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곰돌이 Nov 15. 2024

길게 뻗은 선로, 텅 빈 플랫폼, 위를 지나가는 전선들


1.


대전역 플랫폼에서 포항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기차의 덜컹거림은 설렘까지 움직여 함께 덜컹인다.


기차가 움직이는 소음과 사람들이 말소리가 섞여 꽤 높은 데시벨(db)를 만들어내지만 백색소음처럼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소음이다.


기차 여행은 왠지 모르게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삶은 계란을 파는 사람도 계란과 함께 사이다를 먹는 사람도 없지만 말이다.


그저 최신식 의자와 빠르게 움직이는 KTX 일뿐인데 그마저도 약간의 감성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기차역에 가면 항상 이렇게 사진을 찍는다.


길게 뻗은 선로, 텅 빈 플랫폼, 그 위를 지나가는 전선들 그리고 나.



2.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타고 어딘가로 이동할 땐 항상 책을 챙긴다.


오늘의 책은 이도우 작가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다.


이동하는 교통 안에서 읽기엔 인문학 보다 소설이 더 좋다.


쉽게 소설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 나도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 앉아 조용히 책장을 넘겨본다.



'당신의 원고엔 인생, 이란 말이 너무 자주 올라와요.'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글귀 중)


책의 한 구절을 읽으며 순간 나의 글들이 떠올랐다.


내 글에도 '인생'이란 단어가 자주 나오기 때문이다.


순간 부끄러워졌다.


도대체 내가 뭐라고 그렇게 인생이라는 단어를 달고 살았는가.


아직 인생을 알기엔 멀었는데 말이다.


이제부터라도 인생을 단정 짓기 보다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살아봐야겠다.



1.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 영덕에서 맛있게 먹었던 '아성 식당'을 다시 방문했다.


지금껏 내가 먹어본 불고기 중 가장 맛있다고 자부하는 곳인데 먹고 또 먹어도 역시나 맛있다.


불고기를 먹기 위해 영덕을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여름 물놀이는 빠질 수 없는 여행의 코스 중 하나다.


다행히 숙소 앞에 좋은 스노클링 장소가 있었고 나는 물 만난 물개처럼 물속을 헤집으며 돌아다녔다.


어느덧 수영을 시작한 지 8년, 물에서 움직이며 노는 것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


작은 물고기부터 큰 물고기까지 다양하게 있는 바닷속을 관찰하며 다음에 지현이와 놀러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것과 좋은 것을 보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을 보니 역시나 지현이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3.


남자는 역시 분홍이라며  제희가 단체 티셔츠를 만들어왔다.


그렇지 역시 남자는 분홍이지.




1.


저녁으로 회 오마카세를 먹으러 갔다.


여러 종류의 해산물과 반찬들이 나왔다.


역시 바닷가에 왔으면 회를 먹어야 한다.


회, 제가 정말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2.


제희가 청첩장을 가지고 왔다.


청첩장이 매우 화려했고 대만은 저렇게 청첩장을 화려하게 만든다고 했다.


하지만 저 모든 것이 자기 돈으로 하는 것이라며 신세한탄을 하기도 했다.


네 명 중 두 명이 결혼했고 이제 하는데 나머지 두 명은 결혼이나 할지 모르겠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어촌 풍경이 포근히 눈에 들어왔다.


적막한 불빛만큼 평온함이 느껴져서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낮과 밤이 다른 풍경 안에 일상에도 때론 이런 평온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지금 문득 들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