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말하다
報歲蘭. 이 꽃의 이름만큼은 한자로 적어야 할 것 같다. ‘새해를 알린다’는 난초. 보세란이 내 방 안에서, 꽃대 3개에 꽃을 무려 15 송이나 달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아버지 께서 좋아 하셨던 난이다. 가끔 사무실 이전이나 수상 등으로 난초 화분을 받을 때마다. 나는 아버지 생각을 하였다. 낙향하여 난초 키우기에 몰두 하셨던 아버지. 이맘 때면, 따듯한 마루에 앉아, 드시다 남은 맥주를 휴지에 묻혀 보세란 이파리를 정성스레 닦으셨다. 이파리를 이리저리 돌려 보고, 꽃의 향에 코를 묻으시고 무아지경이셨나 보다. 나는 그러한 아버지를 보고 봄이 왔음을 알았다.
오래전, 친구 K가 사무실 이전하던 날 들고 왔던 보세난이 나의 둔한 눈과 손에도 살아 남았다. 그리고 예상치 않게 세를 불려 나와 아내를 놀라게 하더니. 드디어 꽃을 피워 낸다.
꽃은 웅크린 내게 진짜로 봄이 왔음을 깨우치고, 나는 그림을 그리며 아버지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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