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망치는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은 멈출 수 없지만, 그것들에 대응할 수는 있다.
-주디스 벡(Judith S. Beck)-
“아, 머리 복잡해!” “오만가지 생각이 나네”. 일상생활에서 오만(五萬)이라는 숫자는 매우 종류가 많은 여러 가지를 이르는 말로 쓰인다.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속(의식 공간)에 생각이 너무 많아 괴롭다는 말이다. 머리가 무거워 들고 있지 못할 지경이다. 사람들은 복잡한 마음속이 깔끔하고 시원하고 명쾌했으면 하고 바란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마음속에서 오늘 할 일이 줄줄이 떠오른다.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도 불쑥 고개를 내민다. 세수하고, 샤워하면서도 자신도 모르는 생각에 잠겨 있을 때도 있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이 자신의 몸에 닿을 때 차가운지 뜨거운지도 모른 채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살갗에 닿는 물이 갑자기 뜨거워지면 그때서야 끔쩍 놀라서 몸을 움직인다. 조금 전에 자신의 머릿속에 올라오던 생각은 자취를 감추고 없다.
사람들은 생각에 빠져 샤워를 하고 나면 몸이 개운하지 않다. 그냥 몸을 씻었다는 통과 의례를 한 셈이다. 자신은 오늘 샤워할 때 어떤 생각에 잠겨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하지도 못하는 생각을 한다고 자신의 에너지를 많이 소모했다.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다. 쓸데없는 생각 한다고 마음속은 어지럽다. 차의 시동을 켜고 움직이지 않은 채 공회전을 시킨 것과 유사하다. 실제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가지도 않고 연료를 소모하고 엔진만 돌린 셈이다. 반복한다면 실제로 달리지도 않았는데도 차의 엔진 성능은 떨어진다. 자신의 마음속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 생각, 무슨 생각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생각을 어제도 했고 오늘도 반복하고 있다. 내일도 반복한다면 자신의 뇌는 과부하 상태에 놓인다.
나이 50이 되면 제멋대로 자신의 마음속을 휘젓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지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 뇌의 과부하를 막고, 몸을 이완하고 마음이 평안한 삶을 살기 위해서다. 나이가 들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살아온 경험이 많아지면서 자신의 마음속에 지난 기억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특히 지난 시절에 해결하지 못한 일이 기억으로 저장되어 있다가 많이 올라온다. 지난 일을 떠올려 다시 곱씹어 본다. ‘내가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되돌릴 수도 없는 지나간 일을 되새김질하면서 쓸데없는 각본을 만든다. 아쉬움과 후회, 자책과 우울, 억울함, 슬픔, 분노를 다시 경험한다. 마음속에 올라온 생각은 천방지축으로 통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직 오지도 않은 일을 두고 자신의 마음속에 생각이 끼어든다.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펴고 쓰이지도 않을 각본을 만드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쓴다. 몸은 긴장되고 마음은 초조하고 불안하다. 자신의 내면에서 한순간을 살아도 머릿속이 개운하고 맑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올라온다. 또한 누구나 밤에 잠을 잘 자기를 바란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기다렸다는 듯이 마음속은 야시장이 되어 밤새도록 북적인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생각이라는 불청객이 막무가내로 자신의 마음속으로 밀고 들어온다. 마음속에서 생각이 꼬리를 물고 각본을 만든다. 주제도 없고 목적도 없고 누구도 다시 볼 수 없는 각본이다. 영화관에서는 각본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보기 싫으면 내가 영화관을 나오면 된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생각의 각본이 상영되기 시작하면 상황이 다르다.
사람들은 잠자리에서 생각의 각본이 제발 끝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새벽이 되어서야 마음속에서 상영되던 각본이 어떤 결말도 없이 흐지부지 끝난다. 눈은 뻑뻑하고 머리는 무겁고 띵하다. 가슴은 뻐근하고 심장은 벌렁거린다. 온몸이 찌뿌둥한 느낌이다. 생각은 과거와 미래를 천방지축으로 오락가락한다. 나이 50 이후 60까지 20년 동안은 어른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다. 부모 부양, 자녀 결혼, 은퇴 등 생활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다. 70 이후는 외로움과 맞닥뜨린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사람들의 마음속은 온통 생각으로 꽉 찬다. 자식, 손주 걱정과 건강 걱정, 지난 삶에 대한 영화 상영,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자기 자신의 죽음에 대한 걱정 등으로 머릿속은 차고 넘친다. 머리의 과부하가 위험하다!
