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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유 컴패니언 Dec 05. 2022

내 안의 ‘화’를 삶의 에너지로 사용하기

화는 원래 긍정적인 감정도 부정적인 감정도 아니다. 화를 부정적 혹은 긍정적으로 만드는 것은 화를 다루는 방식이다.

                                                 -비벌리 엔젤(Beverly Engel)-     


50이 되면 자신 안에 불타오르는 화의 에너지를 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화의 에너지를 건강하게 활용해서 50 이후의 삶을 평안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다. 자신의 가족과 친구, 이웃, 그리고 직장의 동료와 사회적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사람은 살면서 화를 만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화를 알고 다룰 줄 알아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화를 진화적인 관점에서 개체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생물학적 심리적 보호장치라고 한다. 화는 다른 감정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움직이도록 이끄는 에너지다. 화가 없다면 사람은 살아남지 못한다. 그렇지만 화를 잘 못 사용하면 그 화에 자신이 타 버린다.    

  

사람들은 직장 생활과 사회생활에서 화나는 일을 자주 경험한다. 자신보다 잘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돈, 건강, 전문 능력, 지위, 권력, 지식, 학력, 외모 등에서 밀린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 자신은 왜 이 모양 이 꼴 밖에 안되는가? 자책하면서 자신에게 화를 낸다. 자신에 대해 갑질하는 사람에 대해 분노와 적개심이 일어난다.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하지 않고 부모 덕택으로 자신보다 더 좋은 위치에 올라선 사람에 대해 화가 난다. 그런 조건을 허용해준 사회제도에 더 화가 난다. 힘이 없이 당했다는 생각에 억울해서 화가 난다. 자신은 남이 시키는 일만 로봇처럼 하면서 책임만 지는 데 대해 화가 난다. 자신의 겉모습만 보고 자신을 차별하는 직장과 사회, 사람에 대해 억울하고 화가 난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불쾌한 감정을 덮기 위해 버럭 화를 내기도 한다. 두려움, 수치심, 창피함, 그리고 죄책감 같이 드러나면 약하게 보일 수 있는 감정을 덮기 위해 화를 낸다. 방귀 뀐 사람이 되레 화를 낸다는 말이다. 소중한 사람에게도 화가 더 나기도 한다.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기대를 할수록, 가까운 사람일수록, 편하다고 여기는 사람일수록 정제(精製)되지 않은 화를 내기가 쉽다. 소중한 사람에게 자신의 화를 날 것 그대로 퍼부으면 관계를 망친다.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지키고 싶어서 꾹 참아도 깊은 관계는 끊어진다. 어려운 사람, 힘이 있는 사람에게는 화가 나도 대개 가면을 쓰고 화난 사실을 감춘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화를 자신의 내면에 차곡차곡 쌓는다. 안에 쌓인 화는 탈출구를 찾는다. 일시적으로 화를 잊게 해줄 대상들(음식, 술, 도박, 게임, 섹스, 운동 등)을 찾는다.    

  

자신의 내면에 있는 화는 자신이 지금 위험한지, 공격을 받는지 알려주는 경보 신호다. 이 경보 신호는 몸과 마음에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자신이 지금 싸우거나 도망갈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준비시킨다.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몸 안에 내장된 이 경보장치는 몸과 마음을 흥분시켜 무언가를 하도록 부추긴다. 동물처럼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면서 자신이 지금 화가 났다는 것을 경고하도록 만든다. 화는 자신을 보호하는 자동 생존 에너지다! 이 에너지를 잘 알고 사용해야 험난한 삶의 정글 속에서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 50 이후에 자신의 화를 잘 다루어야 한다. ‘욱’하고 화를 잘못 드러냈다가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온 지위, 명예, 관계, 재산, 건강 모두를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의 화를 참고 억누르면 화병이 생긴다.    

 

2008년 2월 11일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멘붕에 빠지지 않은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국보 1호인 ‘숭례문(남대문)’이 불에 타서 무너져 내리는 광경을 무기력하게 방송 생중계로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을 때다. 불을 지른 사람은 60대 후반의 남성이었다. 알려진 범행동기는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억울한 누명을 벗지 못한 데 대한 ‘화풀이’로 방화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 성인들의 분노 수준을 조사한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2021년 기준 국민의 58.2%가 중간 또는 심한 수준의 ‘울분’을 겪는 ‘만성적인 울분’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47.3%) 보다 10.9% 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분은 ‘불공정함, 불신, 반복된 거절 경험 등으로 인해 분노감과 복수심, 그럼에도 어찌할 수 없음에 대한 자책감 등이 복합된 씁씁쓸한 감정’이라고 한다.     


사회·정치적인 울분과 이혼, 해고, 배신당함 등 개인 삶에 관련된 울분을 해소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담고 있으면, 자신의 바깥으로 폭발하거나 내부로 폭발할 수 있다. 외부로 폭발하는 행태는 묻지마 폭행, 살인, 방화 등의 범죄 행위로 나타나기도 한다. 분노조절장애(간헐적폭발장애, 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를 겪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의하면, 2021년 분노조절장애로 치료받은 사람은 459명이었다. 이중 남자가 392명(85.4%), 여자가 67명(14.6%)로 남자가 여자의 거의 6배였다. 반면 울분을 사회적 제약, 눈치, 무력감 등으로 자신이 끌어안고 고통을 받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문화 관련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화병(Hwabyung)’이다.    

