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집에 둘로 가득 차 있었는데 이렇게 홀로 의자에 앉아 있으니 오늘따라 집이 더욱 커 보이는 것은 소중한 사람의 빈자리가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지요.
아무도 없는 적막함을 감추기 위해 애써 TV를 틀어 소음을 만들어내봅니다.
같이 지낸 인생보다 혼자 있던 시간이 더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젠 더 이상 혼자가 된다는 것이 상상이 가지 않는 시간이었습니다.
지현이가 퇴근하는 12시가 다가오길 목이 빠져라 기다려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12시까지 병원과 카센터를 가야 하는 일정이 있어 심심함을 조금 덜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다리와 발에 습진이 계속 재발해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마치 두 다리가 잘 붙어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 주기적으로 간지러움을 유발하여 다리를 긁어 서로 접촉하게 만들어냅니다.
약을 먹고 바르면 조금 호전되긴 하지만 속도가 너무 더뎌 몇 달째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큰 병은 없지만 잔병으로 잠시 고통받는 중입니다.
오전과 달리 오후엔 지현이와 함께 있을 수 있었습니다.
집 안엔 온기가 가득했고 방금 내린 커피향은 공기를 따뜻하게 덮고 있었습니다.
거실 중앙으로 옮겼던 식탁 위은 햇살이 깊게 들어오는 장소입니다.
때론 그 강렬한 눈부심에 눈을 뜰 수 없을 때도 있지만 아직 가장 높지 않은 태양은 눈 아래 식탁에 진한 흔적을 남겨 물리적 및 심리적 따스함을 선물해 주곤 합니다.
왼쪽 의자엔 제가, 오른쪽 의자엔 지현이가 나란히 앉아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이 순간들이 언제나 우리를 행복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