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말하다
- 형님을 보내 드리면서 -
지난 밤은 어찌 그리 짧았답니까? 그새 해는 지구 한 바퀴를 돌아 다시 떠 오르려는데, 당신은 다시 그 지구 너머 어둠 속으로 가려하십니까? 어쩌면 당신께서 가시려는 그곳이 어둠 속이 아니라 진정 더 밝은 곳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부터 서로 다른 쪽으로 향해야 한다면, 그것이 진정 어둠이 아닌가 하여 이 짧은 아침 또한 무거운 침묵 속으로 다시 떨어지려 합니다. 아~ 시간이란 무엇인가요? 그냥 이별이란 말로 매듭지어 버릴까요?
날은 왜 이다지 춥고 바람마저 드셉니까? 그 언젠가 당신께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보내시던 그날의 기억을 나는 불러 보는데. 당신께서도 혹 그러하십니까? 기억이 시간을 열고, 그 시간이 다시 기억을 만들겠지요. 그 추위 속으로 다시 들어가 마침내 당신께서는 어머니 아버지의 방향을 향하여 손을 흔들려 하십니까? 하지만 그러한 당신을 향하여 나는 차마 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기야 날이 시려 내 발이 얼고 내 손이 굳은들. 당신께서 우리를 떠나야 하는 별리만큼 시리기야 하겠습니까? 가시려는 땅 속의 온기가 부디 당신 부모와의 재회의 온기로 따듯하기를 바라는 것은 내 속편한 수사일 뿐이겠지요. 그럼에도 나는 다시 시간을 열어 하나의 기억을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이제 점점 하늘과 나무의 경계가 드러나고, 나는 밝아 지려는 나무의 저편을 다시 봅니다. 아마도 그 너머도 어둠이 아니라 다시 밝음의 세상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거꾸로라도 해가 다시 뜨는 그런 세상이고, 그 해를 맞으며 또 세월의 수를 세는 그런 세상이기를 바랍니다. 문득 차거운 하늘의 한 편에다 당신의 모습을 그려 놓습니다.
영락공원, 여기는 환승역. 기다리고 떠나고 또 기다리고 또 떠나고. 오던 차에서 내리려는지 다시 새 차를 타려 하는지? 당신께서 이쪽에서 마지막으로 순서를 지켜야 하는 곳. 새 차를 타고 가시면, 그곳은 순서 없는 세상이려는지? 아니면 다시 기다림이 시작될 지 짐작하지 못한 채, 나는 이쪽의 방식대로 순서를 그다립니다. 아~ 어쩌면, 당신께서는 벌써 저 쪽에 계십니까? 진정 그러십니까?
영락이라는 단어는 너무 먼 말입니다. 차리리 공원이란 말에 더 집중해 봅니다. 다시 희망을 말해야 하기에, 공원이란 말이 썩 어울리고, 보내는 사람은 물론 가는 사람마저 별리 보다는 재회의 기쁨에 더 취하기를 바라는 마음마저 생깁니다. 이곳의 이름을 처음으로 공원으로 붙인 사람의 재치에 잠시 탄복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밀려드는, 슬픔 그 자체. 그것들은 알량한 나의 수사를 훨씬 뛰어 넘는 것. 사람들은 그것의 소진을 목표로 제각각 침묵 속에서 묵상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간간이 탄식이 흘러 나오겠지만. 그러한 탄식 또한 밝은 저 편으로 향하였으면 합니다. 우리가 공원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에 함께 있는 진정한 이유. 그리하여 탄식을 잠시 멈추고, 순서를 기다리는 침묵은 참으로 값진 것이 됩니다.
* 영락공원 / 부산시민 장제장, 부산 두구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