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쓸모있다는 존재감을 찾아 준 글쓰기

제1부고요히 서 뿌리내리다.

by 순아

집에서 병마에 시달리던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존재로 여겨졌다. 아이들과 남편 뒷바라지나 살림은 커녕 가족의 짐만 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책 <변신>에 나오는 어느날 흉칙한 벌레로 변한 주인공같이 느껴졌다.



멀리 떨어져 있는 시댁 식구들은 나의 상황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시로 전화를 해대며 가정 형편이 힘든데, 맞벌이 하지 않는다고 성화였다.

"대학 나오면 뭐하냐?" 라며 비난까지 했다.

병마와 싸우는 것도 버거운데, 주위의 질타는 넘어져있는 사람을 짓밟고, 손가락질 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나의 존재자체가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그 버거운 시간들의 유일한 친구는 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창시절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다. 힘든시기에 책에서 많은 위로와 힘을 얻었다.


컨디션이 괜찮은

동네 도서관에 가 읽고 싶은 책을 빌려 올 때면 마치 늘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던 잿빛하늘에 구름 사이로 햇빛이 잠깐 쨍하고 나는 시간 같았다.

그렇게 책을 읽는 건 좋아 했지만, 글쓰기는 일기 쓰는 것 말고 해 본 적은 거의 없었다.

힘들거나 소화하기 버거운 감정을 풀어내고 싶을 때면 일기를 종종 쓴것 외에 공개적인 글쓰기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학창시절을 포함해서 단 한번도 글짓기를 잘 한다는 말을

어느 누구에도 들어 본 적이 없었으므로.


어느날 지역 신문을 읽다가 하단에 조그맣게 책읽기 주부수필공모전 광고가 실린 것을 발견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그날은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글을 한 번 써보고 싶었다.

공모전이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책읽기 주제여서 그랬던 것 같다.

내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나에게는 글을 한 편 완성해서 응모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전이었다.



지금껏 단 한번도 글짓기 상을 받아 본적이 없었기에 수상을 생각한다는 건 언감생신이었다.

그런데 발표날에 내가 동상이라고 연락이 왔다. 듣고도 믿기지 않았다. 비록 동상이 10명 정도 되었지만 내 인생에

기적이 일어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후 용기를 내어 다른 공모전에도 적극적으로 글을 응모 했다.

신기하게도 여러 공모전에서 우수상. 최우상 .대상도

받는 일이 일어났다.

상을 받고도 한참을 내가 진짜로 상을 받을 정도의 글쓰기를

잘 하는지 믿기지 않았다.

사실 아직도온전히믿기지는않는다.

그렇지만 글쓰기로 공모전에서 여러번 수상도 하고 상금도

받으니 ,가족에게 짐만 되고 쓸모 없는 존재라고 자책하는

감정이 차츰 사라지고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후 집에서 책과 스마트 폰으로 틈틈히 재태크 공부를 했다. 아파트 청약을 통해 계약금 10%만으로 내집 마련도 했다.

글쓰기는 나에게 자존감을 찾아 준 건 물론이고, 비록 바깥에

나가 적극적인 경제 활동은 못하지만, 재태크 공부로 꿈에 그리던 내집 마련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