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마음을 담는다.
‘아 오늘은 벌금을 내야겠다’며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띠딕’ 핸드폰 알람에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핸드폰 창 위로 피어라라는 이름과 당근이라는 이야기가 보인다. 한 눈으로 슬쩍 봐도 웃긴 이야기가 절대 아닌데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당근이라는 토끼 이름이 생각나서 귀엽기도 하고 당근이 생각에 마음 아팠을 그녀의 하루가 사랑스럽기도 했다.
어제는 피코님의 궁둥이를 흔들며 줌바를 추는 일상이 즐겁다는 글에 웃었는데 오늘은 피어라 님 덕에 웃는다. 알림 창에 뜨는 두 줄 글로도 웃음을 주는 이건 글쓰기 모임 낭만살롱 이야기이다.
낭만살롱은 7명의 멤버로 이루어진 글쓰기 모임이다. 결단력 있는 리더 낭만고양이, 아침에 10km를 달리고 모임에 참여하는 부지런한 시인 명언한스푼, 다재다능한 아침형 인간 피어라, 핑크색이 잘 어울리는 예비 동화작가 로즈선, 외모처럼 이름도 빛나는 샤인 그리고 실행력 짱 맏언니 피코 그리고 나 와이즈쭈꾸미가 그 멤버이다.
우리는 매주 월요일에 만나 글쓰기 모임을 갖는다. 그리고 매일 15분씩 글을 써서 밴드에 올리고 빼먹으면 천원을 벌금으로 낸다. 농담처럼 모아서 연말에 오마카세에 가기로 했는데 못 갈 것 같다. 다들 너무 성실하다. 처음 15분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는 영 부담스러웠는데 한 달 정도 지나자 일상처럼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잠을 자기 전 통과의례랄까?
15분 글쓰기의 매력은 매일 밤 12시가 되기 전 두근두근 마감의 압박감을 느끼며 글을 쓰는 즐거움과 누군가의 일기장을 엿보는 재미짐에 있다. 매일 밤 눈을 감고 일상 속 에피소드를 쥐어짜 글을 쓰고 또 누군가 그렇게 쓴 일상을 엿본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났을까? 문득 낭만살롱 멤버들이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세탁기에 세제 넘치는 이야기로도 멋진 시를 뚝딱 쓰고, 카트 이야기에 삶을 녹여 웃음을 짓게 만드는 사람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상처받고 때론 성취감을 느끼며 성장하는 그녀들을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된다.
마흔도 넘은 그녀들은 어떻게 아직도 이렇게 사랑스러운 걸까? 마음이 예쁜 사람들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하루를 꽉 채워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그런 걸까? 한참을 생각하다 글을 통해 그녀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마음을 담는다. 소소한 일상이지만 누군가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글을 읽는다는 건 나도 모르게 그들을 응원하게 만든다.
마치 ‘미스터 트롯’ 같은 성장형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매일매일 보고 느끼고 경험하며 성장하는 이들의 감정을 엿보며 점점 팬이 된다. 마음을 담는 커다란 글 상자를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성장하는 사람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낭만살롱이다.
마흔, 마음을 글 속에 담아 나눌 낭만살롱이 필요한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