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원과 갑작스러운 친구 죽음

제2부 말을 걸어온 사람들

by 순아

벚꽃이 흐드러진 봄날 저녁, 어둠이 어스름 깔릴 때쯤 이였다.

스마트 폰으로 부고 한 장이 날아왔다. 얼핏 보니 고향친구 이름이다. 당연히 친구 친정 엄마 부고장인 줄 알고, 대충 보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언뜻 스치는 생각이 왜 상주가 친구 딸이름이지? 하는 생각에 다시 부고장을 꼼꼼히 봤다.


이럴 수가! 친구 a가 죽었다는 부고장이었다.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친구가 중앙선 침범해서, 교통사고로 즉사했다고 한다.

5년 넘게 만나지는 못했던 친구였지만 지난해부터 계속 마음이 쓰였던 친구다.


몇 달 전에 갑자기 전화 와서 돈 20만 원을 좀 빌려달라고 했다. 고향에 시어머님 건물에서 식당을 하는데 시어머니한테 월세를 줘야 한다고 했다.

난 남도 아니고 시어머니한테 주는 월세는 좀 미루어도 되지 않냐고 하면서 거절했다.


한 두해 전부터 다른 친구c를 통해

그 친구가 돈 빌려달라는 전화를

자주 해서 여간 난처한 게 아니다는

전화를 받은 터이다.

지금까지 친구 간에나 심지어 형제간에도

돈거래는 하지 않았다.

남편과 나의 철칙이랄까?

아무리 힘들어도 금융기관 대출은 해도

개인 간 돈거래는 하지 않았다.

20만 원 돌려받지 않을 생각으로 줄 수도 있었지만,

나 역시경기가 좋지 않아

마이너스 대출해서 생활하고 있는 중이라 거절했었다.

친구의 부고를 받고 며칠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잠도 오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돌려받을 생각하지 말고 20만 원 그냥 줄걸.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어닥쳤다.


몇 해 전 다른 친구 b 남편이 쓰러졌다고 해서

부조 30 만원도 했었으면서...,


부고장에 있는 계좌로 부조를 보냈다.

친구는 죽었는데, 이 부조가 무슨 소용인가?

살았을 때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에 거의 한 달 넘게 상념에 시달렸다.


죽은 친구에게 돈 빌려달라는 전화를 받았던 다른 친구 c도 마음이 불편해서 잠이 오지 않아 다니는 절에 스님께 기도를 부탁했다고 한다.


들리는 소문에 친구가 코로나 시기부터 식당도 안 되고

늦둥이 셋째 아들이 학교에서 문제아들과 어울려 잦은 사고를 치는 바람에 빚을 많이 졌다고 했다.

자기 명의의 빚은 물론 친정엄마, 고향동네 친인척,

딸 명의로 빌린 금액이 3억이 넘는다고 했다.


죽은 친구 a가 낮에는 식당에서 일하고 새벽에는 건물청소 일을 다녔다고 한다. 그날도 아침에 청소 일 끝나고 오다

사고를 냈다고 했다.

주위 사람들은 졸음운전일 가능성이 높지만, 어쩌면 자살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을 했다. 가입해 둔 보험금이 3억 5천 정도 나온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은 친구 a를 죽음으로 내몬 장본인들은 다름아닌 시어머니와 남편, 자식들까지 가장 가까운 가족들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시어머니가 월세로 친구를 괴롭혔다는 걸 익히 잘 알고 있었기에 원망과 비난의 화살이 시어머니에게 향했다.

그러자 그 시어머니가 장례식장에서

"왜 며느리 죽은 게 나 때문이야"라며 악다구니를 썼다.

죽은 친구 지인들이 며느리는 그렇게 힘든데 , 가게까지 찾아와서 행패부려 꼭 월세를 받아 갔어야 했냐고? 그 돈으로 당신은 뭘 했냐고?나이 80에 명품으로 치장하고 다니지 않았냐고? 쏘아 붙였다.

옆에 있던 막내아들은 엄마가 저렇게 된 건 나 때문이라고 울부짖었다.

장례식장이 온통 울음바다가 되었다.


그 친구 a의 남편과 시어머니가 상식적인 아닌 사람이라는 건 결혼 초부터 익히 알고 있었다. 신혼살림집을 그 친구 a와 한 동네에서 시작했기에 친구가 힘들어하며 자주 말했었다.

남편은 평소 때는 괜찮다가 술 만 먹으면 폭력을 쓰고 집안 살림을 부수어서 경찰차도 몇 번 왔다고 했다.

친구도 맞아서 고막이 터진 적도 있었다.

남편만으로도 버거웠을텐데 시어머니까지 독하게 시집살이를 시켰다고 했다.


설상가상 첫째 딸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왕따를 당하다가 결국 고등학교1학년때 자퇴했었다.

딸아이가 자퇴를 하고 친구 a가 고향 동네로 이사를

간 뒤로 소식이 뜸 해졌었다.



초등학교 시절 그 친구 a는 시골에 살았지만, 도시아이처럼 옷도 깔끔하고 예쁜 옷을 입고 다녔다. 공부도 곧잘 해서 전교 부회장도 했었다.

여대에서 의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디자이너였던 그 친구는 주위에서 모두 부러워했던 부잣집 외동딸이었다.

그랬던 친구 a가 결혼 후부터는 인생이 진흙탕 길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주변 모든 이들에게 아픔과 안타까움을 남기고 간 친구의 죽음을 보며,

인생의 작은 성에 올라 온 바오바브나무는 어린 싹일때 빨리 뽑아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 왕자가 자신의 별을 산산이 조각 내기 전에 바오밥나무를 뽑아냈듯이.


자식 때문에, 정이 들어, 주위 시선 때문에, 혼자 서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단호히 끊어내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괜찮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로 바오바브 나무를 빨리 뽑아내지 못한 친구의 별은 산산이 흩어져 사라져 버렸다.

친구가 결혼 초에 이혼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친구가 간 다른 별에서는 힘들지 않고 평안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기도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