50이 되면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생각을 다루는 법을 모르면 현재를 충분히 즐기고 느끼고 살 수 없다. 자신의 생각이 과거와 미래를 오락가락하는 대로 살뿐이다. 자신이 원하는 편안한 잠을 자기도 힘들어진다. 생각을 다루는 법은 나이를 먹는다고 나아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살면서 생각을 많이 해서 문제를 해결한 적이 없다. 오히려 문제 해결과 관계없는 쓸데없는 생각 때문에 잠을 설치고 머리가 아팠다. 생각을 다루는 법을 알려면 먼저 생각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 생각이 나쁜 것일까? 진화적으로 생각은 사람을 자연계에서 최상위 고등동물로 살아남게 했다. 언어를 사용해 의식 공간에서 지난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생각하면서 위험에 대비하여 생존에 유익하게 이용해왔다.
생각이 난다는 말은 자신의 뇌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은 실제로 하루에 적게는 6,000번에서 많게는 60,000번에 이르기까지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한다. 자신의 몸무게의 2퍼센트인 1.4 킬로그램밖에 되지 않은 뇌에서 에너지 전체의 20 퍼센트를 사용하는 이유이다. 사람은 생각이 많아서 괴로운 것이 아니다. 생각의 실체를 알지 못해서 괴로움에 빠진다. 생각의 실체를 알지 못하면 생각이 실재라고 믿고 자동적으로 반응하면서도 자기 자신이 그렇게 반응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생각하지도 않으려고 하는데 생각이 올라올 때도 있다. 이때 뭔가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떠오르기도 하고, 백일몽으로 빠지기도 하고, 부정적으로 반복되는 각본에 빠지기도 한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생각은 생각일 뿐이다. 생각은 실재가 아니다. 실재가 아니라는 말은 실제로 지금 자기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생각은 생각이기 때문에 과거와 미래를 왔다 갔다 하는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마음속에 올라오는 생각에는 나쁜 생각과 잡념이라고 하는 것은 없다. 자기 자신이 생각에 꼬리표를 달았을 뿐이다. 마음속에 올라오는 생각은 올라올 만한 조건이 되기 때문에 올라온다. 자기 자신도 모르게 어떤 생각을 붙잡거나 생각에 이끌려 생각의 쳇바퀴를 돌린다. 자신이 쳇바퀴를 돌리고 있는 사실도 모른다. 외부 자극을 받고서야 생각의 쳇바퀴에서 겨우 빠져나온다. 그리고는 잡념에 빠졌다고 말한다.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는 말이다. 이전에도 올라왔던 생각을 또 만났다는 말이다.
자신의 마음속에 올라오는 생각은 받아주지 않으면 받아줄 때까지 올라온다.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생각을 받아주고 알아차리는 법을 배웠더라면, 한 번 올라온 생각은 다시 올라오지 않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나 내 기대나 바람이 충족되지 않은 것은 기억에 저장된다. 우리의 뇌는 풀지 못한 문제를 풀라고 기억을 소환한다. 사람들은 충족되지 못한 기억이 마음속에 떠오르는 순간 보지 못하고 괴로워서 피해버린다. 성인이 될수록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다 채운 것보다 채우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점점 자신의 내면에는 해결되지 못하고 쌓이는 것이 많아진다. 의식 공간에 약간의 빈틈만 보이면 이런 기억들은 올라와서 재잘거리며 각본을 쓴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도덕적, 윤리적, 종교적,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생각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나쁜 생각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마음속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자기 자신의 생각과 소통하지 못하면 생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쁜 생각이라고 밀어내면 그 생각은 자신의 내면에 숨어버린다. 다음에 조건이 되면 언제든지 다시 힘이 더 세져서 올라온다. 연구에 의하면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면 그 생각을 잠시 동안 적게 할 수 있지만, 바로 그 생각이 더 많이 올라온다고 한다. 어떤 생각을 억제한다는 것은 그 순간에 뇌에서 그 생각에 주의를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이다. 따라서 나쁜 생각이라고 억제하면 더 많이 자주 올라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심리학에서 ‘정신 통제의 역설적 과정 이론(Ironic processes theory of mental control)’이 있다. 미국의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자인 다니엘 웨그너(Daniel Wegner)가 이름 붙인 이론이다. 자신이 특정 생각이나 욕구를 억제하려고 애쓸수록 그 생각에 더 집착하고 강박적이 되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쓸 때, 마음속에서 그 생각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일정 부분의 주의(attention: mental resource distribution)가 필요하다. 다음은 자기 자신이 억제하려는 그 생각을 잘 통제하고 있는지 매 순간 감시하기 위한 주의가 또 필요하다. 그래서 결국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그 생각에 주의를 더 많이 주게 되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인지 심리학자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자동적으로 끊임없이 올라오는 부정적인 생각이 자신을 우울하게 만든다고 한다. 사람들이 생각에서 자유롭기를 바란다면 정신 통제의 역설적 과정이론을 적용하면 된다. 정신적 통제를 개선하는 심리치료 기제가 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마음속에 올라오는 경험(생각, 감정, 욕구, 감각, 심상)을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알아차리는 ‘마음챙김의 상위 자각(minful meta-awareness)’의 기제다. 우울증을 치료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for Depression)에 적용하고 있다. 이 기법에서 자기 자신의 생각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훈련을 한다. ‘생각은 생각일 뿐 실체가 아님-사실이지만 진실은 아님’을 알아차리게 한다.
