하면 둘’이란 멘트는 손발이 그렇게만은 오그라들지 않는다.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나에게도 어떤 메세지를 주어서 좋은 기분을 받는다. 작품 내에서 어른들의 시점과 학생들의 시점이 오가는 것이 이제 어른이 되어서 보는 건담은 이런 감각이구나 하고 있다. 오랜만의 LCK 내전이 결정된 2022 월즈도 간간히 보면서 머리를 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