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을 나서는 길 1000번 버스를 탔다
유독 하늘이 맑아서 이어폰을 끼고 밖을 쳐다보다
대곡역이 보였다
지하길에 나란히 놓인 역과 달리
지상으로 툭 튀어나온 빛바랜 역사
먼지 쌓인 창틀과 쭉 이어진 한 일자 하늘지붕 사이로
들이치는 늦여름 빛살에
무던히 지나치던 내게 대곡역이 질문을 했다
지하에 있는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왜 나만 밖에 있냐는 당돌한 투정에
그래도 바깥세상을 보는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사계절을 온 몸으로 느끼는 게 어디 쉬운줄 아냐고
쏘아붙이려는 데
옆사람이 친 커튼에
속 시원히 대답을 못하고
그냥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