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믿지 않는 내가 나를 위로한다
지금까지 겪었던 수많은 실패를
무덤덤한 척 괜히 더 밝게 설명하느라 애썼다
뒤엉킨 것들로 깜깜한 밤에 전조등을 붙들고
이어가는 발걸음이
누구보다 외롭고 두려웠을 텐데
이 새벽까지 걸어오느라 고생했다
알고 있지
웃음이 많고 정이 많은데
무뚝뚝한 표정에 감춰
준만큼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일기장에 4B연필을 사각대듯
적고 지우기가 힘들었음을
신을 믿는 어머니는
남북통일이며 세계평화며
그런 것들을 묵주를 품고
노란 촛불을 앞에 수없이 되뇌며
네가 즉, 내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데
무던히 맴도는 감사함을 표현 못하고
에둘르느라 답답했겠다
신을 믿지 않는 내가
나에게 당신에게
처음으로 작은 글로 위로를 한다
아니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