  

지금까지 화병은 주로 우리나라의 중년 여성들이 많이 경험한다고 인식해 왔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로는 사업 부도, 실패, 회사 내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 가족해체 등으로 남자들도 화병에 많이 걸린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 등 젊은 연령층에서도 화병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17년 건강보험을 적용받은 연령대별 화병 진료 인원은 13,757명이었다. 이중 남자가 2,841명(20.65%), 여자가 10,916명(79.3%)로 여자가 남자의 거의 4배였다. 울분을 외부로 폭발하는 분노조절장애 환자는 남자가 여자의 6배 정도 많은 데 비해, 화병은 여자가 남자의 4배 정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화병을 연령대별로 보면, 남자는 40대(20.3%)가 가장 많았으며, 50대(17.1%), 30대(16.8%), 60대(16.4%), 70대(11.1%) 순이었다. 반면 여자는 60대(24.3%)가 가장 많았으며, 70대(21.3%), 50대(14.6%), 80대 이상(12.9%) 순이었다.    

  

나이 50에 이르면 삶의 동반자인 화와 울분을 잘 조율(tuning)해야 한다. 내부로 지나치게 억눌러도 몸과 마음에 균형이 무너지고, 순간적으로 참지 못하고 외부로 폭발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재산, 생명을 해치고 삶을 망치게 된다. 필자인 나도 40대에 내 안에 있는 화(火)를 다루지 못해 분노하며 화병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상황을 소환해 본다. “내 몸과 마음은 부당함과 억울함, 통제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뒤엉켜서 적개심과 복수심으로 불타올랐다. 입에 거품을 물면서 못된 사람들을 비난했다.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자주 나오고 심장은 두근거렸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가슴에 명치가 딱딱해져서 살짝만 만져도 아팠다. 잠을 자지 못했다.     

 

부정맥, 대장 결핵, 치열, 공황 증상, 공포증, 불면증 등이 찾아왔다. 나는 그때 내 안의 화를 조율할 줄 몰랐다. 나는 절박한 마음으로 내 안에 꽉 차 있는 화를 풀어내기로 했다. 올라오는 화에 옴짝달싹 못 하는 나를 멀찍이 떼어내는 작업을 했다. 화의 실체를 보기 시작했다. 내 안의 화는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내 안의 화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다. 화의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들을 수 있었다. 내 안의 화와 소통하기 시작했다. 나는 숨을 헐떡거리지 않고 쉴 수 있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주변에 스트레스와 화병으로 힘든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는 심리치유 동행자로 살고 있다. 역지사지, 연민과 친절, 그리고 따뜻함을 지닌 동행자가 되고 싶다!     


사람들은 대부분 어렸을 적부터 터득한 자신만의 ‘화’ 내는 방식을 갖고 있다. 아이 때 부모로부터 내 안의 화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그냥 저절로 배운다. 친구나 형, 선배, 동생들과 부딪치면서도 배운다. 자신이 화가 날 때 겉으로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려도 되는지를 배운다. 자신이 화났다는 사실을 숨겨야 하는지도 배운다. 사람들은 결혼생활을 오래 했다고 해서 화를 배우자에게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자신이 어릴 적부터 해온 방식대로 하기 쉽다. 소리 지르고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입을 닫고 문을 걸어 잠그고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부부는 더 이상 관계가 나빠지는 것을 염려해서 서로 암묵적인 협상을 한다. 부부는 각자의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화의 메시지를 억누르면서 외면한다. 화를 조율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면 화는 사라지지 않는다. 틈만 보이면 닥치는 대로 불태울 수 있다. 반드시 화는 조율해야 한다.   

  

50에는 자신의 인생 후반전을 위해서 화의 에너지를 잘 조율하는 연금술사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화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화를 다루기 위한 심리학적 개입법은 다양하다. 최근에는 올라오는 화를 통제하고 조절하거나 발산하지 않고, 오히려 직면하고 수용하는 기법이 효과적이라는 연구들이 많다. 동양의 오랜 수행 전통에서 내려온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심리적 기제를 적용한 개입법들이다. 자신의 내면 의식 공간에 올라오는 경험(생각, 감정, 욕구, 감각, 심상)을 조절·통제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그 경험을 있는 그대로 흘러가는 대로 지켜보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반복하는 기법이다. ‘지금 여기‘ 현재의 순간에 순수한 주의를 두고 이제까지 해오던 습관적인 자동반응(reacting)을 알아차리고 수용하는 방법이다.     


(Tip) 자신의 화를 조율(tuning) 하는 기술

○(신속 대응)자신의 책상이나 주머니에 손거울을 준비해서 화가 치밀 때마다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본다. 얼굴에 나타난 표정을 보고 ‘내가 화가 났구나’라고 알아차릴 수 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면서 내 안의 화가 전하는 메시지를 귀 기울여 들으면 그만이다!

○(화의 연금술)먼저 자신의 몸의 감각을 통해 화가 올라온다는 것을 인식한다(화를 직면). 바로 이 순간 마음속으로 ‘반응 중지!’라고 외치고 심호흡을 몇 번 한다. 다양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지만, 시간을 벌어야 한다.(시간적 거리두기). 


다음은 ‘아하! 내가 화가 났구나’라고 인정한다. 일어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자신에게 확인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을 알아차리면 된다. 몸 어디에서 어떤 감각이 느껴지는지 알아차리고 감각에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이름 붙인 감각을 마음속에서 언어로 중계방송하듯이 읊어준다. ‘내 가슴에 명치가 꽉 조이는 느낌이 올라오는구나.’ 마음속으로 중계방송하듯이 읊는다. 화가 친구로 데리고 오는 감정, 생각, 욕구, 충동, 과거 기억, 이미지도 같은 방법으로 하면 된다.(심리적 거리두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중간중간 심호흡하면서 이런 과정을 계속해 나간다. 자신의 화가 전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고 적절하게 맞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요령이 생긴다. 반복하다 보면 올라오는 험악한 모습의 화의 에너지에 숨겨진 ‘평화와 용기, 수용’의 보물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이 바라던 화의 연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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