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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유 컴패니언 Dec 05. 2022

내 감정의 주인으로 살기

우리의 감정적 문맹은 부정적 감정을 정복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함보다는, 그 부정적 감정을 진정하게 그리고 주의 깊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무능함과 깊은 관련이 있다.

                                         -미리암 그린스팬(Miriam Greenspan)-    

 

어떤 연예인은 수상 소감에서 울먹이다가 할 말을 하지도 못하고 내려간다. 대개는 자신이 상을 타기까지 얼마나 애썼는지, 그리고 자신을 키워주고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미리 준비한다. 시상식 무대에 올라가 준비한 대로 말을 꺼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목이 멘다. 자신의 내면에서 울컥하는 무언가가 올라온다. 그다음은 말이 사라진다. 눈물과 콧물이 줄줄 흐르고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횡설수설 말끝을 흐린다. 감정이 북받쳐서 할 말을 잃은 것이다. 반면 어떤 연예인은 본인의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도 남의 말을 하듯이 전혀 감흥이 없게 한다. 시상식 분위가 냉랭해진다. 시상식 무대에서 창피당하지 않기 위해 오늘만 감정을 차단했을 수 있다. 아니면 평소에 자신의 감정이 메말라 있었을 수도 있다.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남에게 할 때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감정에 사로잡혀서 또는 감정에 휩쓸려서 엉뚱한 말과 행동을 한다. 그리고 감정이라고는 한 방울도 없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태어나 자라면서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표현하는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다. 자신의 감정을 아무 때나 드러내지 않는 게 자신의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눈치챈다. 부모님, 형제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자주 드러내면 예민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학교에서 친구들이나 선생님께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다가 창피당하거나 놀림을 받을 수 있다. 성인이 되어 직장과 사회생활을 할수록 자신의 감정을 더 잘 단속해야 한다는 처세술을 배운다. 자신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감정이 두렵고 무서워서 함부로 꺼내지도 못하게 된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감정이 메말라간다고 생각한다. 온갖 세상 풍파를 견디면서 가정을 일구고, 사업을 하고, 직장에서 경력을 쌓고 지위와 명예도 얻었다. 그 과정에 자신의 감정은 도움이 되기는커녕 늘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는 철부지 아이 같았다. 자신의 감정이 마음대로 날뛰지 못하도록 자물쇠로 잠가두었다. 그런 감정이 간혹 자물쇠를 열고 나올 때는 아닌 척하는 가면을 쓰고 막아냈다. 이제 자신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감정이지만 외부인 같아서 낯설다.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자신의 주변의 상황과 조건에 순응해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살면서 적응해왔다. 자신의 감정에 관심이 없어지고 무뎌지는 적응도 했다. 매 순간의 자신의 삶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 즐거움도 줄어들었다.    

 

자신의 감정이 부끄럽고 두려워서 자신의 내면에 가둔 대가를 반드시 치른다. 자신의 내면에 갇힌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회만 되면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감정을 가두고 통제하는 힘은 나이가 들수록 약해진다. 가정에서 잔소리가 많아진다. 이전에 눈에 거슬리지 않던 사소한 일들이 자신의 비위를 건드린다. 배우자나 자녀들은 생뚱맞은 듯이 자신을 본다. 나이는 들었는데 행동과 표정 말투는 5살 어린애만도 못하다는 듯이 자신을 쳐다본다. 자신은 배우자와 자녀들이 변했다고 여긴다. 그래서 친구와 술잔을 기울인다. 골프도 치고 게임도 한다. 어디 마음 둘 곳이 없다. 일터에서도 ‘꼰대’라는 소리를 듣는다. 한번 말을 하기 시작하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온다. 남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신의 얘기를 하는 데 입에 거품을 문다. 상대방은 고개를 돌린다.      


