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기다림이다.'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누가 어느 상황에서 이야기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이 말을 쉽게 사용하곤 합니다.
인생이라는 규정할 수 없는 단어를 존재하고 규정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 같아 괜히 더 멋스러워 보여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기다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리학적으로 시간은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는 시간을 측정하고 있고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기다림은 필연적으로 따라옵니다.
그렇게 보면 저 말은 물리학적으로 위배되지 않는 당연한 이치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 긴 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제는 모네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했고 오늘은 에곤 실레를 비롯한 비엔나 시대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국립 중앙 박물관을 찾았습니다.
나중에 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게으름에 정복당해 미리 표를 구매하지 않아 이렇게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는 형벌에 처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날이 춥지 않아 더 기다릴 수는 있겠지만 오랜 서있음에 두 다리가 피로해지는 것은 역시나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라는 애꿎은 변명을 붙여봅니다.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은 겸손함이 가득한지 다들 고개를 45도 숙이고 있고, 어떤 죄를 지었는지 모르지만 매우 가벼운 형벌을 받듯 손에 핸드폰을 하염없이 들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이런 광경이 어색하지 않지만 너무나 만연한 모습에 가끔은 변해버린 사회에 반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욱 핸드폰을 보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괜한 반골 기질이 여기서도 발생하는군요.
그래도 가끔 핸드폰을 손에 들어 이런 사진을 찍어보기도 했습니다.
몇 장 찍지 않았지만 꽤 만족스러운 사진이 나와 기분이 내심 뿌듯해집니다.
미술 작품을 본다는 설렘과 언제나 옆에 있는 지현이 덕분에 기다리는 일이 전혀 지루하지 않은 것은 제가 가진 축복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런 사실들을 깨닫는 것을 보면 역시 인생은 기다림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