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지는 어느 나날의 오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벤티 사이즈로 벌컥벌컥 들이켜도 졸음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일교차가 심해서 그럴까, 아침에 춥다고 그렇게 꽁꽁 싸메고 나온 것이 점심의 햇살 앞에서는 되려 빠져 나가지 못한 열기가 되어 몸에서 땀을 내고 있었다.



브런치 통계를 본다. 조회수는 10-20수준이다. 실로 만족할 수준이다. 전국에 아니 전 세계에서 내 글을 보는 사람이 백명도 안 된다는 그 마이너 감성이 나를 계속 키보드에 붙어있게 만든다. 너무 유명해 질 수도 없지만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내 글을 보고 나를 알아보는 것 그것도 싫다. 그냥 익명의 한 사람이 익명의 공간에서 익명에게 글 한쪼가리 남기는 즐거움이면 그걸로 충분하다. 예전의 호승심 및 관심병이 다다른 나였다면 태그도 엄청 달고 사진도 달면서 검색어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조회수를 올릴까 고민했겠지만 이제 마흔살은 그런 것을 내려놓을 나이다.



일이 발동이 걸려서 여러개 일을 계획적으로 하다보면 수없이 Alt Tab을 눌러가며 이메일을 보내고 답장을 받아서 다시 카톡을 보내고 전화를 하고 그런 일련의 과정이 어제였다면 오늘은 아침부터 그 리듬감이 툭 하고 끊어진 모양이었다. 두 번째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느리게 키보드를 달그닥 거릴 뿐이었다. 실로 일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단지 꼬여버린 리듬감을 오후 3시에 정비할 뿐이다. 오후 4시에는 오후 3시에 여유부리던 과거의 나에게 욕지거리를 하며 다시 작업전선에 뛰어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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