자신은 상대방의 관심과 감정을 헤아리지 못한다. 가정과 일터에서, 그리고 사회적 모임에서 자신은 소외된다. 자신이 왜 그렇게 되는지 아직도 모른다. 자신의 권력이 없어서, 재산이 줄어서, 지위가 없어져서, 영향력이 없어져서 그렇다고 착각한다. 자신의 감정을 몰라도 상대방과 기계적인 거래관계는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을 모르면 상대방과 서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친밀관계는 맺을 수 없다. 나이 50에는 이제까지 자신이 이룬 성취를 갈무리해야 한다. 이후의 자신의 삶의 행복 수준을 좀 더 높여가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여러 가지 계획 중에 자신의 내면에서 샘솟듯이 솟아 나오는 감정에 대한 수업을 들어야 한다. 자신의 감정과 친해지면 삶의 구수하고 진득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50에 왜 자신의 감정을 알아야 하는가? 나이 50을 넘기지 않고 연습해야 하는가? 나이가 들수록 감정 훈련은 더 어려워진다. 남의 눈치가 더 보이고 쑥스럽기 때문이다. 이 나이에 어린애들처럼 소꿉장난하듯이 하는 감정 놀이가 친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자신의 감정을 올바르게 알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올바르게 사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내 감정의 연금술사’ 자격증을 따면 내면의 자기 자신과 온전하게 소통할 수 있다. 가족과의 소통이 부드러워지고 친밀해진다. 남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 서로 긴장이 풀리고 신뢰가 높아진다. 자신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감정은 잡을 수도 없고 내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감정이 궁금하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감정은 순간적으로 전선을 타고 흘러가는 전류와 같다. 하늘에서 번쩍하면서 내리치는 번개에 비유할 수 있다. 인간이 번개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벼락을 맞지 않기 위해 피뢰침을 설치한다. 순간적인 강한 전류를 땅속으로 완전하게 흘려보내 건물을 보호하는 기술이다. 번개의 실체를 알고 번개를 막지 않고 흘려보내면 안전하다는 것을 발견한 결과다. 자신의 내면에서도 수시로 감정의 번개가 친다. 자신의 내면의 감정도 본능적인 현상이다. 감정을 막을 수 없지만 흘려보낼 수는 있다. 번개는 흘려보내기만 할 수 있다. 자신의 내면에 감정 피뢰침을 설치한다면 감정을 흘려보내기도 하면서 삶의 에너지로도 바꿀 수 있다. 어느 뇌과학자는 감정의 에너지 수명을 90초 정도라고 말한다. 자신이 직접 뇌졸중을 겪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뇌과학자의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사전에는 감정(感情, emotion)을 ‘느끼어 일어나는 슬픔·기쁨·좋음·싫음 따위 마음이나 심리상태’라고 한다. 인간의 감정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심리학, 뇌신경과학, 정신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요한 관심 주제이다. 따라서 감정과 관련된 용어 정의는 연구 분야마다 조금씩 다르게 정의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감정이라는 용어는 심리학에서 ‘정서’라고 부른다. 정서는 ‘생리적 각성, 얼굴 표정 반응, 감정 및 의식의 경험 등이 수반되는 복합적인 반응’이라고 한다. 정서 또는 감정과 같이 섞어서 사용하는 용어가 있다. 느낌(feeling), 정동(affect), 기분(mood)이다. 학자들은 느낌을 감정에 감각, 미리 예견되는 경험까지 포함되는 반응이라고 한다. 감정은 내·외부 자극에 대한 단기적인 반응임에 비해 기분은 감정보다 좀 더 오래가는 반응이다. 정동은 감정, 정서, 기분 등을 포괄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또한 인간의 감정과 느낌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감정이 진화적 관점에서 인간에게 생존 유지를 위한 정보라고 말한다. 자신의 감정은 생존에 유리한 행동을 하게끔 이끈다. 그래서 자신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슬픔, 우울, 불안, 짜증, 분노, 즐거움 등 그 어떠한 감정도 쓸모없는 게 아니라고 한다. 감정은 지금 이 상황이 자신에게 위협적인지 우호적인지, 편안한지, 불편한지를 알려준다. 자신이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도록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다. 분노는 자신을 보호하고 상대를 공격하도록 이끈다. 슬픔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고 남과 세상과 연결하도록 이끈다. 두려움은 자신을 도피하도록 이끈다. 사랑의 감정은 함께 살아가도록 이끈다.    

