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말을 걸어온 사람들
화투판에 똥껍질 취급하지 마!
이 말은 예전에 남편이 나에게 자주 하던 말이다.
그 당시에는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수필공모전에서 수상을 해도 그렇게 달갑지 않게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자기한테 화투판에 똥껍질 취급하는 게 더 심해질 것 같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나는 단지 남편이 하는 행동이 자꾸 문제를 일으키니 탐탁지 않아 잔소리를 했다. 그러면 항상 예민하게 과잉반응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남편이 사업이 부도나고 자존감이
바닥나 있을 때 유난히 더 심했던 것 같다.
나 역시 경제적 궁핍과 아이들 육아와 병으로 자존감이 바닥이었을 때였다.
남편과 나 둘 다 열등감과 자괴감에 찌들어 있었던 시기였다.
그때는 우리 가정이 그 지경까지 가게 된 이유가 남편 때문이라는 원망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그러다 보니 자주 남편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했다.
내 안에도 열등감만 가득하니 남편의 부족한 부분만
계속 보여서 지적질하기 바빴다.
더 나아가 싸울 때는 적개심으로 어떡하면 더 상처가 되는 말을 해서 타격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골몰했을 정도였다.
가만히 결혼 생활 30년을 돌이켜보면 남편에게 칭찬했던 말보다 잔소리하고 자존감 깎아내리는 말을 몇 배나 더 많이 한 것 같다.
내가 어느 정도 자존감도 회복되고 두루두루 안정을 찾고 나니 남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
지난 시간 동안 장점을 더 많이 칭찬해 주고 힘을 북돋아주는 말을 자주 해 줄걸 하는 후회가 된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 속담 있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물질적인 것도 해당되겠지만
마음의 곳간에 더 해당되는 것 같다.
좋은 생각과 감정이 가득 찼을 때 타인에게 상처도 덜 주고 좋은 말과 행동으로 존중하고 배려해 줄 수 있다.
최근 며칠 동안 60대 아버지가 생일파티에서 30대 아들을 총으로 쏘아 죽인 뉴스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사건의 원인이 성공한 부인에 대한 열등감으로 부인이 제일 아끼는 자식을 죽였다는 의혹도 제기 됐다.
어떤 이유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피의자의 열등감이 화약고가 되어 세상에서 제일 소중했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죽였다.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 아니라 감정을 동물이다는 걸 증명하는 안타까운 사건이다.
전 부인과 아들이 평생을 경제적 지원을 해 주었는데도
감사하기는커녕 아들을 죽임으로 갚다니.
인면수심의 극치인 사건이다.
저 정도로 막다른 골목까지는 가지는 않지만, 주위에 보면 남자가 경제적 능력이 없고, 여자가 생계를 책임지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지인들 보면
대부분 부인에게 고맙다는 생각보다 열등감에
더 함부로 하고 애를 먹이는 경우를 많이 봤다.
사람은 빵으로만은 살 수는 없는가 보다.
몸의 양식은 빵이고, 마음의 양식은 인정과 존중인가?
사람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인정과 존중받고 싶은 욕망이 본능처럼 작동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