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땀이 난다. 진퇴양난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라고 있나 보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이 상황, 어떻게 해야 할까? 차에서 내려 상황이라도 설명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기둥과 가까워 차문조차 열 수 없다.
앞에는 이중주차 된 차가 있고 옆에는 주차장 기둥이 종이 한 장 차이다. 왼쪽에는 차량 세 대가 기다리고 있다. 차를 뒤로 빼줘야 다른 차들이 통행이 가능해질 텐데... 조급한 마음에 핸들을 돌릴 때마다 주차장 기둥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급기야 차와 붙어버리기 직전이다. 눈을 질끈 감고 급하게 창문을 내리고 외쳤다. “죄송한데 지금 뒤로 갈 수가 없어요.”
대기 중이던 차 중 가장 앞 쪽 차 문이 열리고는 동그란 안경을 쓴 남자분이 다가와 말했다. “무슨 일이세요?”, 눈을 질끈 감고 단전에서부터 힘을 끌어 모아 지금 생각해도 바보 같은 말을 다시 했다. “제가 지금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어요. 너무 죄송해요.”
잠시 이 상황을 바라본 그는 놀랍게도 이 이상한 말을 이해했다. 그리고는 현재 차바퀴가 가운데가 아니니 오른쪽으로 살짝 돌리며 앞으로 나오면 된다고 말했다. 용기를 내어 그 말처럼 핸들을 돌렸다. 몇 번의 설명이 더 오고 갔을까? 나는 불가능할 것 같은 주차에 성공했다.
여전히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건네었을 때 돌아온 말은 “괜찮아요, 저도 처음에는 잘 못해서요.”였다. 이보다 완벽한 위로의 말이 있을까? 분명 그에게는 이런 민폐의 순간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차에 성공하고도 가슴이 두근거려 한참을 좌석에 앉아 있고 나서야 일어설 수 있던 내게는 그 따뜻한 마음의 위로가 온전히 전해졌다.
늦은 밤 아파트 주차장, 집을 코앞에(목전에) 두고 발생한 주차 정체에 짜증이 나지 않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 이런 상황에서 타인의 얼굴에서 곤궁함을 알아차리고 위로의 말을 건네기란 여간해서 쉽지 않으리라.
구깃해진 마음을 펴주는 따뜻한 위로의 말을 되새기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꼈다. 운전을 시작하기에 다소 늦은 나이 마흔, 운전을 통해 배운 게 있다면 초심자에 대한 사람들의(세상의) 배려이다. 나의 불편함을 덮고 마음 하나를 베푸는 것, 그것이 우리가 세상을 만들어 가는 방법이다.
마흔 세상의 배려에 대한 감사함을 배우는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