  

자신이 경험하는 감정적 에너지는 이 상황 조건에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신호다. 나쁜 감정, 좋은 감정은 없다. 자신에게 올라오는 감정을 맞이하는, 피뢰침을 통해 흘려보내는 자신의 기술에 따라 부정적 또는 긍정적 영향을 줄 뿐이다. 자신의 감정 수용 피뢰침이 감정의 번개를 민감하게 인식해서 제때 적절하게 흘려보내지 못하면 번개를 맞는다. 아이들은 감정의 피뢰침 작동이 잘 되어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이들은 어떤 감정이라도 오는 대로 온전하게 받아내고 흘려보낸다. 나이가 들어 사회화하면서 자신의 감정 수용 피뢰침의 성능은 떨어진다. 감정을 인식하는 민감성이 떨어지고 올라오는 감정을 거부하기도 한다. 올라온 감정을 숨기기 위해 얼굴에 가면을 쓰기도 한다. 감정의 벼락을 맞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순간적인 짜증과 분노의 감정을 흘려보내지 못해 관계를 망치는 말과 행동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외로움과 슬픔의 감정을 흘려보내지 못해 술과 음식에 의존한다. 감정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거나 억누르면 자신의 감정은 무감각해진다. 자신의 감정이 무뎌지면 감정이 가리키는 생존 행동 기능을 상실한다. 내·외부 스트레스에 취약해진다. 감정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심리치료 현장 전문가들은 사람이 감정을 억누르거나 잘 인식하지 못하면 천식, 위장질환, 고혈압, 편두통, 중독, 식이장애. 불면증 등과 같은 신체적 증상들의 주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남들과의 소통도 어려워지고 관계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한다.  

   

50이 되면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시기다. 잘못 사용하면 심리적 외톨이가 될 수 있다. 감정의 에너지는 흘러가야 한다.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감정 피뢰침을 통해 흘러가지 못하면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감정의 에너지를 흘려보내고 정제해서 자신의 생존에 도움 되는 2차 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감정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마음에 관한 과학자이고 기술자다. 이런 감정 연금술의 핵심은 감정 에너지의 실체를 알고 의식적으로 연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감정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감정은 일시적으로 흘러가는 번개와 같다. 감정에 맞서지 않고 전선을 타고 내려가도록 길을 내주면 된다. 전선은 번개를 흘려보낼 때 공간적으로 거리를 두는 장치이자 수단이다. 마찬가지로 감정 에너지를 흘려보내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 감정 에너지 사이에 심리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먼저, 자기 자신의 감정의 주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임을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 올라오는 감정은 올라올 수밖에 없는 감정임을 인정해야 한다. ‘아하! 지금 자신의 내면에 어떤 감정이 올라오는구나’라고 알아차려야 한다. 올라오는 감정을 피하지 말고 지긋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아하! 창피함의 감정이 올라오는구나’라고 감정의 에너지 실체를 확인하고, 이름을 붙이고 마음속으로 읊어준다. 이어서 감정이 자신의 몸 안에서 어떤 느낌의 감각을 일으키는지 알아차리고, 지켜보고, 이름 붙이고 마음속으로 읊어준다. 이 과정을 계속해본다. 어느 순간 처음의 감정의 에너지는 자신에게 길을 알려주고 사라진다. 이게 ‘감정의 연금술’이다.  

         

(Tip!) 자신의 감정과 소통하기

“여보, 어머니, 아버지, 얘야, 친구야, 지금 기분이 어때?”라는 질문을 던지자. 그리고 자신이 지금 어떤 감정을 경험하는지 먼저 말해보자. 자기 자신과 소통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과 소통하면 만사형통이다! 그것이 열림이다. 그것이 상대를 받아들임이다. 행복한 사람은 먼저 자신의 감정과 소통한다. 감정의 연금술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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