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구에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오월의 말미, 이제 장미의 계절도 가려는가? 한심하게도 이제야 저 푸르고 붉음에 눈을 돌렸네.
장미를 보면 아버지 생각이 난다. 봄이 되면 장미를 사다가 화단에 심었다. 노동이 힘들었지만, ’콘피던스’란 이름의 품종을 비롯하여 다양한 모양의 꽃들이 뿜어내던 그 짙은 향내는 사춘기의 내게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때 나는 장미의 자태와 향으로부터 여인의 빛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고 분명 흥분된 마음으로 그 여름을 지나고 있었을테다.
그리고 오늘, 예외없이 나는 여인을 닮은 꽃에다 코를 갖다 댄다. 이런 경우를 보면, 후각의 기억이 결코 시각에 밀리지 않는구나. 이제 봄의 냄새가 가고 바야흐로 여름 내음의 기억이 또 새록새록 떠 오르겠지. 여유 없는 나의 일상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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