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화첩단상

산청 박씨고가의 향나무

일상을 말하다

by 이종민
산청단계리04.jpg 그림 이종민



황봉구 선생의 에세이를 읽는데, 이런 구절이 있다.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껌뻑거리지 않는다.….남의 눈치를 보지 않음이다. “ 일흔을 훌쩍 넘긴 선생의 자신감이 좋았다. 그리고 공자의 말도 인용해 놓았다. “사람의 삶이 칠십이 되면 마음내키는대로 따라가도 어긎남이 없다.” 내가 일흔이 된 것은 아니지만, 두 분의 태도를 보고 삶의 자신감에 대하여 생각하는 아침이다. 아직은 용기가 필요한 싯점이다.


산청 단계마을 박씨고가의 마당에 오래된 향나무가 한 그루 있다. 사람들은 집의 역사와 보존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나무는 아랑곳 없이 열심이었다. 덩치가 이만저만 아니고 등걸에 세월도 묻어 있었다. 겨울이 가고 봄이 깊어지면, 짙은 향을 거침없이 뿜어 낼 자세였다.


찍어 둔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린다. 크고 활기찬 나무다. 그 아래의 집은 오히려 초라하고, 나무는 세월을 잊은 듯 무성하고 하물며 방향이 또렷하다. 나는 그러한 나뭇가지를 그리기 위하여 펜을 수백번도 더 움직였다. 어찌나 힘을 주었던지 하마터면 종이를 찢을 뻔 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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