생각(자신의 마음속에 올라오는 하나의 정신적 사건)과 자기 자신(마음속에 올라온 그 생각을 보고 아는 사람)를 분리하는 작업이다. 자기 자신은 생각을 관찰하고 알아차리는 ‘사람’이지 ‘생각 그 자체’가 아니라는 분명한 알아차림을 한다. 매 순간 자신의 마음속에 올라오고 사라지는 생각은 자신이 붙잡거나 밀어내지 않으면 저절로 내려간다. 마음속에 찾아오는 생각과 욕구를 ‘떠내기 정신적 손님’으로 분명하게 알아차리는 것이다. 먼저 자신의 마음속에 생각이 올라온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알아차려야 한다. 올라오는 생각을 밀쳐내거나 피하지 않고 직면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올라오는 생각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생각의 내용물이 ‘좋다 나쁘다, 도움이 안 된다, 쓸데없다’라고 평가하지 말고 부드럽고 따뜻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생각의 내용물에 이름을 붙이고(언어화) 받아들여야 한다. “내 마음속(의식 공간)에 ‘또 실패했네’라는 생각이 올라오는구나”라고 마음속으로 중계방송하듯이 읊어주거나, 글로 쓰면 된다. 아침에 샤워하고 있는데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이 뜨거운지 차가운지 센지 부드러운지 느끼지 못한다면 생각에 빠져 있는 상태다. 이때 의도적으로 일단 멈춤을 한다. ‘어험!’하고 소리를 내거나 몸을 움직여서 내 귀에서 들리는 소리와 몸의 느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아하!, 지금 내 마음속에서 답답하다는 생각이 올라오는구나”라고 머릿속으로 중계방송하듯이 읊어준다. 이런 방식은 심리적으로 생각과 적절하게 거리를 두는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그 생각에 달라붙어 있는 자기 자신을 분리하는 작업이다.
어떤 생각이든 올라오는 대로 인정하고 이름 붙이고 언어화하면 된다. 마음속으로 중계방송하듯이 읊조리든, 글을 쓰던, 녹음해도 된다. 특히 밤에 잠을 자려고 할 때 생각이 많이 올라온다면, 머리맡에 녹음기를 켜고 중계방송하듯이 녹음을 하면 된다. 생각은 내가 오지 말라고 해서 오지 않을 손님이 아니다. 내려가지 말라고 해서 내려가지 않을 손님도 아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손님이다. 마음속에 올라오는 생각을 통제하지 않으면 생각과 편하게 지낼 수 있다. 그래야 자신이 마음속을 관리하는 주인이 되고, 찾아오는 생각은 손님이 된다. 나이 들수록 보기 싫은 손님은 더 많이 더 자주 찾아온다. 찾아오는 손님은 막을 수 없다. 찾아오는 손님과 편하게 지내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마음속에 올라오는 생각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삶의 주인이라고 할 수 없다.
나이 50이 되면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몸과 마음을 단순하고 가볍게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후의 내 삶을 매 순간 호기심으로 맞이하고 음미하기 위해서다. 좀 더 즐겁고, 좀 더 행복한 삶을 경험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다.
(Tip!) 생각을 언어화로 다루기
생각은 언어로 뱉어내는 행위를 하면 사라진다. 머릿속으로 생각에 이름을 붙이고 중계방송하듯이 읊조리면 된다. 녹음기에 대고 생각에 이름을 붙이고 중계방송하듯이 말을 하면 된다. 생각에 이름을 붙이고 종이나 PC, 스마트폰에 바로 글로 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