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햇살 아래 아직 날아가지 못한 물방울이 제 갈 곳을 찾지 못해 우리에게 다가왔다.
흘러내리는 땀과 습기가 만나 크기가 불어났고 몸의 굴곡진 곡선을 따라 흘러내렸다.
흐르고자 하는 땀은 막을 수 없고 막을 수 없음에 어찌할 바 없으니 그저 땀을 흘릴 뿐이다.
어릴 적 아빠와 함께 가던 목욕탕에 있는 습식 사우나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뜨거움을 참지 못해 금방 문을 열고 나오곤 했는데 이젠 어른이 되어서인지 잘 참을 수 있다.
이처럼 무더운 날에 우리는 산책을 나섰다.
고양이도 더위에 지쳤는지 바닥에 몸이 늘어져 있었다.
마치 이 더위에 산책을 나서는 인간들이 신기한 듯 고개만 살짝 들어 게슴츠레한 눈으로 우릴 바라봤다.
너도 더위를 먹었구나.
이대로 걷다가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힘이 없을 것 같아 기술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자전거보다 더 편리한 전기 자전거 위에 올라탔다.
전기 자전거만 있으면 그 어떤 오르막길도 두렵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자전거로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햇살은 뜨거웠지만 자전거가 만들어내는 바람 위에 땀이 식는 듯했다.
날씨는 청량했고 하늘의 파랑과 나무의 초록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잠시 넘어져 피를 보는 일도 있었지만 피의 붉은색 또한 파랑과 초록과 어우러져 낯설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자연에 동화되었다.
뜻하지 않게 맛있는 저녁과 후식을 대접받을 수 있었다.
멜론, 복숭아 그리고 오렌지가 모여 쟁반을 가득 채웠고 그 속에 여름이 숨어 있었다.
여름은 여름답게 더워야 하고 그 여름 속에 우리는 여름을 먹는다.
계절이 나뉘어 덥고 추운 이유는 그 속에 인생의 다채로움을 맛 보라는 자연의 배려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여름의 즐거움을 누릴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